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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악마판사 나는 주인공 강요한도 좀 성별반전 같았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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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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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디스토피아의 희망이자 빛이라고 분명히 못박은 캐릭터는 강요한이 아니라 김가온이고 

그래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일하자는 김가온 대사가 가장 주된 메시지임 



경력없는 초임 판사는 그런 말을 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고 드라마 안에서도 그랬으나

김가온은 대선배님들 앞에서 감히 한 말씀 올리겠다고 자기 의견을 제대로 발언할 수 있음



윗선들이 그 말을 듣든 말든 달라지는 게 있든 없든 

다들 눈치나 보면서 자기 보신에 급급할 때 죽음을 각오하고 단신으로 꿈터전 병원에 잠입해 진실을 폭로한 영웅 김가온

이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김가온더러 어린 게 분수도 모르고 나댄다고 비웃지 못함 



김가온이 작정하고 구원자나 영웅이 되려고 한 적은 없지만

강요한과 작가가 판단하기에 결국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사람은 김가온이었음

강요한은 김가온 같은 사람이 소신껏 발언하고 행동할 때 불완전한 시스템의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김가온이 그런 뜻과 의지를 펼쳐나갈 수 있게 적폐와 함께 스스로도 사라지는 것으로 김가온의 신념을 지탱하고 뒷받침함



근데 요즘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보통 이런 역할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되어 왔음

남성이 히어로, 그를 각성시키는 히로인이 여성

히어로를 보필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희생해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히로인

히어로의 고결한 이상, 정의, 포부를 누구보다도 지지하는 이 역시 히로인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은 가온이 요한의 일을 돕고 있다고 나오지만 

마지막이 되면 세상에 빛으로 드러나는 건 히어로 가온, 자취를 감추고 뒤에서 그를 받쳐주는 서포터는 요한 

여기서 성별 문제는 전혀 중요한 사항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흔히 봐온 작품과 비교해봤을 때 

결말 부분의 요한도 약하게나마 성별반전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해 



구글 번역기로 한참 해외팬들 감상 찾아 읽을 때 

팬들이 강요한을 동화 백조왕자와 인어공주에 비유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강요한, 백조왕자의 주인공 엘리제 공주, 인어공주 셋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할 권리를 박탈당한 캐릭터들임



엘리제는 저주받아서 백조로 변한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쐐기풀로 옷을 뜨고 있다는 걸 절대 말할 수 없음

말을 하면 엘리제도 오빠들도 모두 죽게 돼서 밤마다 묘지를 배회하며 쐐기풀 뜯는 마녀라는 오해를 사고 화형을 선고받아도 끝까지 입을 열지 못함

악마다, 마녀다, 뱀처럼 사람을 홀린다고 손가락질받는 이들은 전통적으로 항상 여성이기도 했음 

목소리를 빼앗겨 의사전달이 불가능해진 건 인어공주도 매한가지라 인어공주는 자신이 왕자의 목숨을 구했다고 알릴 방도가 없었음 



사랑하는 조카를 생각하느라 자기가 성당에 불을 낸 범인이 아니라고 변명하지 않는 강요한은 엘리제나 인어공주와 다를 게 없음 

셋에게는 해명이나 자기 변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말을 한다 해도 안 믿을 사람들밖에 없음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집에서 있었던 사고에 관해서도 강요한은 설명을 포기했었음



강요한은 총에 맞고도 자기보다 김가온을 위해 구조를 요청했지만 그런 사실을 말할 성격도 아니고 누가 묻지도 않음

(강요한의 이런 면모 때문에 자꾸 질문하는 김가온이 의미있는 캐릭터가 됨... 오로지 그만이 강요한의 말을 듣고 싶어했기에)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마지막으로 엘리야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다는 것도 시청자들만 아는 사실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는 미래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강요한도 팀 요한이 오지 않았으면 케이 옆에 누워 죽었을지도 모르고 



오래된 동화나 고전을 보면 오해받으면서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스스로 침묵을 선택하는 캐릭터는 특히 여성에게 부여되는 경향이 있음 

아무래도 인내, 성실, 희생, 핍박을 견디면서도 생존... 같은 성향을 여성에게 몰아주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겠지만 

강요한은 모든 세계명작에 등장하는 고전적인 남주인공 특성을 모조리 쓸어담은 캐릭터임에도 성별반전적인 요소까지 엿보이는 역할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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