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fycat.com/IdenticalIllinformedGrunion
두식의 안팎이 사랑으로 요란할 정도로 사랑이 쏟아졌다.
넘실거리는 사랑 안에서 두식은 자신이 혜진과 애써 친구로만
지내고자 했던 이유마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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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사랑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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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다. 내가 감히, 행복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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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의 대가는
컸다.
방금 전만 해도 내 품에서 행복하다며 웃던 연인은 사라지고,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어 하는 마음만으로도 죄스러웠던 비명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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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가 들려왔을 때, 두식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또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 이름을 외쳐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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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을 치던
발에 닿은 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연인이 아니라 또다른 자신이었다.
차디찬 얼굴과 공허한 눈빛으로 미동도 없이 우뚝 서 있던 두식은 행복한 꿈에서 깬 두식에게 물었다.
행복하냐고. 과연 네가, 행복해도 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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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행복해선 안 되는 존재라는 걸 기억해버린 두식은 울부짖으며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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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던 두식을 깨운 건 혜진의 목소리였다.
사라졌을까 두려웠던 연인이 눈 앞에 있는 걸 본 두식은 다급히 혜진을 끌어안는다. 가지 마. 나만 두고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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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함께
할 일을 가지고 와 품을 파고 드는 혜진 덕에 두식은 악몽은 잠시 잊고 사랑에 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혜진이
불러 온 파도에 두식의 발목이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두식의 상처를 품고 있는 도시에서도 혜진과 함께였기에 괜찮았다.
그를 뒤흔드는 바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나타난 오랜 기억은, 거센 소용돌이처럼 몰려와 두식을 빨아들였다.
소용돌이는 두식을 또 다시 자신의 악몽속에 던져 놓았다.
사방이 깜깜한 방 안에선 혜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희미하게 들리는 혜진의 목소리를 향해 손을 뻗자, 문고리가 손에 잡힌다.
문고리를 힘껏 잡아 돌렸지만, 무거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혼자서는 열 수 없었다. 크게 소리쳐 혜진을 불러야 할까.
두식은 문을 바라보고 주저 앉았다.
두식은 작게나마 들려오는 혜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혜진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이 모두 좋다며 웃는 혜진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예뻤다.
보석보다 빛나게 웃는 너에게 늘 웃음만 주고 싶어.
문 너머에선 혜진이 행복을 조잘거리며 웃고 있었다.
두식은 그 웃음이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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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의 기뻐하는 얼굴을 상상하며 혜진에게 편지를 썼다.
혜진이 들으면 좋아할 말들로 종이를 채워 나갔다.
아무리 종이를 빼곡히 채워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남아 있었다.
두식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두운 방을 환하게 채우는 혜진의 미소를 상상하며 편지를 쓰고 또 썼다.
자신의
손 끝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의 말들이,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게 했다.
기나긴 새벽이 끝난 후 해가 떠올랐다.
또 다시 해가 저물어 밤이 될 동안 두식은 혜진의 기뻐하는 얼굴을 상상하며 사랑을 쓰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채우고 전해 줘야지.
그때 두식이 기대 앉아있던 벽이 울렸다. 혜진이었다. 혜진은 조심스레 벽을 두드리며 두식을 불렀다.
“혹시 거기 있어?”
혜진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두식은 그제야
자신이 방 안에 갇혀 있었던 하루 동안 변해 갔던 혜진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식은 혜진의 부름에 자석처럼 응답했다.
“나 여기에 있어.”
울지 마. 미안해. 내가 이 방에 갇혀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두식은 욕심만큼은 채우지 못한 편지를 문 틈으로 건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할까.
이걸로라도 널 웃게 할 수 있을까.
이거라면, 이 방에 갇힌 나라도 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편지를 받아 든 혜진은 두식의 악몽이 하얀색 꿈으로 변할 만큼 밝게 웃었다.
두식은 혜진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방 안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를 잊었다.
“행복해. 네가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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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으로 눈부신 빛이 보였다. 다행이었다. 두식은 그 빛을 태양 삼아 살아갈 것이었다.
https://gfycat.com/FatNarrowGhostshrimp
“사랑해.”
나를 살게 하는 사람.
“나도 사랑해.”
혜진이 답했다.
두식은 작은 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들을 끌어안았다.
이 빛이 없었던 날들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빛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웃음이 그친 세상에서 들려올 소리를 다시 들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https://gfycat.com/EnchantingNegligibleGreatargus
혜진아.
https://gfycat.com/TartInexperiencedAmericangoldfinch
혜진아.
혜진아, 거기에 있지?
https://gfycat.com/WeirdFittingBluefintuna
두식은 끊임없이 혜진을 불렀다.
혜진은 두식의 모든 부름에, 온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답했으나 두식의 악몽만은 오롯이 두식의 것이었다.
두식은 수천수만 번을 불러도 돌아오는 응답을 들으며 소망했다.
계속 그곳에 있어줘. 나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