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머릿속에 여전히 차고 넘칠 연지아와 요괴들 이야기 시즌2로 와주시길 바라면서 써 봄
평생 지아만 지키면서 산다는 이연이 삼재 잡으러 갔던 것처럼 다른 요괴 잡으러 나서는 이유도 지아 때문일 건데 아무리 쥐어짜내 봐도 나는 이런 평면적 묘사? 표현 밖에는 못하겠어.
그러니 작가님 제발 작가님 안에서 입체적으로 살아숨쉬는 시즌2를 주세요.
새해에는 블레 확정 소식도 늦지 않게 와주길....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 달리자 구슬이들아.
지아는 정월대보름 축제 취재차 지방 출장 중이었다. 해마다 이 지역 축제에 참여했던 이들 중 일부가 원인 모를 병에 걸리거나 여러 가지 불운한 일을 겪었다는 제보를 받고 떠난 출장이었다. 이런 일을 겪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외지인이라는 것, 모두 근방의 민박집에 묵었다는 것, 그리고 모두 방문 앞에 내놓은 신발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동행한 이연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알아내 찾았을 때 야광귀는 지아의 신발을 훔쳐 이제 막 달아나려던 참이었다.
“도시에 정착해 잘만 적응해 사는 요괴 따위들이 우리네 사정 알 바 무어냐. 점차로 가옥의 형태도 편리를 따져 도시화되어 당최 집안에 발들일 수 없으니 헐벗은 발에 꿰찰 신발 하나를 찾을 수가 없단 말이다.”
정월대보름 밤 문 밖에 놓인 것들 중 제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난다는 야광귀는 부러 해마다 도시에서 온 외지인들의 신발을 훔쳐 자취를 감추었다. 해마다 이맘때쯤 나타나 민박집 주인 행세를 하면서. 제가 정착하지 못한, 그래서 제가 가질 수 없는 도시의 것들을 욕심껏 훔치면서.
“야 이 멍충아. 요즘 세상에 백화점이며 마트며 신발 매장 없는 데가 없어요, 심지어 바깥에 내놓은 매대도 여기저기 널렸어요, 이 상등신아. 사이즈며, 디자인이며 취향대로 새 신발 고를 수 있는 데가 지천인데 융통성 없이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이연에게 목덜미를 잡힌 야광귀는 발악하였다.
“주인 없는 신발이 다 무슨 소용이냐. 저길 봐. 해마다 예까지 온 인간들이 달집태우기를 하는 연유는 무엇이냐.”
축제 행사의 마무리로 와글와글 몰려있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늦은 밤까지도 아직 남아있는 달집의 잔해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해의 안녕을 위해서지. 모든 액운이며 악귀를 물리치고 복된 한 해를 맞이하겠다는 인간들의 염원.”
목을 졸리는 와중에도 야광귀는 악다구니질을 멈추지 않았다.
“허니 나는 한 해 동안 지옥서 차곡차곡 쌓아온 액을 넘길 자를 찾는 것뿐이다. 대신 그에게 허락된 복은 나의 몫이 될 것이니 주인도 없는 새 신발 따위야.”
야광귀가 말을 토해낼수록 이연의 손아귀 힘이 더 억세졌다.
“네 놈이 발광을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닌데 감히 내 사람한테 네 놈 액운 떨궈내고 복을 훔쳐가겠다고 우리 지아 신발을 탐내? 게다가 이거 우리 커플 운동화거든?”
마지막 발작으로 징그럽게 긴 손가락을 휘둘러 생채기 내는 야광귀를 이연은 불씨 남은 달집 속으로 단박에 처박았다.
뒤늦게 잠에서 깬 지아는 신발을 품에 안고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서는 이연의 찢어진 코트 소맷자락을 붙잡아 당겼다.
지아 너는 내게 물었다.
이제 인간이 되어 만물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 세상을 구해야 하는 속박에서 벗어나 모든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어떠하냐고.
나는 지아 네게 답했다.
만물보다 크나큰 나의 세상이 내 앞에 있으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하다고.
지아 너는 내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째서 너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볼 수 없는 세상의 것들에 여전한 관심을 기울이느냐고. 어째서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위험을 무릅쓰느냐고. 구미호의 능력은 남아 있으나 이제는 인간의 몸 상하여 겪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고.
나는 지아 네게 다시 답했다.
네가 엿보았던 나의 세상은 온통 너였으니 결국 너는 너의 세상에 속한 나를 본 것이라고. 그 때에 너와 나는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서야 비로소 안도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다시 찾은 나의 세상을 다치게 하는 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나의 자유와 평안은 너의 안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