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우리 같이 죽을래요?
강재의 말에 부정은 심장이 너무 뛰었어
달린 것도 아니고, 놀랜 것도 아니고, 너무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온전히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서였을까?
심장이 너무 뛰어서 옷이 막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모텔을 나와서도, 아부지 집 앞에 도착해서도 계속 그 말이 생각났어
부정에게 그 어떤 말보다도 위로가 되어주었던 말
혹시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우리 같이 죽을래요?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부정은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부지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
옥상에 가서 잠시 찬바람을 쐬고 머리를 식히러 올라갔는데
거기에 그가 있었어.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같이 죽자던 사람이..
그리고 그가 또 말해
우연히 만나면 같이 죽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만났네요
진담은 아닐테지만 농담도 아닌 것 같은 강재의 말에, 부정은 문득 확인이 하고 싶어졌어
원래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해요?
뭘요?
뭐 같이 죽자 뭐 그런 말
안하죠... 네, 안해요..
근데 왜 했어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왜 그랬는지..
강재의 대답에 부정은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어
장난은 아닌 것 같고, 그 대답에서 진심이 느껴졌어
아, 이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같이 죽자는 말은 내가 느낀 그대로 진심어린 위로였구나
어쩌면 이 사람은 내 아픔을 온전히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이 사람에게.. 조금은.. 마음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503-옥상 씬이 너무 좋아서 계속 다시 보다가 글로 한 번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