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무리없이 성장하는 모습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KBS 2TV 수목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의 두 주인공 김달리(박규영 분)와 진무학(김민재 분)의 성장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이다.
11화에선 작은아버지 김흥천(이도경 분)이 언론을 통해 “김달리는 입양아”라고 폭로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었던 나공주(송지원 분)의 달리를 향한 이유없는 적의, 사촌 오빠 김시형(이재우 분)의 근거없는 자신감, 그리고 5년 전 빗속에서 태진(권율 분)에게 야멸차게 버려진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당시 “뭐든 하겠다”며 매달리는 달리를 향해 태진은 “다시 태어나. 청송가의 딸로”란 말로 달리 가슴에 비수를 꽂았었다.
그 모든 후유증을 끌어안고 청송미술관에 홀로 남은 달리에게 다가온 진무학은 겁먹은 고양이처럼 눈치만 보는 달리를 향해 “착희와는 그런 사이 아니다”며 안착희(연우 분)와의 관계를 변명했다. 그리고 정작 달리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선 “입양아면 달리씨가 달리씨가 아닌게 되냐”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엉키고 설킨 달리의 심사를 한순간에 풀어주는 심상하지만 통쾌한 위로를 전한 것이다.
세상이 외면할 때 내 편 하나라도 있으면 힘을 얻는 것이 사람이다. 순둥순둥한 학구파 달리는 자신을 겨냥한 사생활 논란·명품쇼핑 등의 가짜뉴스를 기자회견으로 정면돌파,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는가 하면, 현실 대장동 사건을 연상시키는 청송미술관 인근 그린벨트 개발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까지 올리고, 본인의 마약투약혐의를 작고한 아버지 김낙천(장광 분)에게 뒤집어씌우는 사촌오빠 시형을 향해 분노의 싸대기를 날리는 불굴의 생활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옆엔 어떤 상황에서도 달리를 웃게 만드는 진무학이 있었다.
https://gfycat.com/UnitedPointedArchaeopteryx
‘돈귀신’ 진무학도 변했다. 세상살이 돈이 다인줄 알았는데 사랑도 있었고, 그 사랑을 하고 보니 병든 아내, 굶고 있는 아들조차 외면하고 바람 핀 아버지(안길강 분)마저 이해할만 했다. 돈이냐 예술이냐 격렬한(?) 논쟁을 벌인 송사봉(우희진 분)에게도 사과할 줄 알게 됐고, 마약스캔들로 인한 압수수색 끝에 폐허가 된 미술관에 남겨진 달리를 안고는 위로할 말 한마디 찾아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식을 한탄하기도 한다.
진무학은 김낙천 관장 작고후 세상풍파에 팽개쳐진 달리의 등대가 됐고 달리는 ‘돈’에 매몰된 황폐한 진무학의 세상을 사랑으로 적셔가는 샘물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외쳐본들 세상이 녹녹할 리는 만무하다.
자본주의 세계관의 끝판왕 장태진이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죄책감의 대상, 아직 식지않은 옛사랑 김달리는 얼추 획득해야 할 트로피 쯤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달리의 현재 사랑, 자신의 와이셔츠에 튄 감자탕 국물같은 진무학을 밟아버리기로 작심했다.
청송가의 명예에 눈이 먼 김흥천은 장태진의 사주를 받아 달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진무학에겐 ‘돈이냐 사랑이냐’, 달리에겐 ‘사랑이냐 보은(報恩)이냐’의 딜레마가 던져졌다.
성장하는 두 사람과 달리 장태진은 ‘사람 고쳐 못쓴다’는 시쳇말을 온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김낙천 관장의 작고로 달리가 돌아왔을 때 장태진은 달리를 되찾아 올 결심을 했다. 세기그룹의 실권을 장악한 지금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달리와 맺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5년 전 달리를 버릴 때는 아마도 그룹승계와 연관돼 입양아와는 맺어질 수 없는 상황였던 모양이다.
