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생강 칼럼니스트
영리한 로코의 정석, '갯마을 차차차'
원작 자체가 2004년의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다. 영화 <홍반장>은 대단한 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아니지만,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썩 괜찮은 기억을 남긴 작품이다. 너무 오버하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로맨틱코미디의 재미를 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고 김주혁과 엄정화가 열연한 남녀 주인공들은 꽤 캐릭터 설정이 잘 된 주인공들이었다. 잘생긴 시골동네 반장 홍반장 캐릭터는 유니크한 매력이 있는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이었다. 또 치과의사 윤혜진 역시 똑떨어지는 매력이 있는 여주인공으로 당시에 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갯마을 차차차>는 이 두 주인공을 가지고 다시 한 번 2021년에 맞게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아직 초반이지만 <갯마을 차차차>는 굉장히 영리한 로맨틱코미디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홍반장>이라는 익숙한 타이틀을 버린 것도 센스 있다. 10년도 더 지난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편견을 가시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갯마을 차차차>라는 제목 역시 탁월하다. 제목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도 그렇다.
<갯마을 차차차>는 특별히 복잡한 전개는 없다. 하지만 작위적이지 않게 남녀 주인공의 밀당 대립구도를 끌어간다. 특히 남녀주인공 모두 자아가 강하고 자기 확신이 강한 인물들이다. 누구 하나 밀리는 사람 없이 이런 두 사람이 귀엽게 으르렁대는 로맨스는 속 끓이고 저자세에 답답한 고구마 로맨스가 아닌 동치미 로맨스 같은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김선호, 신민아 두 주인공의 안정적인 티티카카 연기도 이런 드라마의 자연스러움에 한 몫 한다. 특히 첫 회에서 호감 없고 오히려 비호감이었던 두 사람이 어색하나마 친구로 가까워질 때까지의 느낌을 두 배우는 잘 살려내었다.
여기에 적절하게 강원도 어딘가에 있는 가상의 갯마을 공진 사람들이 능청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조연의 역할을 해준다. 화면 장악력 있는 김영옥과 오랜만에 드라마에 나타난 신신애의 감초 연기가 굉장히 반갑다.
갯마을 공진항 풍경도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일단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작은 골목과 언덕들이 있다. 반면에 넓게 펼쳐진 바다의 풍경과 쭉 뻗은 고속도로도 이 마을에 함께 있다. 앞의 풍경이 아기자기한 매력이라면, 후자는 시원시원하다.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인 가상의 갯마을 공진은 이 두 개의 요소가 영리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또 이 드라마에 두 사람이 그려내는 이야기 역시 아기자기하면서 시원시원하다. 낯선 바닷가를 여행하듯 편안하고 시원한 가상 로맨스를 즐기고 싶은 시청자에게 <갯마을 차차차> 같은 드라마 여행지가 최근에 있었던가?
https://v.kakao.com/v/20210906141157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