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여자가 있다.
집에 돌아가면 아직도 아이의 방이 남아 있는데,
아이가 만지던 장난감이 지금도 이쁘게 반짝이는데,
손에 잡힐듯이 내 새끼가 생생한데, 그 새끼가 품 안에 없다.
낮인지, 밤인지, 하루가 흘렀는지, 계절이 지나가는지,
세월이 손에서 빠져나가는데, 텅 비어 있었던 여자.
그런 여자에게, 어느 날, 제 새끼를 꼭 닮은 사진 하나가 왔다.
소아 환자 후원 모집.
하얀 얼굴, 듬성듬성한 이빨, 그럼에도 이쁘게 웃는 모습이
아, 죽은 내 새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다.
좀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돈만 더 있었더라면,
이렇게 내 새끼를 허망하게 보냈을까.
일분 일초 문드러지는 가슴을 안고, 니가 없는 세상을 혼자 살아야 했을까.
그리고 세상 어디에서 또 누군가가
나같이 찢기는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그 때, 방문을 나섰던 거 같다.
면을 치대고, 짜장면을 담고, 짬뽕국물을 펐다.
돈이 들어왔다.
천원짜리, 만원짜리.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기부를 하기로 했다.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람이요.”
이름이 불리면, 우리 새끼. 꼭 살아있는 거 같아서.
이 못난 어미 곁에 있는 거 같아서.
짠순이가 되어가고, 돈과 관련해서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악바리에 푼수같이 되어버린 여자를 보고도,
공진동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품었다.
상처입은 날개짓임을 알기에.
그 상처가 아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을 알기에.
그저 그들은,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는 걸 택했다.
그것이, 한 사람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