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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구미호뎐 이연 아빠가 들려주는 한국판 인어공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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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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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번이 마지막, 이번이 진짜 마지막 하면서 왜 또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쓴 이야기

이게 다 잘난 연지아 때문이고 이게 다 블레 소식 전해 주지 않는 스드 때문이지ㅠㅠㅠㅠ





너른 벌판 황금물결 넘실대고 오곡백과 무르익어가는 서쪽 나라에 지아음이라는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공주는 효심이 지극하고 심성이 고와서 어느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냈답니다. 한반도 방방곡곡을 다니며 겪은 일들을 전해주는 벗들의 이야기에 공주는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나도 가보고 싶어. 저 강줄기 따라 올라가 보고 싶어. 평지 가득한 이곳과는 달리 굽이쳐 휘달리는 저 높은 산맥 따라 오르고 싶어.’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도 다음 해를 기약하며 저물어 갔어요. 하루가 지날수록 언젠가는 이 경계를 넘어 동쪽 나라에 가 보리라 굳건히 다짐하는 공주의 생일날이었어요.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소생하여 바야흐로 봄기운 완연한 삼월 삼짇날이었지요. 서쪽 나라에 활기가 넘쳐흐르던 그 밤, 지아음 공주는 남몰래 서쪽과 동쪽 경계를 향해 나아갔어요. 얼마쯤 걸었을까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집채만 한 파도와 맞서 싸우는 듯 거대한 창귀 무리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던 사내 하나가 꽃신 신은 공주 발 앞에 쓰러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것을 본 공주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고 말았답니다. 다행히 창귀 무리를 모두 무찌르고 난 뒤였지만 지아음 공주는 경계를 넘은 사내가 서쪽 나라 경비대에게 걸릴까 걱정되어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겨주었어요.


고맙소.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으리다. 내 목숨을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오. 훗날 이것이 그대와 나의 오늘을 기억하는 증표가 되어줄 거요.”


자신을 동쪽 나라의 이연 왕자라고 소개한 사내는 공주에게 왕자의 표식인 여우구슬을 건네주었어요. 공주의 부축을 받아 동쪽 경계를 넘은 왕자는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재회를 기약하고는 숲의 깊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어요.


그 밤 이후 지아음 공주는 동쪽 나라에 대한 마음이 더 간절해졌어요. 이연 왕자가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아무래도 공주는 사랑에 빠진 것 같았어요.


얘야, 아가. 절대 동쪽 경계로는 얼씬도 말거라. 그쪽은 요괴의 나라이니라. 우리네 결코 범접할 수 없으리라.”

아바마마. 인제 방년의 나이가 되었건만 아직도 아가라 부르시다니요. 소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랍니다. 허고 요괴라 하여 본질이 다 같은 것도 아니지요.”

본질의 문제가 아니니라. 애당초 다른 세상이니 눈 돌리지 말거라, 아가.”


지아음 공주는 만류하는 부모님과 벗들의 눈을 피해 경계를 넘을 수 있는 방도가 없을까 고심하였어요. 그때 서쪽과 동쪽 경계 언저리 역병 소굴에서 병에 걸린 자들을 돌보는 노파에게 남몰래 경계를 넘는 능력이 있다는 소식이 건너왔어요. 공주는 노파를 찾아갔어요.


지혜와 영특함이 남다른 아이로고. 목소리 또한 유달리 아름답구나.”

목소리를 내어 놓으라는 말씀이신가요.”


쇳소리 들끓는 노파가 이전부터 아름다운 목소리를 탐낸다는 소문이 있었던 탓에 공주는 사뭇 긴장하였어요. 노파는 짐짓 고민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어요.


퍽 기꺼운 제안이나 그보다 그 목소리 대신 네 고운 목에 비늘 하나를 심고자 하니 거래를 하겠느냐.”

무슨 비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것이 무엇인지는 경계 넘어 왕자를 찾아가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니라. 거절하면 왕자와 만날 도리 없거늘 어찌할 테냐.”


