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없는 퓨전사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철인왕후'가 흥행에도 불구,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한 오점을 남겼다.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극본 최아일/연출 윤성식)가 2월 14일 종영한다.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신혜선 분)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가출 스캔들. 배우 신혜선, 김정현, 배종옥, 김태우 등 믿고 보는 연기력에 코믹함 더한 퓨전 사극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률 8.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tvN 역대 토일극 첫방송 시청률 2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철인왕후'는 최고 시청률 14.9%를 기록, 꾸준한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높은 시청률은 화제성까지 동반했다. 2월 3일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철인왕후'는 전주 대비 화제성 26.4% 오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방영 이후 최초로 드라마 1위에 올랐다. 주연 배우 신혜선, 김정현 역시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 3위를 각각 기록하며 연기력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같은 호성적에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앞서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 때문. '철인왕후'는 퓨전사극임에도 불구, 실존 인물들을 다룬 탓에 역사 왜곡 관련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철인왕후'에서는 조대비(신정왕후)가 손짓으로 잠자리를 묘사하는 장면, 미신을 맹신해 사람을 저주하는 부적을 선물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철인왕후' 인물소개에 따르면 조대비는 '온갖 미신을 믿는 여사. 미신을 맹신하는 어리석은 여자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생존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풍양조문 전체를 주무르는 야심가'라고 소개돼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가상인물이 아닌 실존인물로 설정해두고 희화화를 했는지 의문이다", "역사왜곡도 적당히 해야", "픽션이라면 실제인물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신정왕후 후손인 풍양 조씨 종친회 측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선왕조실록 한낱 찌라시네. 괜히 쫄았어"라는 김소용 대사 논란에 이어 유곽 '옥타정'도 클럽 옥타곤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시청자들은 극중 김소용이 옥타정에서 "오늘 내 옷고름 풀 사람 누구?"라고 외치며 기생을 고르는 장면과 관련 "유흥업소 성접대, 성매매를 재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철인왕후' 측은 "지난 2화에서 언급된 조선왕조실록 관련 대사는 해당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 그 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며 "건강한 웃음을 드리고자 했던 의도와 달리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철인왕후'는 '퓨전 사극 판타지 코믹' 장르로 역사 속 인물과 배경을 차용했지만 ‘현대의 영혼이 실존 인물을 만나 파동을 일으키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창작에 기반한 픽션"이라 설명했으나 역사 왜곡, 실존 인물 희화화에 뿔난 시청자들을 쉽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국내외 큰 인기를 끈 작품인만큼 역사와 실존 인물을 다루는 데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 실제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해외 시청자들의 경우, 허구를 실제로 착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코믹함 더한 상상력에 배우들의 호연으로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철인왕후'였으나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오점을 남겼다. 14일 오후 9시 마지막회 방송. (사진=tvN '철인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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