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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술도녀 '술도녀' 이선빈・한선화・정은지 취중토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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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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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이렇게 화끈하게, 잘 마시는 여자들을 봤나. 의리도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의 주역 이선빈(27)·한선화(31)·정은지(28)가 인생작을 만나 훨훨 날아다닌다. 드라마는 지난 10월 22일 첫 공개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드라마 유료 가입자 기여 수치가 4배 이상 오르게 한 효자 콘텐트에 등극했다. 유튜브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도 130만 뷰까지 기록하며 시즌1 종영 전 시즌2 확정 소식을 전했다. 어디까지 표현해도 되는지 '수위'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라 이러한 인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 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술도녀'의 인기에 힘입어 연재 휴식 중이었던 취중토크가 특별판으로 부활했다. 인터뷰는 장소를 대관하고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


이번이 취중토크 세 번째인 정은지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고, 유경험자인 한선화도 그때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취중토크가 처음인 이선빈은 "너무 기대가 된다. 재밌겠다"를 연발하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부터 폭발한 세 사람의 텐션에 압도당한 취중토크였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이선빈 "언니들과 (주량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원래는 술을 마실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다가 '술도녀'를 하면서 언니들과 마시며 (몸에) 받는지 안 받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요. 단맛 나는 건 잘 마셔요."
=정은지 "제가 볼 때는 (선빈이의 경우) 작은 보틀로 맥주 한 병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선빈이한테 와인 맥주를 사줬는데 너무 잘 마시더라고요."
=이선빈 "정확히 제 스타일을 알더라고요. 여태까지 마셨던 술자리 중 언니들이랑 마신 게 제일 길고 재밌었어요. 친구들과도 술을 잘 안 마시거든요. 엊그제 언니가 체리맛 나는 와인 맥주를 줬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저 때문에 사 왔다는 말에 감동받았어요."
=한선화 "저도 주량이 세지는 않은데 정신력으로 버티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좀 편차가 커요. 술자리를 좋아하긴 해요."
=정은지 "평균적으로 소주 2병 정도 마셔요. 그 정도 마시면 적당히 천천히 마셔야겠다고 생각하죠."
=이선빈 "언니는 전혀 티가 안 나요. 정말 강력한 것 같아요."
=한선화 "술을 잘 즐기더라고요."
=정은지 "감사합니다."



-별다른 술버릇은 없나요.
=정은지 "이건 선빈이가 잘 알 거예요."
=이선빈 "은지 언니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말도 잘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술을 마시면 속 깊은 말들이 나오지 않나요. 명쾌한 답을 잘해줘요. 나쁜 주사는 없어요. 선화 언니는 기분이 좋아져요. 감정이 풍부해지는 스타일이라 감동도 잘 받아요."
=한선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셔서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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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정말 친한 게 느껴져요.
=이선빈 "카메오로 나온 선배님들이 그렇게들 말해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정은지  "처음엔 서로 존댓말을 쓰다가 선빈이가 '언니 편하게 말해요' 그래서 말을 편하게 하게 됐어요. 초반에 (선화) 언니랑 붙는 신이 많지 않아서 처음부터 지금처럼 막 친했던 건 아니에요."
=이선빈 "언니들을 너무 좋아해서 집착해요. 좋으면 좋은 거지 말을 안 하면 화가 나곤 해요. 예전에 언니 사진이 너무 예뻐서 예쁘다고 말하고 싶은데 (선화) 언니가 대꾸를 안 하니 말을 할 수가 없어 짜증이 나더라고요.(웃음)"
=한선화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먼저 저렇게 표현을 해주니 편안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선빈이가 애정표현에 적극적이었어요. 애교도 많고요."
=이선빈 "아무래도 전 주접을 떠는 것 같아요.(웃음) 너무 더워서 힘든 현장이라 저혈압이 오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끼리 붙어서 텐션을 올려야 하니 서로 끈끈해졌죠. 서로 배려해야지 이런 생각 없이도 배려했어요."



