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의 휘는 죽은 찐휘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역할에 짓눌려 거의 자기 자신은 잃은 상황이야
물론 때론 숙부에게도 강하게 맞서보며, 궐 내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대해보며 굳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능력치도 찐휘에 맞추는거고, 그 자리를 지킴으로서 휘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었지
난 오늘 산성씬을 회강씬이랑 이어서 생각을 해보니
둘 사이의 서사에 은은하게 세자로서의 휘의 성장을 녹여냄과 동시에 휘의 자아를 찾아주는...? 포인트가 있어 보이더라
회강씬은 지운이가 빌런들과 선을 그으면서 휘의 마음을 녹이고 신뢰를 한걸음 주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또 어떤 면에선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세자의 역할이 아닌, 휘 본인이 지켜내는 세자의 의미를 만들어보라는 말 같기도 했어
나라의 국본으로서 백성을 생각하고 어진 임금이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가장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애를 가지고, 고고하게 강건함을 지켜야 그 다음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 결국 스스로를 잃지 말라는 것.
산성씬에서도 표면적으로 굳어 있는 마음을 녹이고 사람들을 좀 더 살펴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 높은 자리에 서서 궁궐을 내려다보는 구도 자체가 새롭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휘는 그동안 진흙탕 같은 궐 안에서 일단 내 자리부터 지켜야 하기에
다른 사람을 봐도 자신과의 연결고리나, 어디서부터 온 사람인지부터 파악해야 했고 의도를 파악해야 했는데
그렇게 조금 멀리서 크게 궐을 지켜보고 그 움직임을 볼 일이 있었을까 싶었어
어쩌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버티던 세자에서, 정말 세자라는 자리의 무게감과 시각을 가지게 되는 느낌
사실 이 모든 건
지운이가 휘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지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휘의 주변 모든 사람들이 휘를 지키기 위해 휘와 함께 날이 서서 주변을 살펴보고, 선을 긋고, 누가 언제 공격할 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을 때
가장 보통의, 일반적인 세자가 가졌을 시선을 선물해 준 것 같아
잃었던 스스로를 다시 찾고, 두려움 속에 갇혀있던 시각에서 벗어나 시선이 확장되고 나니
살아야 한다, 지켜야 한다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휘가 비로소 다른 생각을 담을 수 있고 굳어있던 마음이 부드러워져
꽁꽁 감춰왔던 마음 속 담이까지 꺼내놓기 시작한거지
사실 원래 담이었던 휘는 원래도 주변과 사람을 잘 살피던 사람이었는데 그 모습까지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리고 이건 휘를 생각하지만,
휘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과 시각이 다른
그렇지만 진짜 휘의 모습을 알고 있는 (스스로는 지금 그걸 모르지만)
지운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앞으로도 어떠한 형태로 지운이는 또 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할테고
그게 어떻게 담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이 될지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