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약ㅅㅍ주의 뒷북주의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
옷소매 원작은 이 질문에서 출발함
역사는 왕의 사랑만을 기록했지 궁녀의 심리는 기술하고 있지 않으니까
"끌어당기면 가야 하고 밀면 멀어져야 하는" 궁녀가 정말 왕을 사랑했을까? 이 공백을 채우려는 게 옷소매 원작임
그래서 덕임이의 심리, 선택권에 대한 갈망,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 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묘사해놨고
영빈부터 이산이 즉위하고 들어온 내명부 여인들, 덕임까지
절대군주의 여자로 산다는 게 당대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폭력인지를 잘 보여줌
이건 이산이 얼마나 좋은 남자, 좋은 임금인지와는 관련이 없음
오히려 이산이 좋은 임금이려 할수록 주변인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음. 좋은 왕은 무릇 자기 아내조차 경계하고 장기말로 삼아야 하니까
이산은 덕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결국 덕임이가 원하는 것은 절대 줄 수가 없음 이산은 전제군주제의 성군이기 때문임
그래서 덕임이가 얼마나 자기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얼마나 독립적인 사람인지가 전체 서사에서 아주 중요했고
그걸 상징하는 게 바로 궁녀복 "옷소매 붉은 끝동"임
궁녀는 덕임이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았던 시절의 유물이자 덕임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간직하고자 했던 주체성의 상징임
드라마 캐치프레이즈도 왕궁사 궁왕사였던 걸 보면 동일한, 적어도 비슷한 주제를 계승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음
덕임이가 자기 삶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캐라는 걸 대사를 통해서 여러 번 보여줬고("움트기 전에 잘라내버려, 네 보잘것없는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전에") 궁녀로서의 정체성에도 애정이 있는 캐릭터임("적당히 혼인해서 사는 인생은 뭐 행복한가?")
그 정점에 달한 게 5화 이산을 향한 충성맹세임. 원작과 방향은 다르지만 왕의 승은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여관으로서 자기 주인을 지키는 데 자부심이 있는 궁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음
산덕임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지만 조선이라는 구조 내에서는 그 사랑만으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걸(...ㅠ), 그래서 끝내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드라마의 주제라고 봄
그런데 제조상궁 서사는 정반대의 모습임
제조상궁은 임금의 후궁이 되고 싶었으나 좌절된 원한으로 사도세자와 이산에게 반기를 듬
사도세자를 미치게 한 원인이 제조상궁에게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제조상궁은 그토록 부르짖던 "칠백 궁녀들"을 자기 손으로 위험에 빠뜨린 셈이 됨
"궁녀들을 지키는 조직"이어야 하는 광한궁은 사실 "궁녀에서 탈피해 왕의 여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그러지 못한" 개인의 원한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는 말임
지금까지 나온 제조상궁 캐릭터는 덕임이 온 몸으로 그렇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궁녀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정확하게 부합함
왕의 승은을 바라고, 자기 대신 승은을 입은 동료 나인을 질투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나라의 큰일에 개입하는.
다음주쯤에 광한궁은 세손의 손에 파멸하게 될 텐데
결국 궁녀들이 웃전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세운 유일한 조직인 광한궁은 악역을 맡고 이산 왕위 계승의 디딤돌이 됨
그리고 덕임이는 일반의 궁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다른 궁녀들과는 다르게 착하고 충성스러운 궁녀"의 역할을 맡게 될 게 자명해 보임
그렇다면 드라마 제목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가지는 것임?
아마도 작가는 "임금에게 진심을 다했으나 결국은 배신당한 궁녀"의 서사를 제조상궁과 광한궁에게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궁녀들의 비밀결사조직에 대해 쓰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줬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임.
차라리 제조상궁이 처음 밝혔던 이유, 사도세자는 궁녀들을 학대하는 살인마였고 그 아들을 왕위에 올릴 수 없다는 이유가 주제의식에 더 합당해 보임
지금 시점에 제조상궁 서사와 본서사를 연결하려면
제조상궁이 죽기 직전에 덕임이를 만나 자기 얘기를 해주고
"임금을 믿지 말아라"는 취지의 조언을 하면 덕임이는 부정하고...
세손은 그럴 리 없다고 넘어가지만 그게 훗날의 복선이 되는?
