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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경과의 약속으로 CSV 앞에 도착한 기주는 밀려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서행을 했다. 주차장에 들어가려 하던 그난 막 극장을 나오는 태영을 알아봤다. 매정하게 지나치려 차를 몰았지만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오늘 아침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회사를 나서던 뒷모습도 떠올랐다. 결국 참지 못한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태영의 뒤를 따라갔다.
어깨를 축 늘인 채 걸어가던 태영은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뒤를 따라 지하철을 탄 기주는 태영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낮인데도 지하철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복장으로엉거주춤 서 있는 기주를 승객들이 흘끔흘끔 쳐다 보았다. 그 시선이 불편해서 견디기 힘든데 마침 태영이 지하철에서 내렸다. 얼른 정신을 차린 그는 여자의 뒤를 따라갔다.
비척거리며 걸어가던 태영이 멈춘 곳은 전에 기주도 온 적이 있던 공원이었다. 공원 벤치에 털썩 주저않는 그녀를 살피던그는 진동하는 핸드폰을 봤다. 승경의 전화였따. 그러고보니 극장에 가기로 한 시간이 벌써 한참 전이다. 하지만 받지 않은 핸드폰을 슬며시 주머니에 밀어 넣은 기주는 태영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자전거를 타는 연인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던 태영이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는 게 보였다.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그녀는 녹음기에 대고 씩씩하게 외쳤다.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가진 게 하나도 없으니 지킬 것도 없다. 내 인생이 점점 쿨해지는 것 같다. 시워언하다! 하하하."
하며 웃던 그녀는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냈다.
"이건 잘린 기념이다. 하와이이이, 와이키키이이, 허스키이이, 앉은키이이."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나왔다. 얼른 필름을 뺀 태영은 흐릿하던 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길 기다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잠시 후 씨익 웃는 태영 자신의 얼굴이 사진에 드러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곧 자기 뒤에 찍힌 남자의 형체에 그녀의눈이 커졌다. 얼른 뒤를 돌아봤지만 기주는 없었다. 놀라움에 이어 눈엔 눈물이 핑 돌았다.
파리의연인1 _ 유호연장편소설 _ 원작 김은숙, 강은정 _ SBS, 황금가지 _ P327, 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