-촬영하면서 잘 되겠다 싶은 예감이 들었나요.
=이선빈·한선화 "걱정을 너무 많이 했어요. OTT라는 것도 처음 하는 것이고 19세 관람불가 등급인 것도 제작발표회 당일에 알았어요."
=정은지 "촬영하면서도 이게 아이들과 같이 보는 TV 프로그램이 되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어 현장에서 수정한 부분이 많았어요. 편집된 것도 많고, 버전을 여러 가지로 찍은 것도 많죠. 개인적으로 한 회당 30분 분량이라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들어가는 정성은 똑같더라고요."
=이선빈 "최근에 발견한 건데 고치거나 수정한 신은 짧게 나왔는데 우리끼리 신이 나게 애드리브를 한 건 원래 신보다 길어진 게 많더라고요. 그 부분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놀면서 촬영이란 걸 잊고 서로 본명 부르고 그런 적도 있어요."

=정은지 "그때가 노래를 틀어주면 반주 듣고 노래 제목 맞히기였는데 선빈이가 '이진경!' 자기 본명을 말하더라고요."
=이선빈 "매주 안주도 소개해주고 술자리도 한 회에 몇 번씩 나오잖아요. 텐션이 높은 신을 셋이서 만드니까 진짜 노는 것처럼 촬영했어요. 촬영하며 대면 대면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촬영하며 실제 술을 마시기도 했죠.
=한선화 "진짜 술도 마셨지만 술을 즐기면서 마시지는 못했어요. 대사를 해야 하니 흥을 올리기 위해 두 모금 정도 마셨죠. 대부분의 맥주는 논알코올, 소주는 물이었어요. 물을 진짜 많이 마셨어요. 진짜 미친 것처럼 술 취한 연기를 한 거예요."
=이선빈 "정정할 게 있는데 저희가 계속 술을 마신 것처럼 기사가 난 게 있는데 진실은 아니에요."
=정은지 "정확하게 말하면 대사가 있을 때는 진짜 술을 못 마시고 막신쯤, 이미지 컷을 딸 때 마시는 정도였어요."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선빈 "모니터를 하려고 모니터 앞으로 가니 감독님이 맥주를 마시고 있더라고요. 같이 마시는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었어요. 마지막 신 끝나고 마신 것인데 감독님은 시청자분들보다 저희가 술을 맛있게 마시는 연기를 목전에서 계속 보는 거잖아요. 유혹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미소(미지근한 소주)'는 좀 고난도가 아닌가요.
=정은지 "'미소'는 어렵죠. 술을 천천히 마시다 보면 절로 식어 '미소'가 되지 않나요. '미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니 목에 착 감기면서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한선화 "'미소'의 매력이 궁금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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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모두 극 중 센 캐릭터였어요. 연기할 때 얼마나 더 오버스럽게 해야 하나 하는 부분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선빈 "각자 표현해야 하는 무드가 어느 정도인지 그 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대사가 세고 상황도 세니까 그 선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게 바로 저희가 잘 될 거란 생각보다 걱정하기 바빴던 이유죠."



-그런 부담에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요.
=이선빈 "대본을 보니 너무 재밌었고, 여태까지 받았던 대본과 결이 달랐어요. 앞선 인터뷰에서 '사람 냄새나는 작품', '워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그동안 혼자만 여성이던 작품이 많았어요. 내레이션이 주는 대사들의 힘도 처음 보는 것이고 해서 '너무 재밌겠는데?' 하고 기대했어요. 그러면서도 지연이나 지구를 누가 소화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셋이 친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선화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들이 외로운 인물이거나 사연이 많은 인물 아니면 남성들 무리에 섞여 있는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만 했었는데, 지연이는 매번 웃고 긍정적이니까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달라해보고 싶었어요."
=정은지 "이런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내가 이 대사를 이 표정을 했을 때 TV에 어떻게 나올까?' 원초적으로 궁금했어요. 항상 캐릭터들이 웃거나 굳센 캔디, 당차고 야무진 캐릭터들을 했었는데 상처 많고 상처 겪은 후의 누군가의 삶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했어요. 대본도 글로 되어있는 웹툰 같았어요. 궁금해서 도전했죠."