자신이 반성하고 뒤에서 돕고 사고무친의 달리를 위로하다 보면 달리 역시 옛 감정을 회복하리라 믿었다. 달리를 얻고나면 안상태(박상면 분)를 사주해 추진하던 청송미술관 인근 그린벨트 개발계획도 속도를 낼 수 있을 테고.. 그런데 어디서 돼지 등뼈같은 진무학이 나타나 신경을 거슬린다.
한동안은 달리를 위해서라면 그린벨트 개발계획도 접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맘도 몰라주고 자존심 상하게 감자탕집 아들과 짝짜꿍하는 꼴을 보자니 속이 뒤집힌다. 게다가 이 깜도 안되는 녀석은 점잖은 충고를 불학무식하게 맞받아치며 겁 없이 기어오른다. 게다가 어이없게도 진무학의 새엄마라는 감자탕집 안주인 소금자(서정연 분)가 바라보기도 아까운 달리에게 손찌검까지 하다니..
진무학의 사무실로 쳐들어간 태진은 진무학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저렴하게 속심을 털어놓는다. “천하고 무식한 것들이 상대해주니까 똑같은 사람인 줄 아나본데 너 같은 것들은 마음에 품는 것조차 안 되는 사람이야. 왜 감자탕 먹을 때 흰 옷 안 입는 줄 알아? 튀니까. 너 같은 애들처럼”이라고 으르렁거려 본다.
장태진에겐 상황이 바뀌면 사랑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 대전제는 언제나 ‘나’다. 내가 사랑을 베풀면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사랑을 거두면 그에 순응해야 한다. 내 입장이 불안할 때 ‘입양아’ 달리는 거둘 수 없는 사람였다. 온전히 힘을 확보한 지금은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내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그린벨트 개발도 포기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청송미술관을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만다.
클라이막스까지 장태진의 위세는 등등할 것이다. 하지만 멈춰선 사람은 나아지는 사람에게 추월당하기 마련이다. 비록 안쓰럽지만 ‘고쳐 못 쓸’ 장태진보다 서로가 힘이 되어 끌어주고 밀어주며 사랑하는 김달리와 진무학을 응원하게 된다.
http://naver.me/5kLDDvam
리뷰기사 좋다 구구절절 다 맞말 ㅠㅠ
11화에선 작은아버지 김흥천(이도경 분)이 언론을 통해 “김달리는 입양아”라고 폭로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었던 나공주(송지원 분)의 달리를 향한 이유없는 적의, 사촌 오빠 김시형(이재우 분)의 근거없는 자신감, 그리고 5년 전 빗속에서 태진(권율 분)에게 야멸차게 버려진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당시 “뭐든 하겠다”며 매달리는 달리를 향해 태진은 “다시 태어나. 청송가의 딸로”란 말로 달리 가슴에 비수를 꽂았었다.
그 모든 후유증을 끌어안고 청송미술관에 홀로 남은 달리에게 다가온 진무학은 겁먹은 고양이처럼 눈치만 보는 달리를 향해 “착희와는 그런 사이 아니다”며 안착희(연우 분)와의 관계를 변명했다. 그리고 정작 달리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선 “입양아면 달리씨가 달리씨가 아닌게 되냐”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엉키고 설킨 달리의 심사를 한순간에 풀어주는 심상하지만 통쾌한 위로를 전한 것이다.
세상이 외면할 때 내 편 하나라도 있으면 힘을 얻는 것이 사람이다. 순둥순둥한 학구파 달리는 자신을 겨냥한 사생활 논란·명품쇼핑 등의 가짜뉴스를 기자회견으로 정면돌파,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는가 하면, 현실 대장동 사건을 연상시키는 청송미술관 인근 그린벨트 개발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까지 올리고, 본인의 마약투약혐의를 작고한 아버지 김낙천(장광 분)에게 뒤집어씌우는 사촌오빠 시형을 향해 분노의 싸대기를 날리는 불굴의 생활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옆엔 어떤 상황에서도 달리를 웃게 만드는 진무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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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귀신’ 진무학도 변했다. 세상살이 돈이 다인줄 알았는데 사랑도 있었고, 그 사랑을 하고 보니 병든 아내, 굶고 있는 아들조차 외면하고 바람 핀 아버지(안길강 분)마저 이해할만 했다. 돈이냐 예술이냐 격렬한(?) 논쟁을 벌인 송사봉(우희진 분)에게도 사과할 줄 알게 됐고, 마약스캔들로 인한 압수수색 끝에 폐허가 된 미술관에 남겨진 달리를 안고는 위로할 말 한마디 찾아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식을 한탄하기도 한다.
