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여름부터 겨울까지 '런 온'을 향해 달렸다. 마침내 종영한 소감이 궁금하다.
A.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구체적인 소감을 전하고 싶은데,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정말 티끌 한 점 없이 행복했기 때문에 더 보탤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다.
Q2. '런 온'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먼저 대본 속 상황들이 새로웠고 대사가 흥미로웠다. 각각의 캐릭터가 원래 추구하던 삶의 방식이 꽤나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는데,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싹을 틔울 힘을 얻는다는 점이 참 좋았다. 서단아(최수영)처럼 본인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달려가는 모습, 기선겸(임시완)이 혼자 영화를 보러 가고, 번역자의 이름이 뜰 때까지 앉아 기다리던 모습 등등이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Q3. 오미주는 기선겸을 만나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동정을 받는 것도 싫어하던 미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또 미주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A.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도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Q4. 배우 신세경이 연기한 오미주의 매력을 꼽는다면?
A.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헤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Q5. '런 온' 출연 배우들과의 호흡 소감도 궁금하다. 임시완와는 로맨스를, 최수영, 이봉련과는 각기 다른 여여(女女케미)를 선보이며 재미를 선사했다.
A. 시완 오빠는 섬세하고, 정말 똑똑하다. 항상 나에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오빠가 훨씬 더 야무지고 부지런하다. 자기 개발을 위해 늘 시간을 쪼개어 쓰는걸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를 귀신 같이 캐치해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본다. 내가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같이 논의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들 속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당연하고, 일단 오빠가 굵은 가닥으로 땋아온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반년의 일정을 함께 완주해 낼 동료로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넘치는 응원과 격려, 간식, 핫 팩 등을 끊임없이 보내주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 거라고 생각한다.
(시완 오빠와) 촬영할 때 정말 신기했던 점이 있는데 리허설을 위해 현장에 도착하면 늘 선겸과 비슷한 톤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날엔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고, 또 다른 날에는 시밀러룩 마냥 조화가 좋은 착장을 입고 있다. 하다 못해 색감이 무척 쨍한 빨강을 입은 날엔 어김없이 선겸도 거의 비슷한 색감의 빨간 니트를 입고 있었다. 처음엔 스타일리스트 분들께서 미리 상의를 하시는 줄 알았는데, 단 한번도 미리 의논하고 착장을 정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정말 신기한 일이다.
수영이와는 대학교 동기이다. 캐스팅 관련 소식을 일찌감치 알진 못했지만 수영이가 서단아를 맡게 되었단 소식을 알고, 무척 설렜다. 대본을 읽었을 때 서단아야 말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기에 기대감이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관계성 맛집 우리 드라마 속 놓칠 수 없는 케미스트리가 바로 단미(단아와 미주)관계라고 생각한다. 대본으로 그 두 사람을 보았을 때에도 참 웃기고도 귀여운 관계다 싶어서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속 살아 움직이는 단미는 지금 말씀드린 그 느낌이 충분히 드러남과 동시에 탄산수 한 모금을 더 한 느낌이 난다. 아마 수영이가 연기하는 서단아 캐릭터가 워낙에 산뜻하고 시원시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속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다양한 여·여 캐릭터 구도가 최근에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단아와 미주 구도와 비슷한 관계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내게 새롭고 흥미로운 관계였다. 빈틈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티격태격하다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위로하게 되는 그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케미를 만들기 위해 따로 노력했다기 보단 늘 현장에서 서로가 편한 방향으로 아주 자유롭게 합을 맞췄고, 그런 편안함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끼리 문자로 '우리 케미 너무 좋지 않냐'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아! "오미자씨"라고 부른 것은 수영이의 애드리브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대본에 이름도 '오미자'라고 써놓곤 했었다. 하하.
그리고 정말 서단아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수영이가 해온 다른 작품들도 물론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는 진작 알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현장에 머물면서 상상 이상으로 유연하고 센스 있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워낙 잘 듣고 잘 보고 섬세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늘 고민하고 연구하는 성실함까지 다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성격적인 면에서도 닮고 싶은 부분을 많이 지닌 친구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내가 많이 의지했고 배웠다.