-세 사람 모두 도전이었네요.
=이선빈 "티빙 오리지널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근데 그 얘길 듣고 나서 대본을 보니 강점을 살리면 대본이 더 살 것 같더라고요."
=한선화 "전 사실 톤을 높이느라 바빠서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정은지 "언니가 '너~~~무~'란 대사를 할 때 표정은 자연스러운데 목에 핏대가 너무 서서 안쓰러웠어요. 얼마나 길게 힘들게 하는지 아니까요."


-욕 연기도 화제가 됐어요. 스스로 이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정은지 "다들 욕하면서 살지 않나요. 특히 이 부분에서 OTT의 강점을 많이 느꼈어요. OTT니까 욕이 가감 없이 나갈 수 있었던 거잖아요. 살면서 욕을 안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남을 해하려고 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순간 표현하는 게 욕이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욕보다도 지연이랑 길거리에서 서로 상처 주는 말들을 하는데 그게 더 세다고 생각했어요."
=이선빈 "집에서 그 신(한선화·정은지 길거리 말다툼신)을 보고 울었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이거다!' 싶었어요. 감독님한테 언제 찍냐고, 찍었냐고 계속 묻고 제일 기대하는 신이라고 했었어요. 그러다 후시 녹음 때 그걸 보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방송 나가서 사람들이 좋아할 때 제가 괜히 뿌듯해서 '봤지?' 싶었어요. 제가 나온 신도 아닌데 기분이 좋고 신이 났어요."
=정은지 "대본 리딩 할 때 선빈이가 제가 대사하면 절 보고 선화 언니가 대사 하면 선화 언니를 보고 계속 도리도리를 하더라고요. 사실 첫 만남에서 이렇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두 번째로 만났어요. 첫 번째는 같이 라디오를 하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 조은유, 그다음이 선빈이죠."
=한선화 "텐션이 진짜 좋아요."


-실제로 만나니 세 사람 중 극 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이선빈 배우가 가장 높은 것 같아요.
=이선빈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긴 하는데, 극 중 주사는 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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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랑 정말 잘 맞는, 트렌디한 대본이었어요.
=한선화 "그간 많은 작품을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작가님들은 내성적인 분들이 많았는데 '술도녀' 작가님은 예능 등 여러 활동들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솔직하고 외향적인 사람이라 대본을 보면 텐센 좋은 게 느껴졌어요. 대본 안에 리듬감이 있더라고요."
=이선빈 "원래 트렌드함과 사람들에게 화를 부르는 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덜 담기면 개연성이 없다고 하고, 더 담기면 뭐 저러냐며 논란이 되죠. 근데 이걸 직접 소화해야 하니 그런 점에 있어 고민을 많이 했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들이 좋아해 줘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세 캐릭터가 각기 다른 아픔을 가져 더 공감했던 것 같아요.
=정은지 "사실 남녀 불문하고 실제로 하자 없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더 공감하고 '나도 어쩌면 저렇게?'란 물음표를 던지면서 보는 매력이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이선빈 "보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우리 세 사람의 모습이 다 있지 않나요."


-극 중엔 오복집이 단골집인데 실제로도 자주 찾는 그런 단골집이 있나요.
=정은지 "선빈이 집이요. 시국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집이 편해요. 원래도 집에서 마시는 술을 좋아해요."
=이선빈 "집에서 제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제일 안전하기도 하잖아요."


-정은지 배우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술꾼의 향기가 나요.
=정은지 "지금의 제가 첫 취중토크를 할 때 제가 아닙니다. 그때는 술도 잘 모르는 21살이었어요. 그 당시 '최연소'라고 했던 것 같아요. tvN '응답하라 1997' 끝나고 한 거라 사투리도 고치기 전이었어요.(웃음) 그땐 늘 제가 안 웃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때죠."



