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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나빌레라 [인터뷰] ‘나빌레라’ 박인환 “덕출 보고 ‘입덕’했다니…감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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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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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손자가 제 발레 동작을 따라 합디다. 하하하!”

배우 박인환(76)은 최근 “송강 보려다 박인환 할아버지에 ‘입덕’했다”는 댓글을 보고 인터넷으로 ‘입덕’의 뜻을 찾아봤다. “열혈 팬이 됐다”는 뜻이라는 걸 알고 신기해 한 것도 잠시, 50대의 한 시청자가 “처음 댓글을 달아본다”며 남긴 응원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로 매일 경험하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도전에 몸 사리지 않은 보람일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 발레를 배우는 주인공 덕출을 연기하기 위해 그 역시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발레에 도전했다. “손끝 동작까지 세심하게 담아내느라 여느 때보다 서너 배 이상 늘어난 촬영 시간”도 견뎠다.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인환은 “고생은 했어도 반응이 긍정적이라 격려가 된다”며 웃었다.

- 발레 장면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발레는 젊어서 해야 해요. 하하하! (송)강이는 몸이 길쭉길쭉하니까 맵시가 나더라고. 나는 몸이 굳어서 영…. 재작년에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도 발레 때문에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런데 원작 웹툰을 보고 반해버렸지. 게다가 미니시리즈 주인공은 1989년 KBS 2TV ‘왕룽일가’ 이후로 30여 년 만이거든요.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요. 바로 ‘오케이’했죠.”

https://img.theqoo.net/uMWxm

-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저도 신기했어요. ‘내게도 이런 할아버지가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아닐까요? 노인이라 하면 주로 소통이 잘 안 되고, 폼 잡는 모습부터 생각이 나잖아요. 덕출은 그렇지 않죠. ‘발레 선생’인 채록(송강)이에게 농담도 하면서 먼저 다가가요. 자신의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좋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덕출처럼 다정다감한 아빠는 아니었어요.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는데요, 나는 늘 늦게 일이 끝나고, 애들은 학교 다니니까 서로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었죠. 지금은 아이들이 드라마도 챙겨 봐주고 그래요. 네 명의 손주도 그렇고요.”

-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파오는 동안 아내의 힘도 컸겠다.

“아내가 잡지사 기자 출신이에요. 연극을 한창 하다 1980년 즈음에 MBC ‘수사반장’으로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정말 치열하고, 정신이 없었죠. 어느 날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집에 들어가 아내에게 ‘나 못 하겠어’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아내가 ‘당신 선배들은 체질에 맞아서 하는 걸까? 그 과정을 넘어서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렇게 이어가니 점점 역할이 커졌고, 지금까지 오게 됐죠.”

https://img.theqoo.net/fyXYh

- 데뷔 이후 56년간 쉬지 않고 연기해왔다.

“배우는 작품마다 ‘테스트’를 받아요. 잘하는 사람만 눈에 띄고, 잘 못 하면 다음엔 캐스팅되기 어렵죠.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해요. 아마 다들 죽기 살기로 하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고독한 싸움이죠.”

- 최근 윤여정 등 노년의 배우들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윤여정 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다양한 나잇대 배우들을 통해 각양각색의 소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국민 4명 중 1명은 노인인 시대가 왔죠. 이제는 현실의 하나인 거죠. 영화와 드라마가 삶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니, 분명히 그들의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베테랑들을 통하면 삶의 뿌리를 더 깊게 관조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다 해봤어요. 주어진 걸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그래도 요즘 드라마와 영화 촬영환경이 많이 좋아져 기쁩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모두가 함께해서 건강하고 따뜻한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에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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