그런 정도의 궁예를 해봄
지금까지 우리드라마 정말정말 잘해왔고
이렇게 글쓰긴 했어도 8화 존잼으로 봤음ㅋㅋㅋㅋ 몰입감 개쩔었고 적어도 산덕임 감정선은 널 안뛰고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게 느껴져서
그냥 기대가 컸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컸던 것 같음
또 다음주에 갓해리 갓스토리 나오면 울면서 이 글 지울수도 있음... 나의 오만함을 용서해달라면서ㅋㅋㅋ
8화 뒤늦게 보고 급발진해서 쓴 글이라 개뒷북이고 비슷한 내용 카테에 이미 올라왔을 수도 있지만(아마 백프로 그럴듯) 그냥 한풀이한다 생각하고 써봤음ㅎㅎ...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줘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생각시들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같이 달리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옷소매는 갓드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
옷소매 원작은 이 질문에서 출발함
역사는 왕의 사랑만을 기록했지 궁녀의 심리는 기술하고 있지 않으니까
"끌어당기면 가야 하고 밀면 멀어져야 하는" 궁녀가 정말 왕을 사랑했을까? 이 공백을 채우려는 게 옷소매 원작임
그래서 덕임이의 심리, 선택권에 대한 갈망,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 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묘사해놨고
영빈부터 이산이 즉위하고 들어온 내명부 여인들, 덕임까지
절대군주의 여자로 산다는 게 당대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폭력인지를 잘 보여줌
이건 이산이 얼마나 좋은 남자, 좋은 임금인지와는 관련이 없음
오히려 이산이 좋은 임금이려 할수록 주변인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음. 좋은 왕은 무릇 자기 아내조차 경계하고 장기말로 삼아야 하니까
이산은 덕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결국 덕임이가 원하는 것은 절대 줄 수가 없음 이산은 전제군주제의 성군이기 때문임
그래서 덕임이가 얼마나 자기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얼마나 독립적인 사람인지가 전체 서사에서 아주 중요했고
그걸 상징하는 게 바로 궁녀복 "옷소매 붉은 끝동"임
궁녀는 덕임이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았던 시절의 유물이자 덕임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간직하고자 했던 주체성의 상징임
드라마 캐치프레이즈도 왕궁사 궁왕사였던 걸 보면 동일한, 적어도 비슷한 주제를 계승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음
덕임이가 자기 삶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캐라는 걸 대사를 통해서 여러 번 보여줬고("움트기 전에 잘라내버려, 네 보잘것없는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전에") 궁녀로서의 정체성에도 애정이 있는 캐릭터임("적당히 혼인해서 사는 인생은 뭐 행복한가?")
그 정점에 달한 게 5화 이산을 향한 충성맹세임. 원작과 방향은 다르지만 왕의 승은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여관으로서 자기 주인을 지키는 데 자부심이 있는 궁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음
산덕임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지만 조선이라는 구조 내에서는 그 사랑만으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걸(...ㅠ), 그래서 끝내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드라마의 주제라고 봄
그런데 제조상궁 서사는 정반대의 모습임
제조상궁은 임금의 후궁이 되고 싶었으나 좌절된 원한으로 사도세자와 이산에게 반기를 듬
사도세자를 미치게 한 원인이 제조상궁에게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제조상궁은 그토록 부르짖던 "칠백 궁녀들"을 자기 손으로 위험에 빠뜨린 셈이 됨
"궁녀들을 지키는 조직"이어야 하는 광한궁은 사실 "궁녀에서 탈피해 왕의 여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그러지 못한" 개인의 원한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는 말임
지금까지 나온 제조상궁 캐릭터는 덕임이 온 몸으로 그렇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궁녀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정확하게 부합함
왕의 승은을 바라고, 자기 대신 승은을 입은 동료 나인을 질투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나라의 큰일에 개입하는.
다음주쯤에 광한궁은 세손의 손에 파멸하게 될 텐데
결국 궁녀들이 웃전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세운 유일한 조직인 광한궁은 악역을 맡고 이산 왕위 계승의 디딤돌이 됨
그리고 덕임이는 일반의 궁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다른 궁녀들과는 다르게 착하고 충성스러운 궁녀"의 역할을 맡게 될 게 자명해 보임
그렇다면 드라마 제목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가지는 것임?
아마도 작가는 "임금에게 진심을 다했으나 결국은 배신당한 궁녀"의 서사를 제조상궁과 광한궁에게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궁녀들의 비밀결사조직에 대해 쓰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줬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임.
차라리 제조상궁이 처음 밝혔던 이유, 사도세자는 궁녀들을 학대하는 살인마였고 그 아들을 왕위에 올릴 수 없다는 이유가 주제의식에 더 합당해 보임
지금 시점에 제조상궁 서사와 본서사를 연결하려면
제조상궁이 죽기 직전에 덕임이를 만나 자기 얘기를 해주고
"임금을 믿지 말아라"는 취지의 조언을 하면 덕임이는 부정하고...
세손은 그럴 리 없다고 넘어가지만 그게 훗날의 복선이 되는?
그런 정도의 궁예를 해봄
지금까지 우리드라마 정말정말 잘해왔고
이렇게 글쓰긴 했어도 8화 존잼으로 봤음ㅋㅋㅋㅋ 몰입감 개쩔었고 적어도 산덕임 감정선은 널 안뛰고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게 느껴져서
그냥 기대가 컸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컸던 것 같음
또 다음주에 갓해리 갓스토리 나오면 울면서 이 글 지울수도 있음... 나의 오만함을 용서해달라면서ㅋㅋㅋ
8화 뒤늦게 보고 급발진해서 쓴 글이라 개뒷북이고 비슷한 내용 카테에 이미 올라왔을 수도 있지만(아마 백프로 그럴듯) 그냥 한풀이한다 생각하고 써봤음ㅎㅎ...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줘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생각시들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같이 달리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옷소매는 갓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