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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나빌레라 '나빌레라' 박인환의 사과와 응원, 어째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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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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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tertain.v.daum.net/v/20210406114311168


'나빌레라' 나이든 청춘 박인환이 젊은 꼰대에 던진 일침, 그 먹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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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한심하긴 요즘 애들은 걸핏하면 남 탓이지. 그러니까 떨어지는 거야." 어떻게든 좋은 점수를 받아 채용되고 싶어 논문을 도와주고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항의하는 은호(홍승희)에 대해 점장은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한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이 한 장면은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현실의 시스템에서 좌절한 청춘들이 그 시스템을 비판하면 나오곤 하던 기성세대들의 얘기처럼 들린다. 정당한 비판이 '남 탓'이 되는 현실, 아프지만 그건 다름 아닌 우리네 청춘들이 매일 같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그 한 마디가 끌어낸 씁쓸한 현실 때문일까. 그 '젊은 꼰대'에게 덕출(박인환)이란 '나이든 청춘'이 던지는 일갈이 속 시원함을 넘어 먹먹하게 다가온다. "큰 회사에서 책상 두고 살면 다 당신처럼 그렇게 됩니까? 자기 책상 하나 갖겠다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 이용해먹고, 요즘 애들 운운하면서 꼰대짓 하냐 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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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출은 그 젊은 꼰대가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 지칭 자체가 부끄럽다 말한다.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나빌레라>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와 더불어, 어째서 이 덕출이라는 인물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이토록 마음을 사로잡는가를 잘 보여준다. 어려서 꿈꿨지만 생계 때문에 고이 접어 뒀던 발레의 꿈을 칠순의 나이에 도전하는 덕출. 그는 나이 들었지만 청춘이다. 반면 제 책상 하나 차지하겠다고 절실한 인턴들을 이리저리 이용해먹다 버리는 점주는 젊지만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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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는 그를 따라온 채록(송강)에게 자신의 삶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만 같다고 말한다. 죽어라 달리고 또 달려도 결국 제 자리라는 것. 숨이 턱 끝까지 차는 데 앞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3, 고3 그리고 대졸 인턴으로 단지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는 늘 러닝머신 위를 끝없이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은호에게 채록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묻지만, 은호는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달리고 또 달리곤 있었지만 어디로 달려야 행복해질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출은 자신이 타다 은호에게 선물로 줬던 차를 깨끗이 닦고 또 닦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라고 말한다. 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이 청춘에게 미안한 것일 테다. 그러면서 은호를 위로한다. "다 지나가 은호야. 할애비가 지금껏 살아보니까 그래. 별별 일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 다 지나가버렸어. 물론 살면서 안 넘어지면 좋지. 탄탄대로면 얼마나 좋아. 근데 넘어져도 괜찮아. 무릎 좀 까지면 어때. 내 잘못 아냐.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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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출의 위로에도 기성세대의 사과와 응원이 묻어난다.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그것이 다름 아닌 기성세대가 만든 현실 때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어서다. 채록이 콩쿨에 나가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걸 옆에서 보는 덕출의 얼굴에도 그 사과와 응원 그리고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넘어지고 부딪쳐 생긴 채록의 발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고 손으로 그 고생한 발을 보듬어준다. "이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하는데 잘 될 거야." 덕담을 해준다.


사과하는 마음만큼 귀한 게 있을까. 거기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낮추는 예의가 담겨 있다. <나빌레라>는 사과하는 드라마다. 부조리한 현실에 내던져져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 대한 사과이며, 한 평생을 하고픈 일은 뒷전으로 한 채 가족의 생계만을 위해 희생했던 진짜 어르신들에 대한 사과다. 덕출과 채록이 함께 비상을 꿈꿀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서로에 대한 사과와 응원, 위로가 꺾어진 그들의 날개를 다시 솟아나게 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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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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