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복사꽃밭 네가 아직도 그곳을 기억하는지 알고 싶다
마음에 품었었다 한들 이미 난 죽은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손을 잡아주던
너의 따스함을 나는 잊지못한다
혹 기다렸느냐, 내가 약조했던 내일을
듣고 싶다 네가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를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았을 때 어렸을 적 저와 함께 복숭아를 따주었던
그 소년이 보고 싶어서 그린 것입니다
낭자의 잘못이 아니오
어쩔 수 없는 일로 자신만을 탓하지 마시오
람아 보고 싶었다, 해서 잊지 않았다
20여년 전 만났던 소년이 있습니다
여기가 그 소년과 추억이 깃든 장소라서요
하람아, 너 맞지?
나는 낭자가 찾는 그 소년이 아니오
미안하오 이제 그 소년은 그만 잊는 게 좋겠소
그 소년은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았을 때
복숭아를 따다 주었던 저의 소중한 벗이기도 합니다
지나간 인연은 잊으셔야 하오
그 소년이 분명 다음 날 찾아온다 약조했다 하지 않으셨소
헌데 오지않은 그 소년을 낭자가 찾아서 소년이 기뻐할까요
그 소년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면,
잠시 약조를 잊어서 오지 못한 것이라면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 다시 찾아가는 것이 문제가 되었겠습니까
소년이 낭자를 찾아오지 않은 것은 낭자를 잊었기 때문이오.
그러니 잊으셔야하오
가라 가 가슴에 댓돌이 놓인 표정을 하고선 그런 말을 하면 누가 믿냐
하람아 잊어달라 하였지 허나 나는 너를 잊을 수 없다
한번 그어진 획은 지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맞다고 해도 어차피 한번 끊어진 인연이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큰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간직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기억
지키고 싶었던 약속을 이렇게 보낸다
제가 아는 소년이 컸다면 딱 선비님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그 소년이 자신을 알아보길 원치않으니까요
해서 사정은 모르지만 지켜줄 것입니다
그 아이가 자신을 알아보기 원치 않는다면 죽은 듯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겠지요
모른 척 지내기로 하였다 그 말입니다
허나 전 지금의 이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겁니다
또 다시 약조를 지킬 수 없을만큼 힘든 날이 오면
그땐 선비님을 믿고 기다렸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잊지마십시오
안되겠다
송구하옵니다 대군
저와의 약조가 먼저였습니다
19년 전 우리가 약조했던 날
그날 눈이 멀었어 이런 눈으로 널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
널 만났다 한들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웠어, 아주 많이
헌데 난 너를 지금 내 곁에 둘 수가 없어
너의 곁에 있으면 난 오래 전 하람이고 싶어지니까
복숭아를 따러 가자고 약조했던 그 옛날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지니까
그러니 넌 날 모른 척 이대로 살아가다오, 부탁이다
나도 사는 게 겁이 나고 두려울 때가 있어
그럴때마다 난 언젠가 네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을 떠올린다
자책하지 마 난 잘 모르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모두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거야 하람아
가끔 오늘처럼 네 마음을 솔직하게 나한테 말해줘
난 그거면 된다
https://gfycat.com/ElatedRipeAcaciarat
기다려다오 언젠가 널 찾아갈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