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에 공진에 내려왔던 혜진이를 기억해?
혜진이는, 아빠와 통화를 하면서도 자신이 병원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빠에게 죽은 엄마의 생일을 기억하는지,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어.
가족이지만, 혜진이와 아빠를 이어주는 끈은 참 얇게 느껴졌었지.
그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연옥도, 혜진에게는 같은 층에 있는 불편한 남이었고.
공진 사람들도, 혜진이의 처음에는 참견많고 힘든 사람들이었지.
하지만, 두식이와 만나고, 공진에서 살아가면서, 혜진이는 점점 변해가고 있어.
불편함이 있어도 어떤 사람을 피하기 보다는,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거지.
예전같았으면 혜진이는 가출한 주리를 냅다 두식이에게 넘겨줬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혜진이는, 사람을 알아가려 해.
어떻게 보면 건방지고 짜증나는 꼬마의 이야기를 듣고,
하물며 어떤 부분에서는 그 애에게서 좀 더 어른스러운 점을 배워나가기도 해.
도입부까지만 해도 성적 지상주의를 얘기하던 혜진이가.
막상 주리의 꿈의 결과물들을 보고는,
그걸 지지해주기도 하지.
소셜포지션이 세상 중요한 혜진이 쪽팔림을 무릅쓰고,
주리의 풋사랑의 꿈을 지켜주려 무대에 올라가.
그리고, 마지막에 화해한 주리와 춘재를 보면서
혜진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 화분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혜진이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얘기하지,
종종, 전화하라고.
꼭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어도, 언제나 마음 한 켠에 그리운 가족이니까.
그렇게, 1회에서는 서먹서먹하던 아버지와의 사이가,
6회에서는 좀 더 끈끈하게 이어졌어.
이 모든 것이, 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거야.
한 사람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우주를 넓혀나간다.
16회까지, 혜진이의 우주가 얼마나 넓게 퍼져나갈지 궁금하고 두근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