태오는 정말 재미있다. 이영화라는 캐릭터도 평범하지 않지만 강태오 본인 역시 재치 있고 비범하다고 생각한다. 본방송을 시청을 할 때 내가 촬영하지 않은 분량들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영화와 단아의 신들을 보며 웃기도 많이 웃었고, 감정이 깊어진 후반부엔 감탄을 하며 시청했다. 태오와 함께 호흡을 맞출 때에도 늘 예측 불가능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영화라는 캐릭터를 대하는 오미주의 리액션을 거짓말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
매이 언니(이봉련)는 미주의 유일한 가족, 매이 언니가 없었더라면 지금 미주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고도 따뜻한 관계이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그려지길 바랐다. 봉련 언니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화면 속 미주 매이의 모습에 함께 보낸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은 전적으로 언니의 역량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니가 만들어주신 편안한 분위기, 꽤 긴 시간 함께 촬영하면서 실제로 쌓인 친밀함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언니의 엄청난 내공이 함께 찍은 모든 신을 다 조화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적으로도 연락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작품에서도 언니와 호흡을 맞춰 보고 싶다.
언니와의 에피소드도 기억이 난다. 16회에 매이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김치를 정리하는 장면을 찍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미주 집에서 촬영하는 마지막 장면이라서 유독 더 그랬을까? 자꾸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더라. 매이의 어머니가 미주를 막내딸로 생각하신다는 그 대사가 말도 못하게 따뜻하게 들리고 오미주에게 매이 언니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 날 찍은 매이 언니와의 투샷 모니터 영상은 아주 오래오래 간직할 것이다.
Q6. 촬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면?
A. 한 장면만 꼽기 힘들 만큼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겸이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던 3부 엔딩도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겸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강렬한 선택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선겸의 언어를 미주가 통역해 주는 모습이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온전한 형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미주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들도 무척 맘에 든다.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를 비롯한 작품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흔적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주가 선겸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신, 미주의 취중 고백에 선겸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답한 신, 아픈 미주에게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라고 선겸이 말한 씬,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라는 대사가 나온 11회 엔딩 씬 등이 있다.
아! 마지막으로 이 신은 꼭 언급하고 싶다. 14부에서 지우 언니(차화연)가 기정도를 향해 "내 인생 네 소품 아니야.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라고 말하던 모습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멋지다.
Q7. '런 온'의 티키타카 대화법이 드라마를 더 톡톡 튀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화법을 살리기 위해 본인이 특별힌 신경을 쓴 점이다 포인트를 둔 부분이 궁금하다.
A. 아주 찰지고 바쁜 토끼 마냥 빠른 템포의 대사들도 있지만, 여러 번 곱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대사들 또한 많았다. 그 대사의 의도와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정말 좋아하는 과목의 숙제를 하는 기분이어서 늘 흥미로웠다. 대화의 템포가 느린 작품은 아닌지라 그냥 일상 속 대화처럼 바로바로 상황에 흡수되어 흘러간 대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로 다시 보았을 땐 그 대사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몇 회차를 더 본 뒤에 다시 곱씹을 땐 그 대사로 인해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는 복습하기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이 길고 긴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상황들이 무척 많은데, 그런 지점들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우리들도 수많은 대화와 메시지를 통해 친밀해지는 과정을 겪곤 하니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대사들이라고 느꼈고,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하지 않은 작품은 물론 없지만 '더더욱 유난히 그 합이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워낙 멋진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니, 그들이 주는 대사에 자극을 받고 느껴지는 템포대로 리액션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완성하는 구조가 가능했고 대본의 말맛이 잘 살아있는 신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작가님께서 내가 가진 언어적 습관을 참고해 대사를 써주신 지점들 또한 있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기에 굉장히 편안한 대사라는 느낌이 있었다.
Q8. '런 온'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A.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Q9. '런 온' 속 오미주는 언제나 당당하다. 단아가 무릎꿇지 않는다며 지적하는 부분 역시 부유하지 않지만 떳떳하게 살아온 당당한 오미주의 모습을 매번 각인 시켰는데 이후 배우 신세경에게도 '오미주'의 영향으로 변화가 생겼나?
A.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라서 가능한 것들을 해나가요." 16회에 이르러 미주가 선겸에게 하는 이 대사가 내가 생각하는 우리 드라마의 메시지인 것 같다.
내가 만든 기준에 세상을 끼워 맞추기보단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자는 것. 이러한 지점에서 미주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Q10. '런 온'을 통해 대중들에게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A.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 잘 모르겠다. 하하. 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단,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Q11. '런 온'으로 다시 한번 '로코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 신세경만의 로코 잘하는 비법이 있다면? 아직 도전하지 못한 캐릭터가 있는지,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나?
A. 잘한다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비결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부끄럽다. 최근 몇 년간 따뜻하고 뜨거웠던 작품이나 캐릭터를 했기 때문인지 기회가 닿는다면 냉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직업군은 범죄심리학자를 해보고 싶다.
