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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나빌레라 ‘나빌레라’, 일흔 노인의 “라떼는 말이야”는 어떻게 마법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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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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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556
[미디어스=이정희] 나이가 들면 생산적인 삶에 합류할 여지가 줄어든다. 당연히 한창 일을 하며 살아가는 세대와 삶이 분리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노인들의 삶은 그저 시대에 뒤처진 방식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효용 가치 없는 뒷방 늙은이에 불과할까? 12부작을 완주한 tvN <나빌레라>에서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심덕출 씨의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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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는 일흔 살 심덕출(박인환 분) 씨의 발레 도전기이다. 발레 도전기답게 12회, 심덕출 씨는 알츠하이머라는 난제를 딛고, 꿈에도 그리던 '백조의 호수' 갈라 공연을 무사히 마친다. '해피엔딩'일까? 해피엔딩이라 단정하기 무색하게 심덕출 씨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새드엔딩'일까? 인생의 레이스가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는 과정이듯이 삶은 계속된다.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는 삶의 여정에서 심덕출 씨의 도전이 보여주는 '가치'를 전한다. 

<나빌레라>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로 허덕인다.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대로, 아들딸 세대는 그 세대대로. 드라마 초반 그들은 각자의 무게를 홀로 견디며 방황한다. 

특히 엔딩을 함께한 두 사람, 심덕출 씨와 이채록(송강 분)은 발레 제자와 선생님으로 세대를 초월한 관계를 맺는다. 발레를 가르치는 동안은 채록이가 스승이고 심덕출 씨가 제자이지만, 발레가 끝나면 심덕출 씨가 채록의 매니저가 된다. 모닝콜부터 시작해 일상의 모든 것을 함께하며 매니저로서 채록의 생활을 체크하는 덕출 씨. 그 과정을 통해 채록과 덕출 씨는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되고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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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발목 부상으로 발레리나로서 위기를 겪는 채록에게 덕출 씨는 자신의 '라떼는 말이야'를 통해 닫힌 채록의 마음에 숨통을 트여준다. 드라마에는 심덕출 씨의 ‘라떼는 말이야’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라떼는 말이야'인데, 심덕출 씨의 '라떼는 말이야'는 마법처럼 젊은이들의 마음을 연다. 

채록이 아버지 때문에 축구를 못하게 되었다며 자신의 좌절을 채록에게 화풀이하듯 쏟아붓던 호범(김권 분)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도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덕출 씨는 말한다. 채록이를 비롯하여 호범이, 그리고 손녀 은호(홍승희 분)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속 청년들은 자신의 꿈과 관련하여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덕출 씨를 만난다. 그리고 이들은 덕출 씨의 '라떼는 말이야'를 통해 교감하고 공감을 나눈다. 

조언에 힘을 싣는 건 덕출 씨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형'인 노력이다. 주저주저 다시 운동을 시작할까 싶어 공원을 뛰던 호범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릴 때 눈앞에 덕출 씨가 나타난다. 아침마다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운동을 하며 공원을 누비는 덕출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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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이다. <나빌레라>의 심덕출 씨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걸 알게 되고 '발레'를 시작한다. 그런 병을 진단받으면 주저앉아 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을 시점에 심덕출 씨는 더 늦기 전에 '꿈'에 도전을 한다. 

뒤늦은 발레만이 아니다. 드라마 곳곳에서 심덕출 씨는 알츠하이머 진단 후의 발레 도전처럼 살아왔음이 드러난다. 사업에 실패하여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도 덕출 씨는 심기일전했다. 처음 우편배달부 일을 시작했을 때 집 주소를 몰라 선임에게 추궁당하자 불철주야 홀로 노력하여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 다리를 다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백조의 호수'를 통해 만개한 덕출 씨의 삶의 태도이다. 빛나지 않았지만 '노력'했던 덕출 씨의 삶이 바닥을 친 젊은 세대에게 '울림'으로 다가간다. 

백그라운드가 되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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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왔던 덕출 씨이기 때문이었을까. 누구보다 그들의 맘을 헤아려준다. 레스토랑 지배인의 논문까지 봐주며 정규직이 되고자 애써왔던 은호가 바로 그 지배인이 자신에게 낮은 점수를 준 것을 알고 찾아가 항의했을 때, 그걸 목격한 할아버지 심덕출 씨는 군더더기 없이 잘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애썼다고 격려해준다. 은호가 무작정 시작한 보조작가 일에 대해 사연을 보내 응원해준 이는 덕출 씨이다. 비 오는 날 딸 성숙(김수진 분)에게 우산을 가져다 주듯 그런 ‘응원’이다. 

막내아들 성관(조복래 분)이 '의사'일을 때려치우고 방황하는데도 덕출 씨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저 닳은 아들의 슬리퍼가 안쓰럽다며 새 슬리퍼를 사줄 뿐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위기에 몰린 큰아들 성산(정해균 분)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기억조차 잃어가는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아들에게 사주지 못한 '야구 글러브'를 사준다. 그리고 말한다. 여전히 아버지는 너의 '백그라운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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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어떤 때 '백그라운드'가 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막내아들 성관이 말하듯 아버지 심덕출 씨는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였다. 자식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으며, 그래서 자신들을 넉넉하게 키워주지 못한 아버지에 대해 낮잡아보는 시선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의 자리라는 게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인식이 되기가 십상이다. 

심덕출 씨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여전한 도전을 통해 '어른'의 자리를 되찾는다. ‘발레’를 통해 형상화된, 덕출 씨가 보여준 어른의 자리는 삶에 대한 성실함이다. 알츠하이머가 심해진 덕출 씨가 그가 살아왔던 모습 그대로 오늘도 열심히 우편 배달을 하듯,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여전히 노력해야 할 삶의 과정에 대해 드라마는 말한다. 

12회를 완주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 삶의 여정이 실감이 났다. 살던 대로 살아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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