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에서 마상을 입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마상이 안 사라짐
아예 덕임이 안 보면 나을거야 서연 장소도 바꾸려고 함
바꿀 거야 서연 장소 바꾼다고 서연 장소
덕로도 알아본 덕임이 있는 거 모르다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난 너같이 하찮은 궁녀 신경 안 쓰임 아무튼 안 쓰임 안 쓰인다고
덕임이가 그나마 그림자처럼 기민하게 시중을 들면 덜 신경쓰일 것 같은데
존재감이 너무나 확연함ㅋㅋㅋㅋㅋㅋㅋ
챙 하고 연적 부딪치는 소리 내고 먹 갈랬더니 다과상 들고 나가버리고
그래도 난 너 신경 안쓴다 말도 안 건다 내 할 일만 한다
그럴 거다
내가 너 따위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덕임이가 자기 알아봤느냐고 물을 정도로)
말도 안 걸고 모르는 척 할 거고 내 할 일만 할 거고
결국 물어보고야 맘. 니가 왜 여기 있어
글씨도 안 써지고 일도 제대로 안 되고
덕임이는 할 일만 했을 뿐인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전부 다 밟힘
신경을 안쓰려고 노력할수록 더 신경쓰임
그 와중에 덕임이가 자기 똑바로 안 보는 건 또 싫음
와중에 덕임이가 머리 써서 배속 바꾸겠다고 하니 앞뒤 없이 울컥하고 빡침
요것 봐라 머리 쓰는 거 봐라
내가 너 보내는 거지 니가 날 안 보는 게 아니다
내가 너 가라고 안 했는데 니가 감히 배속을 바꾸니 마니
옆에 있으니 신경쓰여 미치겠는데 그렇다고 보내는 건 더 싫음
그래서 자기 최면 검
계속 보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익숙해질테니까
쟤가 뭐 대수라고 그냥 하찮은 일개 궁녀1일 뿐인데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괜찮아 내가 쟬 속였으니까 쟤가 마음에 걸릴 뿐이야
그치만 계속 보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존재 자체를 잊게 될 거야
그 와중에도 자신의 행동에 모순이 있는 걸 모름
거슬리면 보내면 되는데 안 보냄
궁녀 3교대라면서요
덕임이 밥은 먹었니
이제 글도 안 쓰고 독서 시간인 것 같은데
독서란 무릇 혼자 고요히 해야 집중도 잘 되고 옛 성현의 말씀을 새길 수 있을 텐데
덕임이 신경 안 쓰인다 혼자만의 사투에 이미 진 것 같음
덕임이 안 보냄
덕임이 졸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 있어서 신경 쓰이는 단계를 지나버림ㅋㅋㅋ
그냥 거기 있어서 좋음
책 읽는 척이라니요
자신이 뭘 하는지도 정확히 자각하지 못한 모습
그저 홀린듯 바라볼뿐
거기 덕임이가 있는 게 너무 좋고
다른 궁녀 같으면 창문 연김에 창문으로 나가 비나 보라 했을 거란 것도 잊고
거기 덕임이가 있어서
덕임이를 바라보게 되는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