Q12.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위해 멈추지 않고 '런 온'한 미주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시즌 2 기다릴게. 보일 때까지 끝까지.
http://m.hobbyen.co.kr/news/newsview.php?ncode=1065599033811124#_DYAD%3Cbr%3E%EC%A7%84%EC%A7%9C
A.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구체적인 소감을 전하고 싶은데,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정말 티끌 한 점 없이 행복했기 때문에 더 보탤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다.
Q2. '런 온'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먼저 대본 속 상황들이 새로웠고 대사가 흥미로웠다. 각각의 캐릭터가 원래 추구하던 삶의 방식이 꽤나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는데,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싹을 틔울 힘을 얻는다는 점이 참 좋았다. 서단아(최수영)처럼 본인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달려가는 모습, 기선겸(임시완)이 혼자 영화를 보러 가고, 번역자의 이름이 뜰 때까지 앉아 기다리던 모습 등등이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Q3. 오미주는 기선겸을 만나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동정을 받는 것도 싫어하던 미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또 미주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A.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도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Q4. 배우 신세경이 연기한 오미주의 매력을 꼽는다면?
A.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헤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Q5. '런 온' 출연 배우들과의 호흡 소감도 궁금하다. 임시완와는 로맨스를, 최수영, 이봉련과는 각기 다른 여여(女女케미)를 선보이며 재미를 선사했다.
A. 시완 오빠는 섬세하고, 정말 똑똑하다. 항상 나에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오빠가 훨씬 더 야무지고 부지런하다. 자기 개발을 위해 늘 시간을 쪼개어 쓰는걸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를 귀신 같이 캐치해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본다. 내가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같이 논의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들 속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당연하고, 일단 오빠가 굵은 가닥으로 땋아온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반년의 일정을 함께 완주해 낼 동료로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넘치는 응원과 격려, 간식, 핫 팩 등을 끊임없이 보내주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 거라고 생각한다.
(시완 오빠와) 촬영할 때 정말 신기했던 점이 있는데 리허설을 위해 현장에 도착하면 늘 선겸과 비슷한 톤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날엔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고, 또 다른 날에는 시밀러룩 마냥 조화가 좋은 착장을 입고 있다. 하다 못해 색감이 무척 쨍한 빨강을 입은 날엔 어김없이 선겸도 거의 비슷한 색감의 빨간 니트를 입고 있었다. 처음엔 스타일리스트 분들께서 미리 상의를 하시는 줄 알았는데, 단 한번도 미리 의논하고 착장을 정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정말 신기한 일이다.
수영이와는 대학교 동기이다. 캐스팅 관련 소식을 일찌감치 알진 못했지만 수영이가 서단아를 맡게 되었단 소식을 알고, 무척 설렜다. 대본을 읽었을 때 서단아야 말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기에 기대감이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관계성 맛집 우리 드라마 속 놓칠 수 없는 케미스트리가 바로 단미(단아와 미주)관계라고 생각한다. 대본으로 그 두 사람을 보았을 때에도 참 웃기고도 귀여운 관계다 싶어서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속 살아 움직이는 단미는 지금 말씀드린 그 느낌이 충분히 드러남과 동시에 탄산수 한 모금을 더 한 느낌이 난다. 아마 수영이가 연기하는 서단아 캐릭터가 워낙에 산뜻하고 시원시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속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다양한 여·여 캐릭터 구도가 최근에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단아와 미주 구도와 비슷한 관계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내게 새롭고 흥미로운 관계였다. 빈틈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티격태격하다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위로하게 되는 그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케미를 만들기 위해 따로 노력했다기 보단 늘 현장에서 서로가 편한 방향으로 아주 자유롭게 합을 맞췄고, 그런 편안함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끼리 문자로 '우리 케미 너무 좋지 않냐'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아! "오미자씨"라고 부른 것은 수영이의 애드리브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대본에 이름도 '오미자'라고 써놓곤 했었다. 하하.
그리고 정말 서단아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수영이가 해온 다른 작품들도 물론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는 진작 알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현장에 머물면서 상상 이상으로 유연하고 센스 있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워낙 잘 듣고 잘 보고 섬세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늘 고민하고 연구하는 성실함까지 다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성격적인 면에서도 닮고 싶은 부분을 많이 지닌 친구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내가 많이 의지했고 배웠다.