왕자에 대한 그리움이 목 끝까지 차올라 지아음 공주는 더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목을 내어주자 노파는 비늘 하나를 공주의 목에 심어 넣었어요. 칼에 찔린 것처럼 목이 타는 느낌이 들어 주저앉고 싶었지만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경계를 넘었어요그러나 그렇게나 그리던 이연 왕자를 만나는 순간 지아음 공주는 절망하고 말았답니다. 제 안에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와 왕자를 위협하는 목소리를 듣고 말았거든요. 공주를 반갑게 맞았던 왕자는 그것의 정체가 이무기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어요.


공주의 몸에서 나오너라. 나와 직접 대면하여 이 나라의 주인 될 자 뉘인지 겨루자.”

공주의 안전을 원하거든 네 몸을 나에게 다오. 그러지 않으면 이 여인 오늘 밤 정녕 죽으리라.”


이무기는 왕자뿐만 아니라 몸에 갇혀 울부짖는 지아음 공주마저 협박하였어요.


살고자 하거든 네 손으로 왕자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으라.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삼도천에 빠져 영영 물거품 되리라.”


공주는 일어난 모든 일이 제 탓인지라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요.


아바마마 말씀대로 엿보아서는 아니 되는 세상이었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쉽사리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 무엇보다 왕자님을 찾아 경계를 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어.’


공주는 왕자와도 함께하고 싶고 목숨을 잃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반드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이연 왕자를 위험에 빠뜨린 이는 다름 아닌 공주 자신이었으므로 공주는 마땅히 물거품이 되어야 하는 것은 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애타게 바라던 바 왕자님 얼굴 다시 한 번 뵈옵는 것이었나이다. 소녀 더는 여한 없사오니 왕자님 부디 이 나라 주인 되시어 세상을 이롭게 하소서.”


잠시잠깐 제정신이 돌아온 지아음 공주는 이무기가 쥐어준 칼의 날을 제게로 돌리었어요.


지난 날 공주께 입은 은혜로 목숨을 부지하였으니 내 어찌 또다시 그대에게 남은 삶을 빚지랴.”


이연 왕자는 공주의 손에 들린 칼을 잽싸게 낚아챘어요. 동시에 공주 목의 상처 속으로 단박에 손톱을 찔러 넣어 비늘까지 빼내었어요. 공주가 말릴 새도 없이 왕자는 비늘을 삼키고 말았어요. 그러고는 공주가 살면서 보아왔던 그 어떤 이의 것과도 비할 데 없는 가장 밝은 미소로 보듬어주었어요.


잊지 않고 기억하여 삶의 경계를 넘은 이여, 공주 그대의 마음 태산보다 크고 높아라. 그대와 세상 구하고 숨 거두는 이 순간 그대와 눈 맞추고 있으니 나의 마지막 진실로 복 되도다. 세상 끝 날까지 그대를 연모하오.”


이연 왕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삼도천에 몸 던져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홀로 남은 지아음 공주는 날이 가고 달이 가는 내내 애끊는 울음을 울 수밖에 없었지요. 그 울음에 착한 신이 찾아와 물었어요.


너의 진심 하늘에 닿았으니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왕자님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조건 없는 환생은 없으니 너 가진 것 무엇이냐.”

왕자님의 보옥인 여우구슬이 있나이다.”

허면 그것을 내게 다오.”


이리 허망하게 왕자를 잃은 채 살아갈 수 없었던 공주는 여우구슬을 신에게 넘겨주었어요. 그것을 받은 신은 이미 벌써 공주의 소원은 이루어졌다며 곧장 자리를 떠났어요.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왕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더욱더 서러워진 지아음 공주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자 그것이 비가 되어 온 세상을 젖게 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때, 공주의 머리 위로 우산 하나가 드리워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눈물 젖어 흐릿한 공주의 눈앞에 우산을 든 이연 왕자님이 나타난 것이었어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지아음 공주와 이연 왕자는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아빠?”

세상과 공주를 구한 잘생긴 왕자는 다시 만난 공주님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대. 잘 자,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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