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늘 그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배우가 있다. 요란하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존재. '나빌레라' 속 배우 김현목이 그러했다.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의 성장 드라마.
김현목은 '나빌레라'를 떠나보내며 "코로나 시국이라 촬영을 다 마치고 다 함께 식사도 하지 못했다. 그 점이 많이 아쉽다. '나빌레라'는 방영 2주 전쯤 촬영이 다 끝나서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함께 봤다. 이야기 자체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촬영을 했던 6개월의 시간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더라. 감회가 새로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나빌레라'에 합류한 김현목은 극 중 주인공 이채록(송강)의 둘도 없는 절친 김세종 역을 연기했다. 김세종은 축구부 해체 이후에는 축구를 관두고 명문대에 입학한 엘리트다. 심덕출(박인환), 이채록과 마찬가지로 장벽을 넘어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인물이다.
원작 웹툰에서는 없었던 캐릭터를 맡은 김현목은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라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인물을 구현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축구부 채록과 세종, 그리고 양호범(김권), 채록의 아버지이자 축구감독인 이무영(조성하)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아쉽게도 많이 사라졌다. 축구부에서 세종은 골키퍼를 맡고 있다. 축구하는 신을 위해 사전에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준비를 했었는데 보여드리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채록과 세종의 관계성, 감정선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라고 고백했다.
세종은 지금의 김현목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그는 "단신인 세종의 꿈은 골키퍼다. 신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로 나온다. 실제 저 역시 키가 작기 때문에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 그래서 세종에게 더 공감이 됐다. 외형적인 부분 때문에 다수의 작품에서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몇년전만해도 그 부분이 배우로서 엄청난 고민이었고 숙제였다. 그런데 어떤 감독님이 '너 자체로 충분히 매력있다. 좋은 역할을 많이 맡을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다. 힘이 많이 됐다. 굳이 이런 신체적인 제약을 이겨보려고 하는 거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할 수 있는 역할에 감사하고, 제가 맡은 몫에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나빌레라'는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지지와 응원을 이끌어낸 순한맛 드라마였다. 특히 시니어들의 할 수 있다는 용기에서 청춘을 향한 위로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로 감동을 선사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불릴 만큼 좋은 반응을 얻은 '나빌레라'. 김현목은 "'나빌레라'에 많은 명대사, 명장면이 있지 않냐. SNS에 많이 돌아다니더라. 그 중에서 세종이가 했던 말도 짤로 돌아다니고(웃음).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고 했다.
'나빌레라'의 애청자였다는 김현목은 "'광광 우럭따'(펑펑 울었다)라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빌레라'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나중에는 박인환 선생님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더라. 엔딩까지 정말 좋았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선배인 박인환과의 작업 현장도 김현목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정말 영광이었다. 박인환 선생님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아니냐. 대본을 보니까 선생님과 붙는 신이 몇개 있더라. 선생님과 대사를 나누기도 했다. 정말 행복했다. '연기를 하다보니 이런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주로 또래 배우들과 연기를 많이 했어서 저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나빌레라'를 마친 뒤 김현목은 SBS 드라마 '홍천기'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도 지금껏 그랬던것처럼 한 작품 한 작품 쌓아가고 싶다는 김현목은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다. 조만간 '홍천기' 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 등을 통해서도 대중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연기를 꾸준히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