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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갯마을 한 사람을 살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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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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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여자가 있다. 

집에 돌아가면 아직도 아이의 방이 남아 있는데, 

아이가 만지던 장난감이 지금도 이쁘게 반짝이는데,

손에 잡힐듯이 내 새끼가 생생한데, 그 새끼가 품 안에 없다. 

낮인지, 밤인지, 하루가 흘렀는지, 계절이 지나가는지, 

세월이 손에서 빠져나가는데, 텅 비어 있었던 여자. 


그런 여자에게, 어느 날, 제 새끼를 꼭 닮은 사진 하나가 왔다. 

소아 환자 후원 모집. 

하얀 얼굴, 듬성듬성한 이빨, 그럼에도 이쁘게 웃는 모습이 

아, 죽은 내 새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다. 

좀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돈만 더 있었더라면, 

이렇게 내 새끼를 허망하게 보냈을까. 

일분 일초 문드러지는 가슴을 안고, 니가 없는 세상을 혼자 살아야 했을까. 

그리고 세상 어디에서 또 누군가가

나같이 찢기는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그 때, 방문을 나섰던 거 같다. 

면을 치대고, 짜장면을 담고, 짬뽕국물을 펐다. 

돈이 들어왔다. 

천원짜리, 만원짜리.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기부를 하기로 했다.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람이요.”

이름이 불리면, 우리 새끼. 꼭 살아있는 거 같아서. 

이 못난 어미 곁에 있는 거 같아서. 


짠순이가 되어가고, 돈과 관련해서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악바리에 푼수같이 되어버린 여자를 보고도, 

공진동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품었다. 

상처입은 날개짓임을 알기에. 

그 상처가 아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을 알기에. 

그저 그들은,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는 걸 택했다. 

그것이, 한 사람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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