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숨을 들이쉰 그는 멍하니 선 태영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행사장을 나왔다. 인형처럼 딸려오는 여자 손을 잡고 복도를 걷던 기주는 더 참지 못하고 그 손을 뿌리쳐 버렸다. 그러고는 복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눌러 담으려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 싶어 그냥 두고 있었는데...... 정학이 놈 치근덕거림을 그대로 참고 있는 태영을 떠올리는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뭐야. 너 뭐야. 왜 그러고 있어?"
복도 구석에 서 있던 태영의 눈이 커졌다. 아까처럼 아무 말 못하고 그를 보기만 하는 여자를 보니 화가 더 뻗쳤다.
"너 바보야? 왜 아무 말도 못해! 그 자식이 그러는데 왜 가만있냐고!"
"내가..... 거기서.....무슨 말을 해요?"
왜 말을 못해? 평소에는 잘도 하면서 다른 놈이 치근덕거리는데 왜 말을 못해! 그것도 한기주가 보고 있는데! 강태영이 도대체 누구 여자인데!
"왜 말 못해. 입 없어? 소리 못 질러? 손 치우란 말 몰라? 왜 그 꼴을 당하고도 가만있냔 말이야!"
"맘 같아선 소리 지르고 싶었죠! 근데 그 사람 한기주 씨 친구잖아요."
"친구 아니야. 난 그딴 친구 없어."
태영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지만 애써 울음을 참은 태영이 조용히 말했따.
"난 한기주 씨 생각해서 참은 거예요."
"참아도 내가 참아. 누가 너 보고 참으래? 그리고 참을 이유가 뭐 있어. 난 저 남자 여자다! 저 남자 내 애인이다! 왜 당당하게 말을 못하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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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의 눈에 눈물이 넘쳤다. 볼 위로 줄줄 흘러내는 눈믈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태영은 힘겹게 외쳤다. 목이 메여 미칠 것 같았다.
"이 꼴을 하고서 어떻게 그래요. 저런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 그래요. 그랬음 한기주 씨 뭐가 되는데요. 내 자존심 지키자고 어떻게 당신을 망신주냐고요. 내가 어떻게 그...."
순식간에 다가온 남자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기주의 입술이 다가왔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기주의 눈을 보던 태영은 머리를 당기는 손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자의 입술이 주는 위로를 받아 들였다. 그 와중에도 또르르 흘러내린 눈물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과 맞닿은 한기주의 입술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가슴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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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리의연인2 _ 유호연장편소설 _ 원작 김은숙, 강은정 _ SBS, 황금가지 _ P11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