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6년 간 주영도 보면서 얼마나 생각했을까. 본인이 희생해서 남 돕고 구하는 거,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그런데 자기도 구해진 입장이고 계속 본인이 정상인지 아닌지 확인받으러 와야 하는 입장이니까 주영도더러 너도 그거 괜찮은 거 아니야 상담받아 할 수 없는 처지였음.
어쨌든 그 성격 덕에 목숨 빚진 입장이었으니까 네가 이렇게 희생한다고 온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기는 좀... 양심이.........
누구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본인을 향한 여러 소문들이 있다는 걸 본인이 알기 때문에 선뜻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는 없었을 거야.
이럴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연애였겠지. 나 좋다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면 될 것 같았던. 그런데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했고.
패트릭... 물론 가영이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휘청거리는 걸 잡아줄 수는 없었음. 여전히 머리 푼 미친 언니를 상대하고 상황을 걱정하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주영도를 찾아가며 내가 하는 연애가 맞는지 틀린지 답을 찾으려고 했지. 여전히도 영도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거임.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인물소개로 공개된 설정에서도 친구 없는 안가영이 우연이지만 일방적으로(?) 맺게 된 강다정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음. 그 이후로 안가영은 주영도에게 자기가 정상인지 아닌지 확인받지 않게 됐음.
결혼에 성공해서 이혼을 하고도, 꽤 괜찮아지고도 뺀질나게 주영도를 찾아가 수면제 두 배로 늘렸다고 이실직고 하고 본인의 상태에만 집중하던 안가영이 이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돼. 그리고 그동안 진 빚을 갚으려고 노력할 만큼 좋아지더라고. 물론 친구가 있어본 적도, 친구 연애를 응원해본 적도, 친구 연애를 도와줘본 적도 없어서 모든 게 급발진이고 우당탕탕이지만 행동들 자체는 다 진심이 보였음. 과거 목숨을 빚진 은인에게도, 현재까지 아팠던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친구에게도.
이런 걸 보면 꼭 사랑을 통한 구원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면서 좋은 친구 하나 만나면 인생 잘 살았다 생각하는 것처럼 가영이에게도 이런 관계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음... 다정이도 은하도 가영이 유명한 연예인이라고 어려워한다던가 계속 연예인 취급했으면 가영이는 계속 휘청거렸을 거 같기도 함.
가영이에게는 다른 것보다 내가 캠핑 가고 싶다 하면 같이 가주고 자기가 고집 부리는 거 알면서도 텐트 쳐주다가 힘들다고 하면 조금 티키타카도 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음...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도 많이 먹던 안가영이었는데 강다정 집에서는 꿀잠 잔 것처럼.
마지막에 가영이가 어떤 모습일 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 모습이 나는 꼭 연애가 아니어도 괜찮지 싶어. 솔로엔딩이어도 안가영의 해피엔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함. 친구도 잘 못 사귀던 사람이 (본인이 바란건 아니지만) 단체로 캠핑가서 게임도 하고 놀 만큼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맺게 된 것도 안가영 서사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가영이가 직업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은 만큼 또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
작게는 다정이 은하부터 크게는 구구빌딩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 모두와 따뜻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서 안정을 찾고 성장하는 모습도 예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