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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나빌레라 “일흔일곱, 나도 다시 날아오르려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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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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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영한 ‘나빌레라’ 주연 박인환
“처음엔 화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키도 작고 배도 나오고 너무나 볼품없는 거야. 송강(극 중 채록)같이 훤칠한 요즘 친구들하고 서 있으니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이 나요. 아내가 ‘남을 울려야지 왜 당신이 울어요’라고 한마디 하더라고요.”
https://img.theqoo.net/sGfKm



어제 종영한 ‘나빌레라’ 주연 박인환
“처음엔 화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키도 작고 배도 나오고 너무나 볼품없는 거야. 송강(극 중 채록)같이 훤칠한 요즘 친구들하고 서 있으니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이 나요. 아내가 ‘남을 울려야지 왜 당신이 울어요’라고 한마디 하더라고요.”



드라마‘나빌레라’의 주인공 박인환의 극 중 발레 연습 모습. 그는“칠십이 넘은 나이에 난생 처음으로 발레의 세계를 접하면서, 고치에서 탈피한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나도 57년 연기 인생에서 새롭게 날아오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tvN
77세의 노장 배우 박인환의 눈이 글썽거렸다. 27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70세에 발레에 도전하는 우편집배원 출신 심덕출 역을 맡은 그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이제야 나도 날아오르려나 봐요”라고 말했다. “죽기 전에 나도 한 번은 날아오르고 싶어서”라는 ‘나빌레라’ 속 대사를 가장 좋아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연극 판에서 ‘연기 좀 한다’고 자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제 연기가 아쉽고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나빌레라’를 만나고 나서야 그런 갈증이 조금 가신 것 같아요.”

동명의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옮긴 ‘나빌레라’ 대본을 받아 들고 그는 ‘행운’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고픔’은 그를 더 단련시켰다. 이번 역할을 받아 들면서, 아버지이자 친구로 다가갔다. 방황하는 ‘발레 선생’ 이채록에게 “널 믿고 해봐”라며 용기를 북돋운다든지, 취업난에 고통받는 손녀 심은호(홍승희)를 위해 “넘어질 수도 있다.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며 다독이는 ‘덕출 어록’은 평소 그의 모습 그대로. 애정 어린 조언이 ‘거북한 잔소리’로 들리게 하지 않으려고 손자뻘 되는 연기자들에게 먼저 어리광도 피웠다. “우리도 살아오면서 힘들었지만, 젊은 친구들도 요즘 얼마나 힘들어요.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조금씩 마음을 열어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면, 우리 사회도 우리 드라마처럼 ‘어우름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을 낮추고 먼저 손을 내미는 그의 ‘생활 연기’에 호평이 줄을 이었다. ‘쁘띠 인환’(작고 소중한 박인환), ‘덕며든다’(덕출+스며든다) 같은 애칭도 얻었다. 그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잃었던 꿈 다시 꾸게 됐다” “인생 멘토 삼고 싶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북돋워주는 ‘에너지 음료’가 된 셈이다.

https://img.theqoo.net/TTfoa

https://img.theqoo.net/eRkdh

그는 매일 테니스를 하며 체력을 키워왔지만 발레는 생각지도 못했다. 6개월간 학원을 다니며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싸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힘들어지면 대본을 봤어요. 난 재능도 없고, 재주도 숫기도 없어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남들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난 나처럼 미련한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라톤처럼 살았더니, 이런 작품도 만나네요.”

1973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신인상을 시작으로, 1989년 KBS 드라마 ‘왕룽일가’로 큰 인기를 얻는 등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각종 상을 두루 받았다. 지난해엔 KBS ‘기막힌 유산’으로 최우수상도 받았다. 박인환은 “가슴에 사표를 꽂고 산다”고 하는 직장인들의 말을 빌려와 “평생 가슴에 대본을 꽂고 살았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 57년인 그에게 대본은 인생의 시작이자 마지막. 그는 “서 있을 힘이 있는 동안, 숨 쉬는 동안은 대본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시대 ‘아버지’를 그려내며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박인환이지만 정작 그는 아버지를 오래 보진 못했다고 했다. 군대 간 사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리움이 사무친다.

가족에게 모든 면에서 울타리가 돼 주었던 자신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상(像)을 지향한다.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이 언젠가 덕출처럼 잊고 있던 ‘꿈’에 도전하길 바란다. “꿈꾸는 시기란 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리 포기하지 마세요. 누가 봐도 발레에 안 어울릴 저도 해냈잖아요. 당신에게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뿐이에요.”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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