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Tk0XtJZFRE
첫사랑.
저마다의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첫사랑의 그가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첫사랑의 시절엔 영악하지 못한 젊음이 있었고
지독할만큼 순수한 내가 있었으며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당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그 젊고 순수한 열정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은 무모하다.
영악한 계산없이 순수와 열정만으로 모든것을 던져 버리고는 결국 실패한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다.
다시는 가져볼 수 없는 체온과 감정들로 얽혀진 무모한 이야기들.
첫사랑은 그래서 내생에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그리하여 실패해도 좋다.
희극보다는 비극적인 결말이 오래남는 법이며
그리하여 실패한 첫사랑의 비극적 드라마 한편쯤
내 삶 한자락에 남겨두는 것도 폼나는 일이다.
첫사랑은 시절이다.
흘러가면 그 뿐이다.
이제 맞게 되는 새로운 시절엔 새로운 사랑에게 기회를 줘야한다.
첫사랑의 체온과 순수함은 아닐지라도
그 상처로 인해 조금쯤 자라고 성숙해진 어른의 사랑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만이 사랑을 꿈꿀 수 있다.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만이 또 한번 찾아온 사랑앞에 기적처럼 그를 알아볼 수 있다.
로맨스가 지나면 생활이 온다.
순수함은 때묻어 가고, 열정은 얼어붙어 가며
젊음은 영악함으로 나이 들어간다.
그리하여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은 이제 고단하고 지난한 일상이 된다.
마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누구도 성공한 첫사랑의 로맨스는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성공해도 좋다.
비록 내 삶에 가슴시린 비극적 드라마는 없지만
세상 그 어떤 오래된 스웨터보다도 편안한 익숙함이 있고
익숙함이 지루할때쯤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설렘이 있다.
코찔찔이 소꿉친구에서 첫사랑으로, 연인으로,
그리고 이렇게 남편과 아내로 만나기까지
우린 같은 시대를 지나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익숙함 설렘, 좋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아............존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