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준 어머니는 몸을 풀고 해체탕(미역국) 한 그릇 넘기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고, 총애하는 후궁을 죽인 놈이라며 아버지 부왕은 이헌을 미워하고 멀리했다. 그렇게 양친의 애정을 모르고 자란 이헌은 도승지 이규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 사람을 갈구하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이규의 강력한 추천으로 유호준의 여식 소운을 세자빈으로 맞아들이면서 이헌의 삶은 비로소 온전해지는 듯했다.
아버지 부왕이 병환으로 자리를 보전하면서 경인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헌은 이규와 부원군 유호준의 조언을 받아 신치수의 손을 잡고 놀라운 속도로 경인대군과 그 외척 세력을 무너뜨리고 용상에 올랐다. 고통스런 불면의 나날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용상에만 오르면 모든 고통을 잊고 성군이 되리라 다짐했던 지난날들은 오로지 중전 소운을 만날 때만 떠오르는 희미한 기억이 되었다. 소운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자책감과 여전히 소운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지아비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이헌과 소운의 관계는 어긋나고 망가져갔다.
스스로도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이헌 앞에 한줄기 빛처럼 하선이 나타났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음성... 이놈이 내가 짊어진 고통과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천한 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양친의 애정을 모르고 자란 이헌은 도승지 이규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 사람을 갈구하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소운을 세자빈으로 맞아들이면서 이헌의 삶은 비로소 온전해지는 듯했다.
소운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자책감과 여전히 소운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지아비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이헌과 소운의 관계는 어긋나고 망가져갔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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