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안내상 나레이션으로
김혜자는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 속에 살고 계신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잖아
나레이션 듣는데 녹나무의 파수꾼 마지막 장면이 생각이 났어.
---여기서부터 녹나무의 파수꾼 스포----
마지막에 치후네가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 때문에 자꾸 잊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장면이 나와.
그런 치후네에게 레이토가 하는 말이 생각나더라구.
"기억해두픈 것들, 소중한 추억들, 그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이 사라져가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친하게 지내던 이들의 얼굴마저 차례차례 잊어버립니다.
언젠가 분명 레이토도 잊어버리겠지요.
그뿐만이 아니라 잊어버렸다는 자각마저 없어져요.
그게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괴로운지, 레이토가 알겠어요?"
"네,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곳이 과연 어떤 세계인지, 치후네 씨도 아직은 알지 못하잖아요.
잊어버렸다는 자각도 없다면 그곳은 절망의 세계 같은 게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계예요.
데이터가 차례차례 삭제된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자꾸자꾸 입력하면 되잖아요.
내일의 치후네 씨는 오늘의 치후네 씨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뭐, 그래도 좋잖아요?
나는 받아들입니다. 내일의 치후네 씨를 받아들일 거예요.
왜요, 그러면 안됩니까?"
눈부의 마지막은 삶을 쭉 살아본 선배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삶의 후배들을 격려해주는 메시지였고
녹나무의 파수꾼의 마지막은, 그 선배의 남아 있는 삶을 후배가 응원해주는 메시지인 것 같았어.
두 작품을 같은 시기에 보게 된 게 나에게는 행운인 것 같네.
눈부 좋아, 재미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