태오는 정말 재미있다. 이영화라는 캐릭터도 평범하지 않지만 강태오 본인 역시 재치 있고 비범하다고 생각한다. 본방송을 시청을 할 때 내가 촬영하지 않은 분량들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영화와 단아의 신들을 보며 웃기도 많이 웃었고, 감정이 깊어진 후반부엔 감탄을 하며 시청했다. 태오와 함께 호흡을 맞출 때에도 늘 예측 불가능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영화라는 캐릭터를 대하는 오미주의 리액션을 거짓말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
매이 언니(이봉련)는 미주의 유일한 가족, 매이 언니가 없었더라면 지금 미주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고도 따뜻한 관계이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그려지길 바랐다. 봉련 언니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화면 속 미주 매이의 모습에 함께 보낸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은 전적으로 언니의 역량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니가 만들어주신 편안한 분위기, 꽤 긴 시간 함께 촬영하면서 실제로 쌓인 친밀함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언니의 엄청난 내공이 함께 찍은 모든 신을 다 조화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적으로도 연락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작품에서도 언니와 호흡을 맞춰 보고 싶다.
언니와의 에피소드도 기억이 난다. 16회에 매이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김치를 정리하는 장면을 찍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미주 집에서 촬영하는 마지막 장면이라서 유독 더 그랬을까? 자꾸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더라. 매이의 어머니가 미주를 막내딸로 생각하신다는 그 대사가 말도 못하게 따뜻하게 들리고 오미주에게 매이 언니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 날 찍은 매이 언니와의 투샷 모니터 영상은 아주 오래오래 간직할 것이다.
Q6. 촬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면?
A. 한 장면만 꼽기 힘들 만큼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겸이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던 3부 엔딩도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겸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강렬한 선택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선겸의 언어를 미주가 통역해 주는 모습이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온전한 형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미주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들도 무척 맘에 든다.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를 비롯한 작품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흔적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주가 선겸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신, 미주의 취중 고백에 선겸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답한 신, 아픈 미주에게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라고 선겸이 말한 씬,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라는 대사가 나온 11회 엔딩 씬 등이 있다.
아! 마지막으로 이 신은 꼭 언급하고 싶다. 14부에서 지우 언니(차화연)가 기정도를 향해 "내 인생 네 소품 아니야.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라고 말하던 모습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멋지다.
Q7. '런 온'의 티키타카 대화법이 드라마를 더 톡톡 튀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화법을 살리기 위해 본인이 특별힌 신경을 쓴 점이다 포인트를 둔 부분이 궁금하다.
A. 아주 찰지고 바쁜 토끼 마냥 빠른 템포의 대사들도 있지만, 여러 번 곱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대사들 또한 많았다. 그 대사의 의도와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정말 좋아하는 과목의 숙제를 하는 기분이어서 늘 흥미로웠다. 대화의 템포가 느린 작품은 아닌지라 그냥 일상 속 대화처럼 바로바로 상황에 흡수되어 흘러간 대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로 다시 보았을 땐 그 대사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몇 회차를 더 본 뒤에 다시 곱씹을 땐 그 대사로 인해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는 복습하기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이 길고 긴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상황들이 무척 많은데, 그런 지점들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우리들도 수많은 대화와 메시지를 통해 친밀해지는 과정을 겪곤 하니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대사들이라고 느꼈고,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하지 않은 작품은 물론 없지만 '더더욱 유난히 그 합이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워낙 멋진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니, 그들이 주는 대사에 자극을 받고 느껴지는 템포대로 리액션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완성하는 구조가 가능했고 대본의 말맛이 잘 살아있는 신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작가님께서 내가 가진 언어적 습관을 참고해 대사를 써주신 지점들 또한 있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기에 굉장히 편안한 대사라는 느낌이 있었다.
Q8. '런 온'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A.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Q9. '런 온' 속 오미주는 언제나 당당하다. 단아가 무릎꿇지 않는다며 지적하는 부분 역시 부유하지 않지만 떳떳하게 살아온 당당한 오미주의 모습을 매번 각인 시켰는데 이후 배우 신세경에게도 '오미주'의 영향으로 변화가 생겼나?
A.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라서 가능한 것들을 해나가요." 16회에 이르러 미주가 선겸에게 하는 이 대사가 내가 생각하는 우리 드라마의 메시지인 것 같다.
내가 만든 기준에 세상을 끼워 맞추기보단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자는 것. 이러한 지점에서 미주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Q10. '런 온'을 통해 대중들에게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A.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 잘 모르겠다. 하하. 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단,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Q11. '런 온'으로 다시 한번 '로코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 신세경만의 로코 잘하는 비법이 있다면? 아직 도전하지 못한 캐릭터가 있는지,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나?
A. 잘한다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비결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부끄럽다. 최근 몇 년간 따뜻하고 뜨거웠던 작품이나 캐릭터를 했기 때문인지 기회가 닿는다면 냉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직업군은 범죄심리학자를 해보고 싶다.
Q12.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위해 멈추지 않고 '런 온'한 미주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시즌 2 기다릴게. 보일 때까지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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