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임이는 고민이야
궁궐이나 민가나 주인을 뫼시는 종이된 이상 생각 같은 걸 하면 안된다 잘 아는데 자기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너무 많아서
계례식에 정9품의 품계를 받는다한들 종은 종일 뿐
네..라고 답하기 이전에 왜? 라는 의문이 들때의 천방지축 행동만 보아도ㅇㅇ
하지만 이런 성격 덕분에 세손저하의 호랑이몰이에도 겁먹지 않고 그의 뜻을 따라 궁녀들을 최대한 탈없이 보호할 수 있었고
이런 성격인탓에 세손(=이라 칭하고 겸사서 나으리라 부르는) 살려달라 하다가 저승문턱 밟을 뻔했고 화완옹주 눈에 띄어 장 백 대 맞고 또 찐항아님으로 달나라 사는 선녀가 될 뻔했지
하여 궁이 무섭고 답답할 수도 있는 그런 아이에게 세손저하는 무엇을 하였나 하면
'생각'을 물으셨어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남몰래 저를 몰라서 놀리는 재미를 보기는 하나
저를 향해 거짓말쟁이라 재수없다 온갖 구시렁거림과 소금을 팍팍 뿌리기까지 하는데 너의 목숨은 한 열개쯤 되느냐 꾸중을 하면서도 그 아이의 '목숨'자체를 갖고는 가벼이 대하진 않지
그는 또 가까이 오라 말해
그리고 '속마음'을 털어놓아 보라고
이에 덕임이 두려워하면서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무에 그리 어려워서 말을 돌리고 미안함을 표하지 아니하는가 평소했던 '생각'들을 '속내'를 털어놓듯 다다다..
마지막에 자기야말로 세손에게 실망했노라 저하가 잘못했다 확인사살하기 이르니
뒷담 말고 앞담이라 부를 그 덕임이 뜻밖의 팩폭에 세손저하 일각이면 충분할거다 싶던 제 시간을 그만 하릴없이 지나가게 둬버리네?
덕림이는 알기나 할까?
종으로써 버려야 마땅하다 해야하는 그녀의 '생각'을 들어주고
말해봤자 경을 치거나 좇김이나 당하겠지 싶어 억울해도 서러워도 가슴 속 깊숙히 눌러담아온 속마음들을 이분은 함부로하실 분이 아니다 란 믿음이 어느새 깔린듯 세손저하한테 다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화완옹주의 일은 니 잘못이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말라'는 말로 대하기힘든 웃전의 갑질에 속수무책 무력했을 아랫사람에게 미안함으로 에두르고
'여인은 확실히 세심하구나'란 말로
니 덕분에 곤란한 지경을 무사히 피할 수 있었구나 고마움을 표한 느낌이었다는 걸 말이지
어느새,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한낱 궁녀인 그녀가 세손저하를 상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생각을 나누게 되었으니
이제 곧일 것이다
꽃도 피고 비도 내렸으니 금방일 게야
이번엔 생각을 나눴으니 다음은 마음을 나누면 되겠구나
생각이란 게 없어야 하는데, 그저 복종을 해야 마땅할진대, 먼저 물으시고 먼저 답을 듣고자하니 그저 저하...ㅠㅠ
어찌 사랑이란 게 제 주인 찾아 아니올 수 있겠는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