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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달 27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극본 이은미/ 연출 한동화)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앓고 있지만 나이 일흔에서야 자신의 꿈을 위해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 분)과 젊은 나이지만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모습을 담은 '나빌레라'는 많은 청춘들과 노년의 인물들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메시지까지 전하면서 호평을 끌어냈다.
이런 호평의 중심에는 극 중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그려낸 배우들의 몫이 컸다. 덕출을 연기한 박인환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인물의 슬픔과 발레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노년의 삶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송강은 꿈을 가졌지만 어떻게 꿈을 향해 발을 내디뎌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채록의 모습을 그려내며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덕출의 아내 해남을 연기한 나문희도 절절한 감정 연기로 극의 감동을 더 했다.
한동화 PD의 따스한 연출도 '나빌레라'의 감동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나빌레라'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한 PD는 '나빌레라' 속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을 하며 중점을 둔 부분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시청자들 모두 "꼭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라는바"라는 소망까지 전하며 종영 후에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한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빌레라'가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믿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호응이 많았다. 경중을 가리기 어려워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을 꼽기는 힘들고 '오랜 실패로 인해 좌절하신 분이 다시 용기를 얻었다'든지 '은퇴하신 분이 새롭게 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든지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덕출처럼 어릴 적 꿈에 다시 도전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너무 마음이 뿌듯했고 다들 꼭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라는 바다.
-박인환 배우의 열연도 눈길을 끌었는데.
▶박인환 선생님은 실제로도 덕출과 비슷했다. 극 중 덕출과 같은 매력으로 현장의 어린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주셔서 촬영장이 늘 화기애애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처음 봤는데 어떻게 한참 어르신인 선생님이 어려도 한참 어린 친구들과 그토록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도 선생님이 정말로 덕출 같은 매력을 갖고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이 지나자 다들 선생님을 진짜 덕출 대하듯 했다.
-송강이 연기한 채록은 어떻게 그려내려 했나.
▶19세에 엄마를 잃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간 상태에서 홀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발레를 한 채록이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닫혀 있었을 것이다. 예술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발레리노였기 때문에 유달리 예민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나 자신도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처음 보는 할아버지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라고 하면 그 누구라도 쉽게 응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말도 퉁명스럽게 해주길 바랐다. 사람들과 말을 많이 섞어보지 않은 유창하지 않고 말수가 적은 까칠한 뉘앙스를 주문했습니다. 채록이라는 인물을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관계가 깊어지고 난 뒤에야 마음을 열고 속에 있는 얘기도 하게 되면서 친근함이 드러나는 캐릭터로 설계했는데 송강씨가 그 부분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주었다.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건 무엇이었나.
▶제일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덕출과 채록의 브로맨스였다. 불가능할 것 같은 두 사람의 동행을 현실적으로 표현해가며 조화를 이루어 내는 부분들이 중요했고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들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웹툰과) 차별점을 두었던 건 덕출의 캐릭터였다. 웹툰보다 조금 더 외향적이고 귀엽기도 재치도 있으셔야 호흡도 늘어지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덕출이 후반부에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박 선생님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문희 배우도 빠질 수 없는 매력 요소였는데.
▶나문희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됐다. 문어체와 구어체를 넘나드는 대사 구사력이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대본으로만 봤을 때는 어렵고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었던 대사들도 그분의 입을 통하면 마술같이 자연스러워지더라. 그런 마술 같은 대사를 구사하시는 분이 해남의 모습으로 세트에 나타나 그냥 해남으로 사시는 모습을 보니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해남이라는 배역이 잘 표현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나빌레라'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에 오르는 것 같다. 그 무대에는 1막이 있고 2막이 있고 그 다음 막도 있을 것이다. 늘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하고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들거나 지칠 때 '나빌레라'를 떠올리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끝이 났지만 덕출과 채록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 같나.
▶덕출은 채록이를 만나 조금씩 기억력이 되돌아오고 건강도 회복하고 채록은 한국 대표 발레리노가 돼서 더 멋진 삶을 살아갈 것 같다. 둘은 할아버지와 손자 또는 매니저와 발레리노의 관계같이 여전히 브로맨스를 이어가며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덕출의 알츠하이머 설정을 그릴 때 조심스럽게 다가간 부분이 있었을 듯 한데.
▶상당히 고심했고 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이다. 저의 할머니도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으셨고 시청자들 중에서도 아픔을 겪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안타깝고 외면하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극의 전개상 우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채록이라는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를 통해 기억을 되찾는 모습을 보며 열린 느낌으로 극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시청자들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마트폰 메신저 대문 사진으로 저장해둔 문구가 있습니다. "희망은 좋은 것이죠. 가장 소중한 거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문구다. 여러분도 덕출이 그랬듯 희망을 잃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꿈에 도전하시길 바란다. 늘 사랑하는 가족들이 응원 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