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하여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다 가늠할 순 없으나 '북풍'이란 저 시는 참으로 신기하더라
처음엔 영락없는 연인들의 백년가약 하고지고 하는 그런 내용인 줄만 알았는데
동시에 '君臣'의 그 무엇도 끊임없이 찾는 듯 하더란 이 말씀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
세손저하는 분명 첫사랑에 빠졌다
덕임이 역시 아무도 묻질 않는 제 마음 속 깊이 세손에 대한 연정 한웅큼이 퐁당 파문을 일으킨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저하 처소안에 꽃이 피었으니 더 물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면서 재밌게도
"너의 주인이 언제부터 나의 어머니였느냐"나
'주상전하의 승은을 입은 것이냐'는
헐레벌떡 망둥산이를 낳고만 그 계례식 뻘짓에서도 덕임에 대한 첫사랑 징조 말고도 내 사람 된다면서 또 거짓을 고했던거냐 전하의 사람이 되고만 것이냐 내 사람 뺏겼다 다급함이 느껴져서인진 몰라도
오늘 회차 내내 세손저하는 끊임없이 덕임이에게 너는 나의 사람이냐 아니냐를 묻는듯 하였고
성가 덕임은 세손저하한테 한 남자로서, 왕세손으로서의 그의 마음가짐을 틈만나면 듣고자하는 것처럼 보여
나를 뭘로 보고 기방에 있는다고 그게 다가 아니니
백성들에게 본이 되고, 한점 부끄럼없는 그런 왕이 될 것이다
덕임이 끄덕
지조와 절개는 무릇 여인만 지키란 법이 없으니 세손저하의 답은 '훌륭하십니다'
이때만해도 덕임은,
성군이 되셔서 태평성대를 이루실 걸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약간의 아부와 믿음과 또 바람 적절히 섞어놓은 마음으로 서 있었을지도 모르지
동궁의 궁녀이오며 동시에 산 목숨 놓치기 싫은 한낱 나인의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중간에 계례식이 두 분 웃전의 난데없는(진 않았지만 무튼) 소리없는 격론에 그만 망쳐져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너의 계례식이었다 알아주는 이가 바로 세손저하라
덕임이의 마음은 남자로든 제 주인으로든 그에게 점점 기울어질 수 밖에
그리고 결정적 한방
영조는 사도를 닮으면 아니된다 세손을 모질게 학대하고
세손은 이 또한 지나가리 자괴감이 드는 그 순간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하는 중에
덕임이 물어
'분부하실 일은 없으십니까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 하니
세손저하는 짐짓 담담히 그래
'그저 곁에 있어라
그거면 된다'
<사랑하여, 내가 좋아하는 이와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저 문답은 실은, 북풍의 싯구처럼 이제 막 시작된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 영원하기를 기리는 대화이려니 할 수 있어
덕임이나 세손은 그래 내 사랑이다 할 수 있는 이가 내 곁에 있어, 그거 하나면 족하다할 그런 마음
(나는 이 나라의 왕세손이야)
"나에겐 언젠가 힘이 생겨
그 힘으로 수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다"
근데 이 연심이
세손저하의 오랜 숙원을 덕임이가 듣는순간
덕임이로 하여금 영조의 지엄한 명조차 어길 수 있는 '선택'을 하게 해
"한낱 궁녀이지만 저하의 사람입니다
일평생 곁을 떠나지 않고 오직 저하만을 위할 저하의 사람입니다
제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저하를 지켜드리겠나이다"
북풍과 같이 차갑게 베이는 영조의 핍박에도
눈이 펄펄 내리는 것처럼 세손을 어떻게 잡아먹을까 왕실 사람들의 야멸치게 냉혹한 눈초리 속에서도
잘 견뎌내셨습니다
앞으로도 그리 하실 수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아니합니다
지조와 절개를 지킴이 여인들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아는 분이기에 제 지아비로서 충분히 훌륭하옵니다
살생을 할거라 미리 재단하여
'죄인의 자식은 왕이 될 수 없다'는 그들에게도 수많은 이들을 살리고저 하는 세손저하의 뜻을 똑똑히 보여주소서
저하의 숨은 뜻이 저의 드러난 마음이 확고한데
더이상 우물쭈물 망설일 이유가 무에 있으리
이미 다급하고 다급한 것을...
성가 덕임, 나의 낭군 나의 군주 나의 임금님을 뵈옵는 그 첫 번째 '사람'이 되고자
정식으로 인사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