-요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 있나요.
=정은지 "셋이서 같이 할 수 있는 광고 문의가 들어오는 게 신기해요. 한 사람이 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세 사람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광고주들의 문의가 많아졌어요."
=이선빈 "광고나 프로그램이 들어올 때 '언니들이 하면 할래요!' 이렇게 되더라고요. 진짜 셋이서 하는 게 재밌고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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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갈등이 없었나요.
=정은지 "부족한 것들을 서로 채워주는 게 있어서 좋아요. 각자 다른 포지션이고 개성이 달라 부딪칠 게 없었어요. 셋 다 솔직하고 털털해요. 만약 서로가 없는 상황에서 스케줄이 정리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먼저 연락해서 상황 설명을 하곤 했어요."
=이선빈 "저희끼리 소통을 잘하고 친하니까 갈등을 할 필요가 없었죠. 갈등이 없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없었어요. 없었다고 하면 다들 못 믿더라고요."
=한선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힘들게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만났잖아요. 그리고 이 대본을 보고 배우라면,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동물적으로 그걸 다 알았던 것 같아요. 사실 셋 다 근사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굉장히 좀 짠내 나고 지질하고 퍼펙트스럽지 않아서 똘똘 뭉쳐야 했어요. 그걸 다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은지 "제가 제일 늦게 들어왔을 때 선빈이랑 선화 언니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끼리 (우애가) 좋아야 한다고요. 그 이야길 둘이 먼저 하더라고요."
=이선빈 "우리가 경계심보다는 마음이 풀린, 열린 상태에서 다가가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이선빈 "문자를 자주 해요. 카카오톡은 잘 안 해서, 은지 언니가 전화를 해줄 때 진짜 편해요."
=정은지 "선빈이랑 영상통화를 정말 많이 해요. 집에서 편하게 있을 때 영상통화를 하면 더 재밌고요."
=이선빈 "은지 언니랑 영상통화할 때 민낯에 누워서 전화를 받아요. 포즈가 똑같아서 정말 웃겨요."
=정은지 "선화 언니에게도 조만간 할 거예요. 언니가 촬영 중이어서 못 걸었는데, 영상통화 준비할 시간도 안 줄 거예요. 바로 받아야 해요. 준비하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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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정은지 "덕분에 20대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요. 20대가 되자마자 '응답하라 1997'이 잘 돼서, 그 뒤엔 항상 성시원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녔어요. 이후 작품들을 나름대로 바라봐주긴 했지만, 아직도 그 이름이 남아있어요. 20대 중반쯤 앞으로도 '응답하라 1997'을 잘 안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20대 초반에는 '또 잘 해내야겠다'라면서 스스로를 채근했는데, 중반 이후에는 '내가 이걸 어떻게 잘 안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지금 봐도 '응답하라 1997'은 너무 재미있으니까요. 그 드라마 속의 나도 나고, 다른 작품 속의 나도 나인데 스스로 비교를 했어요.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 20대 후반에 성시원과 강지구를 붙여봤더니 강지구가 밀리지 않는 거예요. 신원호 감독님이 '성시원이 서울에서 커서 강지구가 된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닌데? 절대 아니지'라고 했어요.(웃음) 성시원과 강지구는 다른 캐릭터이니까요. 아무튼 제가 지지 않는 캐릭터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20대를 좋게 마무리한 것 같아요."
