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경기장이 명희 아버지 대사로 풀릴 줄 몰랐어.
희태형 때문에 안 가는 명희누나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가족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는 명수에게
학교 운동장과 명수가 체전 대표 선발전에서 뛰었던 무등경기장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살다보면 무등경기장처럼 가족이 중요한 것과는 다른 더 큰 무엇이 생긴다고
명희아버지는 말하잖아. (워딩이 정확하지 않아 ㅜㅜ)
명희아버지는 희태가 황기남의 자식이라는 걸 알고 명희한테 모진 말을 하고 손을 올리기까지 했지만
그 어떤 악조건도 이기는 사랑의 힘을 아는 사람이었어.
자신의 아버지(명희 명수에게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시계를 자기에게 넘기고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난 형을 본 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당신의 과거 때문에 명희의 삶이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명희와의 말다툼을 통해서 희태의 아버지가 황기남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 이어지면 안 된다고 깨달은 거지.
그래서 명희와 희태의 사랑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 같아.
오늘도 작가님이 정말 최강이강이라고 느낀 게
무등경기장이라는 부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 회차에서 나온 이야기들 전체에도 적용되어서였어.
광주를 떠나기 전 트럭 뒷자리에서 명수가 피를 흘리는 사람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 주먹밥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봐.
그리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해.
“아버지, 쪼까 알거 같아요. 무등경기장 맨키로 크고 중한 것.”
명수는 군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봤고, 그리고 그들을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알게 된 거야.
가족이 중요한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중요한 것.
사람이 사람을 위하고 서로 돕는 것.
혈연이 아니어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어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서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
트럭에서 명수가 본 그 장면처럼.
이 깨달음은 수련이와 수찬이의 대화로도 이어져.
수련이는 집으로 가자는 수찬이에게 우리 가족은 다 살아있지만 생사도 모르는 채 이렇게 서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
수찬이는 수련이 말에 벽보들을 보다가, 사진 중에서 자기와 함께 잡혀있던 고등학생을 발견해.
가족과 가족만큼 중요한 명희처럼 울타리 안을 지키려던 수찬이도 그 순간 각성했을 거야.
정태엄마의 변화도 이걸로 설명이 돼.
물 한잔을 주는 소극적인 도움만 주고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걸 거절하는 건
정태엄마의 바운더리에 희태가 없기 때문이지.
황기남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저 숨죽여 살 수밖에 없던 정태엄마가
자기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태를 걱정해주는 희태를 보고 변해.
(물론 정태엄마의 변화에는 정떨어지게 했던 황기남의 말, 정태의 설득 등 여러가지 동기들이 쌓여있지만)
또 혜건이가 황기남을 도발하는 것도.
가족들을 죽이겠다며 혜건이를 협박하지만
혜건이는 차라리 죽기를 택해.
혜건이한테는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이 무등경기장 같은 거였으니까.
검색해보니까 무등경기장이 518 사적지더라구.
운전기사분들이 계엄군의 과잉진압에 대항해서 차랑시위를 시작한 곳이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섰지만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럼에도 광주시민들을 위해 용감히 나섰겠지.
11회에선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용감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아.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포박을 당하고도 할 말을 다했던 희태도
희태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벼락이 쳐도 기다리겠다고 마음 먹었던 명희도
엄마에게 희태형을 풀어달라고 했던 정태도
명희아버지와 명수를 태워다 준 선민이도
그리고 명수의 눈에 담긴, 배역 이름도 없지만 시민들을 위해 일해준 모든 사람들도 다.
무등경기장은 그래서
‘공포를 이기는 인류애와 사랑의 힘’의 은유가 아닐까 생각했어.
너무 마음 아프고 참담했지만
그래도 11회가 너무 좋고 감사했다.
41년전 무등경기장을 마음 속에 품었던 분들 덕분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줘서
오월의 청춘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