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는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투명한 캐릭터들의 뿌듯한 성장기가 담겨있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인물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역시 훈훈하다. 각자만의 틈이 있는 다양한 인물들이 인간 대 인간으로 연결되고, 나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는 감상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 14일 방송된 10회에서 기선겸(임시완), 서단아(최수영), 육지우(차화연)의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 임시완, 사랑으로 피운 성장이라는 꽃
기선겸은 인생에 가장 큰 변화가 필요했던 순간,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준 오미주(신세경)를 만나 이제까지 해 본 적 없던 것들을 시도하며 ‘일어나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무의미하게 지내왔던 날들에 “왜 내가 사랑한 것 중에 나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포기했던 인생의 선택권을 되찾아가려 노력 중이다. 이러한 성장은 주변을 돌아보며 힘을 보탤 수 있는 성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더 이상 뛸 자신이 없어 무섭다는 후배 김우식(이정하)에게 “일어나는 법부터 배워볼까?”라며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엉망이 돼버린 현실을 지독하게 경험했던 날, “우리가 넘어지는 건 일어나는 걸 배우기 위함이다”라며 자신을 일으켜줬던 미주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식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던 구원 엔딩은 선겸과 미주가 처음 서로에게 스며들었을 때 전해졌던 전율만큼이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안겼다.
▲ 최수영, ‘마음에 들이는 일’ 배우는 서대표
타인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던 에이전시 대표 서단아는 자꾸 마음이 쓰이는 남자 이영화(강태오)를 만나 이제껏 해 본 적 없던 고민을 안게 됐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자극제가 돼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가 느꼈을 기분과 마음을 짐작해보게 된 것.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말과 행동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영화의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땐, 다른 사람에게 자초지종 설명하며 물어보기까지 했다. 아직 영화를 향한 마음을 부정하고 있는 단아. 하지만 그로 인해 잠 못 이룰 정도로 고민이 많아졌고, 꼭 닫아뒀던 마음에 무언가를 들이는 걸 자신도 모르게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 차화연, ‘좋은 엄마’ 꿈꾸는 ‘칸의 여왕’
‘칸의 여왕’ 육지우는 자신의 역사를 채우다 놓쳤던 ‘좋은 엄마’로서의 삶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인생의 전부였던 육상을 그만두고 마음이 복잡할 아들 선겸이 걱정돼 얼굴 좀 보자고 연락하는가 하면, 딸 기은비(류아벨)가 새로 계약한 에이전시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남을 통해 전해 듣는 게 익숙했던 그녀가 먼저 나서서 아들과 딸의 소식을 알아보려던 것. 육지우는 자식들에게 살갑고 다정한 게 낯부끄럽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솔직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그만큼 현재의 변화는 용기가 뒤따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고, 그래서 그 변화를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