=한선화 "이 작품을 한 후에 달라질 것 같지 않냐는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모르겠어요. 근데 이 작품을 하고 난 후 남은 건 분명히 있어요. 그간 항상 선배님들과만 작업을 하다가 처음 또래 친구들과 함께했어요. 이렇게 성격이 좋은, 털털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만족해요. 사실 이런 질문이 조금 부담스러워요. 지금까지 해온 연기와 역할을 볼 때 언제나 저는 같은 애정을 쏟아서 해왔거든요. 근데 한지연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친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성공과 상관없이 제 길을 갈 것 같아요. 다르게 봐주는 분들도 감사하지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전과 똑같이 하던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정은지 "(선화) 언니의 작품에 대한 열의가 엄청나요. 대본을 보면 필기가 엄청 많이 돼 있어요."
=이선빈 "선화 언니 너무 멋있는데? 저도 그 이야길 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똑똑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답을 찾을 때도 엄청 돌아가요. 대본을 보면서 안 외워지거나 하면 다른 공책에 그대로 써요. 그래서 저도 제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 찾았잖아요. 여기서."
=한선화 "대본 리딩을 갔는데, 선빈이가 먼저 왔어요. 선빈이가 대본을 펴는데, 형광펜으로 '촥촥촥' 표시가 돼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엄청 긴장했어요. 나도 지지 않는데! 하며 대본을 '촥' 폈죠. 전 애드리브까지 다 써놓거든요. 하하하."
=정은지 "대본 리딩 때에도 강지구 역할을 맡겠다고 확정이 된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대본 수정본을 리딩 자리에서 받았거든요. 필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집에서 노트에 마인드맵을 그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방금 받아서 깨끗한 새 책인데, 선빈이는 옆에서 형광펜 그어져 있고 필기도 돼 있고 이러니까.(웃음) 저도 모르게 대본을 숨기면서 봤잖아요."
=한선화 "저는 애드리브까지 다 적어놓거든요. 선빈이가 '언니, 나 대본 좀' 이러면 속으로 '이거 영업비밀인데'라고 생각했어요. '안 돼! 보지 마!'라고는 못하니까, 선빈이가 대본 볼 때 끝을 살짝 잡고 소극적으로 내밀었죠."
=이선빈 "하하하. 언니 너무 귀엽죠. 너무 귀여워요."
=한선화 "선빈이는 현장에서 엄청 능수능란해요. 아직 어린데 현장에서 모든 걸 잘 컨트롤해요. 자기 입으로 똑 부러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엄청 똑 부러진 얘예요. 현명한 구석이 있어서, 제가 언니지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이선빈 "선화 언니와 비슷해요. 많이들 이번 작품으로 달라질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저는 (다른 작품에도) 똑같이 열정을 쏟아부었고 열심히 했어요. '내가 어떤 톤으로 어떤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잘 맞는다고 해주는구나' 그런 걸 알아갈 순 있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 남았다는 거죠. 함께 작업한 선배님들과 항상 인연을 이어가요. 이외엔 사적으로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는데, 근데 언니들을 만난 거예요. 사람이 남아서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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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광고는 아직 안 들어왔나요.
=정은지 "아직 없어요. 작품도 PPL이 없었어요."
=이선빈 "주류도 그렇지만, 숙취해소제도 있고, 안줏거리도 한두 개가 아닌데요. 광고주님들!"
=정은지 "그렇지. 잘한다. 해장국 광고도 있고, 홍삼 같은 건강식품 광고도 있고."
=한선화 "나중에 (제안) 해주겠죠.(웃음)"



