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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연주에 맑은 피아노 선율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일행과의 대화에 몰입해 있던 사람들이 그 소리에 끌려 무대를 응시했다. 하지만 기주의 시선은 자신을 보는 여자에게 있었다. 평소와 달리 남들 앞에서 이렇게 낯 뜨거운 행동을 하는 이유. 두말할 필요 없이 한 여자 때문이었다. 이 순간 한기주는 강태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한 명의 남자일 뿐이었다.
또로롱거리는 피아노 소리를 마지막으로 노래는 끝났다. 그 뒤를 이어 힘찬 박수 소리가 카페를 채웠다. 하지만 기주의 눈엔 태영만 보였다. 기운 없던 여자의 눈에 돌아온 기쁨의 빛만 보였다. 아아, 잘 해낸 모양이다. 이렇게 창피스런 짓을 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중략)
수혁의 이야기에 태영의 얼굴은 금세 시무룩하니 변했다. 말없이 그 모양만 지켜보던 기주는 지난밤 내내 고민했던 이야길 꺼냈다. 이 여자를 온전히 지키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엔 없는 거 같았다.
"태영아, 너 나하고 그냥 살자."
태영의 눈이 커졌다.
"나하고 그냥 살자. 너 힘들어하는 거 못 보겠다."
탁자에 놓인 와인 잔을 만지는 태영의 손이 떨렸다. 한참이나 붉은빛이 도는 액체를 보는 태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리었다. 방금 불러준 노래도 과분한 위로였는데...... 넘칠만큼 충분했는데. 생긋 웃은 태영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좋아요. 이럴 줄 알았죠? 피이, 난 뭐 여자 아닌가 뭐? 한기주 씨가 아까운지 내가 아까운지 재고 빼고 뜸 들여봐야죠. 냉큼 오케이 하면 기다린 거 같잖아요."
"뜸 너무 들이다 다 탄다. 누룽지 된다."
"저 누룽지 좋아해요. 뭐 바닥까지 빡빡 긁어먹죠, 뭐."
헤헷 하며 웃은 태영은 다시 기운을 냈다. 이 남자를 사랑하며 닥치는 문제들은 그녀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 사람 등 뒤에 숨어선 안 된다. 그러고픈 마음은 굴뚝 같지만...... 나약한 여자 같은 거 강태영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내 사랑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파리의연인2 _ 유호연장편소설 _ 원작 김은숙, 강은정 _ SBS, 황금가지 _ P14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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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에서 퇴직하는 그녀를 위해 마련해 준 파자마 파티는 사실상 기주를 위한 파티였다. 어찌나 기운이 없어 보이던지 태영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노랠 불렀는데 기주는 나름으로 즐거워 보였다. 비록 낯이 뜨겁긴 했지만 뿌듯한 기분이었다.
파리의연인2 _ 유호연장편소설 _ 원작 김은숙, 강은정 _ SBS, 황금가지 _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