진무학은 김낙천 관장 작고후 세상풍파에 팽개쳐진 달리의 등대가 됐고 달리는 ‘돈’에 매몰된 황폐한 진무학의 세상을 사랑으로 적셔가는 샘물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외쳐본들 세상이 녹녹할 리는 만무하다.
자본주의 세계관의 끝판왕 장태진이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죄책감의 대상, 아직 식지않은 옛사랑 김달리는 얼추 획득해야 할 트로피 쯤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달리의 현재 사랑, 자신의 와이셔츠에 튄 감자탕 국물같은 진무학을 밟아버리기로 작심했다.
청송가의 명예에 눈이 먼 김흥천은 장태진의 사주를 받아 달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진무학에겐 ‘돈이냐 사랑이냐’, 달리에겐 ‘사랑이냐 보은(報恩)이냐’의 딜레마가 던져졌다.
성장하는 두 사람과 달리 장태진은 ‘사람 고쳐 못쓴다’는 시쳇말을 온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김낙천 관장의 작고로 달리가 돌아왔을 때 장태진은 달리를 되찾아 올 결심을 했다. 세기그룹의 실권을 장악한 지금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달리와 맺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5년 전 달리를 버릴 때는 아마도 그룹승계와 연관돼 입양아와는 맺어질 수 없는 상황였던 모양이다.
자신이 반성하고 뒤에서 돕고 사고무친의 달리를 위로하다 보면 달리 역시 옛 감정을 회복하리라 믿었다. 달리를 얻고나면 안상태(박상면 분)를 사주해 추진하던 청송미술관 인근 그린벨트 개발계획도 속도를 낼 수 있을 테고.. 그런데 어디서 돼지 등뼈같은 진무학이 나타나 신경을 거슬린다.
한동안은 달리를 위해서라면 그린벨트 개발계획도 접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맘도 몰라주고 자존심 상하게 감자탕집 아들과 짝짜꿍하는 꼴을 보자니 속이 뒤집힌다. 게다가 이 깜도 안되는 녀석은 점잖은 충고를 불학무식하게 맞받아치며 겁 없이 기어오른다. 게다가 어이없게도 진무학의 새엄마라는 감자탕집 안주인 소금자(서정연 분)가 바라보기도 아까운 달리에게 손찌검까지 하다니..
진무학의 사무실로 쳐들어간 태진은 진무학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저렴하게 속심을 털어놓는다. “천하고 무식한 것들이 상대해주니까 똑같은 사람인 줄 아나본데 너 같은 것들은 마음에 품는 것조차 안 되는 사람이야. 왜 감자탕 먹을 때 흰 옷 안 입는 줄 알아? 튀니까. 너 같은 애들처럼”이라고 으르렁거려 본다.
장태진에겐 상황이 바뀌면 사랑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 대전제는 언제나 ‘나’다. 내가 사랑을 베풀면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사랑을 거두면 그에 순응해야 한다. 내 입장이 불안할 때 ‘입양아’ 달리는 거둘 수 없는 사람였다. 온전히 힘을 확보한 지금은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내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그린벨트 개발도 포기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청송미술관을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만다.
클라이막스까지 장태진의 위세는 등등할 것이다. 하지만 멈춰선 사람은 나아지는 사람에게 추월당하기 마련이다. 비록 안쓰럽지만 ‘고쳐 못 쓸’ 장태진보다 서로가 힘이 되어 끌어주고 밀어주며 사랑하는 김달리와 진무학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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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사 좋다 구구절절 다 맞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