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아 딸램의 겨울방학일기
눈이 펑펑 내렸다.
눈이 많이 오니까 데리러 오지 말라고 엄마가 전화했다.
그런데 동생이 없어졌다.
방금 아빠랑 소파에서 뚱바 먹고 있었는데 어디 갔지?
아빠가 동생을 찾았다.
동생은 현관에 있었다.
부츠는 짝짝이로 신고 패딩도 안 입고 눈썰매를 들고 낑낑거렸다.
아빠가 ‘야 인마. 너 뭐 하냐.’ 막 웃더니 우릴 데리고 나갔다.
나랑 동생은 아빠가 끌어주는 눈썰매를 신나게 타고 놀았다.
아빠는 ‘눈 오고 한파라는데 난 왜 덥지.’ 헉헉거렸다.
회사 끝나고 온 엄마가 우릴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아빠는 엄마를 눈썰매에 태우고 쌩쌩 달렸다. 아빠가 제일 신났다.
집에 들어오는데 엄마가 아무도 안 밟은 눈을 찾아서 발자국을 찍었다.
아빠가 뒤에서 엄마 어깨를 붙잡고 쫄래쫄래 엄마 발자국을 따라 밟았다.
나랑 동생도 꽥꽥 삐약삐약 아빠 허리를 붙잡고 따라갔다. 재밌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랑 찜질방에 갔다.
엄마랑 할머니랑 씻고 나갔더니 아빠랑 할아버지랑 동생이 식혜를 먹고 있었다.
양머리를 쓴 동생이 삐쭉삐쭉 구운 계란 내미는 아빠 손을 밀어버렸다.
아빠랑 할아버지가 또 놀렸나 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했다.
아빠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했다.
동생은 그럼 나는 누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냐고 했다.
왜 할아버지한테 나는 세 번째고, 아빠한테는 두 번째냐고 했다.
이건 다 내가 동생처럼 애기 때 물어봤던 거다.
아빠랑 할아버지는 나중에 짝꿍을 만나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첫 번째일 거라고 했다.
이건 다 내가 동생처럼 애기 때부터 들어왔던 대답이다.
아빠는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건 아빠뿐인데 나랑 동생을 두 번째로 사랑하는 건 엄마랑 아빠 두 사람이니까 첫 번째로 사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게 뭐야.’
‘첫 번째가 백이고 두 번째가 오십이라고 쳐. 내가 자길 사랑하는 게 백이고, 우리 딸이랑 아들 사랑하는 게 최소 오십이어도 자기랑 나랑 합쳐서 백이니까 마찬가지지.’
엄마랑 할머니는 말도 안 된다고 웃었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마구 끄덕이셨다.
아빠랑 할아버지는 말이 아주 잘 통한다. 그래서 재밌었다. 하지만 동생은 삐져서 찜질방에서 나올 때까지 아빠랑 할아버지랑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