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에 이연의 어린시절과 어머니도 등장했으면 좋겠고, 지아만 지키면서 살 거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그러고 사는 모습도 보고 싶어서 짧게나마 상상해 본 이야기
어머니, 운명이 무엇인가요.
뉘가 연이 네게 그것을 이르더냐.
지난번 탈의파 뵈었을 적에 망자의 운명이 고약하다 하시는 말씀을 하시어서요.
운명이란 주어진 삶에 겸허히 순응하되 매몰되지 않는 것이란다.
허면 산신의 삶이란 무엇인가요.
세상의 크고 강한 것들에게 머리 조아리지 않고 세상의 작고 약한 것들에게 허리를 숙이어 주는 것이지.
본디 세상의 크고 강한 것들도, 세상의 작고 약한 것들도 모두 인간을 일컫는 것이 아니던가요.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은 풍요로우니 아쉬울 것이 없는 자들로 우리를 요물이나 미물로 취급하여 없애려 하나 그들의 지배를 받는 자들은 빈곤하니 얻고자 하는 것이 많은 자들로 우리를 영물로 여겨 늘 빌러 오니 말이지요.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도 지배를 받는 자들도 간절히 원하는 바 없는 자 없나니, 탐욕은 요란한 것이므로 너도 그에 마음 두어 휘둘리지 말지며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위하여 끊임없이 연마하도록 하여라.
힘써 배우고 갈고 닦는 것, 그것이 어머니처럼 천호가 되기 위해 순응해야 하는 저의 운명인가요.
무언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함이란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지키는 것이지. 네게 속한 이들을 지키어내는 일. 그것이 제일가는 가치임을 잊지 말거라.
나는 지아에게 물었다.
운명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지아는 나에게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함께하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얽매고 있는 모든 현실로부터 거리끼지 않은 너와 나의 기다림이 운명이라고.
어머니
어머니의 가르침 따라 살고자 애쓰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음을 떠나보낸 후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살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세월이 흘러 이제야 제게 속한 이를 지키는 삶을 비로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일가는 가치 있는 삶을요.
저는 앞으로도 여전히 지금과 같이 살아갈 겁니다. 순응하되 결코 매몰되지 않는 삶을, 평탄하지만은 않은 날들이 때때로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 다하는 날까지 지아를 지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