-아침까지 술을 마시다가 소희는 구토를 하고, 지연은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한선화 "그 장면에서 제 모습이 진짜 재미있지 않았어요? 긴 머리를 앞으로 이렇게 묶어가지고.(웃음) 그거 애드리브였어요. 한여름에 에어컨 밑에서 술 밤새도록 먹으면 추우니까 목도리처럼 머리 두르기도 하잖아요. 감독님에게 말했더니 '그래, 해'라고 하더라고요. 회식 자리에서 '물 타지 않았다'라고 한 것도 제 애드리브였어요. 이게 술이 아니고 물인데 술처럼 먹어야 하잖아요. 물 먹고 있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물 타지 않았다!'라고 한 거죠. 하하하. 첫 회에서도 'rrr'하면서 술 먹고 혀로 굴리는 신이 있었잖아요. 집에서 그걸 연습하다가 '현타'가 온 거예요.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 리딩 때 호응이 좋아서 그냥 했어요."
=정은지 "진짜 너무 웃겨요. 언니 애드리브를 계속 기대하게 돼요."



-지구가 초등학생을 찾아가서 '다다다다' 총 쏘는 연기를 하는 신도 재밌었어요.
=정은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었죠. 집에서 실제로 색종이로 접어보기도 했어요. 아이도 진짜 귀여웠죠. 아역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그냥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몸을 막 흔들면서. 진짜 얄미웠어요.(웃음)"


-소희가 쫄쫄이 입는 장면도 장난 아니었죠.
=이선빈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면서 진짜 진심으로 웃는 거예요. 제가 감독님에게 '웃어?' 이랬죠. 하하하."

=한선화 "선빈이가 갑자기 쫄쫄이를 입게 돼서,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해온 거예요."
=이선빈 "스타일리스트가 제 몸에 맞게 수선했어요. 따로 피팅을 해서, 가내수공업처럼 만들었어요. 그거 찍으면서 너무 창피했거든요. 초면인 분들이 있는 현장에서 민망한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근데 민망하면서도 또 신이 나는 거예요."
=정은지 "신이 난 거지.(웃음) 창피하다고 하는데 단체 대화방에 그 장면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이선빈 "창피한 건 제가 먼저 선수를 쳐야 덜 창피하니까요. 하하."



-가장 애정 하는 신은 무엇인가요.
=이선빈 "애정이요? 애증은 안 되나요? 애증이 된다면, 저는 장례식 신이요.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진짜 막막했는데, 다들 도와줘서 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긴 장면이었거든요. 분량 생각하면 '다 넣어주세요' 하겠지만, 조금 덜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너무 계속 울기만 하면 보는 사람들도 지칠 것 같았어요. 고민하다가 소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다 다른 눈물이 나와야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정말 힘들었죠. 9화와 10화가 너무 무서워서 공개된 직후에 보지 못했어요. 스트리밍 횟수 늘리고 싶어서 그냥 틀어놓기도 하는데, 이 회차는 다시 보진 못하겠더라고요."
=정은지 "예행연습 같은 신이에요. 궁금하긴 하지만 알고 싶진 않은 것들이잖아요. 그 신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그 신을 끌어가야 했죠. 솔직히 현장에선 많이 지쳤어요. 다행히 다들 준비를 잘 해와서 많이 촬영하진 않았어요. 편집 후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기대 이상이더라고요. 선빈이가 많이 애썼죠."
=이선빈 "전 '이상하게 뭐가 꼈나?' 싶을 정도로 매 작품 감정신이 있었는데, 그 감정신 통틀어도 이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장례식을 가면서도, 장례식장에서도, 다녀와서도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눈물 연기는 유일하게 연습이 안 돼요. 연습한다고 똑같이 눈물이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서 못 울면 어떡하지'란 부담감이 있어요.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았던 때에요."
=한선화 "감자탕 신이요. 표정들이 정말 우리끼리 놀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농담 던지면서 새벽 다섯 시까지 촬영했는데, 그때의 그 바이브가 고스란히 드라마에서 느껴졌어요. 또 저의 첫 신인 소개팅 대목을 애정 해요. 지연이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그 신이 자신 있었어요. 이건 정확했어요. 지연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정은지 "세 친구가 같이 웃고 떠드는 신을 다 애정 해요. 그리고 '내가 저 표정일 줄은 몰랐어'라는 신도 있어요. 지연이에게 달려가서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그 대목이요. 현장에서 눈물이 날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정말 저에게 선화 언니는 지연이고, 선빈이는 소희가 된 것이라고 느꼈어요. 사투리 신도 좋았어요. 특히 선화 언니가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저 지연이는요~' 이러다가 '읍다'라고 할 때 빵 터졌어요. 온종일 생각나서 선화 언니 볼 때마다 따라 하곤 했어요." 



-한선화 배우가 동생들을 많이 웃게 해 줬네요.
=이선빈 "신을 진짜 잘 살려줘요. 표현하는 센스가 정말 좋아요. 셋이 함께하는 신에서도 언니 덕을 크게 봤다고 생각해요."
=한선화 "이런 적도 있어요. 선빈이가 웃고 싶을 때 저에게 와서 '언니 나 웃겨줘'라고 하는 거예요. '언니 기대할게' 그러면 제가 '이씨'라고 화답하죠. 그럼 또 웃음이 나고요."
=이선빈 "선화 언니가 애드리브를 알려주지 않기도 해요. 애드리브가 나왔을 때 제가 진짜로 웃기를 바라서요. 애드리브가 진짜 많았죠."


-최시원 배우가 세 여자 사이에서 고생 좀 했겠는데요.
=이선빈 "같이 많이 촬영하지 못해 아쉬워요. 시원 오빠는 진지한데 사람들이 다 웃는 포인트가 있어요. 이걸, 이 포인트를 정말 잘 알고 있어요. 화장실 다녀오는데 '거 봐. 이렇게 잘할 거면서. 백 점이야 백 점' 이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한 대사들이 있는데, 정말 잘해요. 본인이 어떤 연기를 했을 때, 어떤 포인트로 웃음이 터질지까지 다 알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정말 잘 파악해요. 베드신을 가장한 액션신이 있었잖아요. 그 짧은 찰나도 정말 잘해서, 함께 하는 저는 정말 편했어요."
=정은지 "집에서 시원 오빠 장면 보다가 진짜 빵 터졌어요. 따로 녹화해서 계속 볼 정도예요. 신을 찍을 때마다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지구 정말 최고야!'라고 해주시니 정말 정말 좋죠."
=한선화 "오빠 진짜 잘해요. 어쩜 저렇게 잘하지? 강 PD 역할로서도 그렇지만, 저희에겐 큰오빠로서의 역할도 잘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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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서는 어떤 내용이 그려지길 바라나요.
=정은지 "전혀 모르겠어요. 열린 결말로 끝나기도 했고요. 해결될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런 걸 푸는 과정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 정도를 하고 있어요. 시즌1을 좋게 봐주신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즌2가 나왔으면 해요."
=이선빈 "저도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데, 진짜 모르겠어요.(웃음) 저희 드라마가 페이크가 많아서, 이게 다 꿈이었다거나 반어법 같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은지 "시즌1이 잘 됐으니 시즌2가 잘 돼야지 그러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지금 의외의 관심과 사랑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예요. 시즌2에도 그냥 소희, 지연, 지구가 사람답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물론 삶의 굴곡이 있겠지만 캐릭터가 망가지지 않고 잘 살아가는 걸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정은지 배우는 내년엔 30대가 되니 연말이 더 남다르겠어요.
=정은지 "아직은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되레 초등학생 팬이었는데, 수능을 치고 대학생이 되면 거기서 시간의 흐름이 잘 느껴지더라고요. '언니 저 용돈 모아 왔어요'라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니 저 첫 월급 탔어요' 이러는 거예요. '나 홀로 집에' 주인공이 어른이 된 걸 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이선빈 "나도 언니처럼 엊그제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어른이라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저는 이게 처음엔 공황장애인 줄 알았어요. 녹화를 할 때 카메라가 앞에 있잖아요. 갑자기 '카메라가 여기 있지? 내가 왜 여기서 배우를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상황이 어색해지고, 어린 시절부터 파노라마처럼 다 생각이 나요. 이게 대체 뭘까요."
=정은지 "갑자기 현실감이 떨어진 거야. 저도 '내가 지금 여기서 이분들과 같이 있다니'란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긴장이 된 적 있어요. 에이핑크 활동할 때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타이거 JK 선배님을 처음 뵀던 날인데, 갑자기 아득해지고 현실감이 없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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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요.
=이선빈 "크리스마스트리 만들 거예요. 커다란 트리 만들기 키트를 주문해뒀어요."
=한선화 "한라산 다녀오려고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겨울 산에서 따뜻한 라면 한 그릇 때리면 얼마나 좋겠어요.(웃음)"
=정은지 "연말에 에이핑크 팬미팅을 열어요. 12월 31일 저녁에, 2022년 이브에 해요. 그래서 팬미팅 타이틀이 '핑크 이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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