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민지 기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 경비괴물과의 액션 비하인드가 있다면?
▲ 그 신을 찍을 때는 모든 스태프와 내 기대감이 컸다. 제일 큰 액션 신이고 피가 많이 나오고. 그 신이 대사가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상황에 충실해서 계획하지 않고 연기해보자 했다. 굵직한 동선, 액션 합을 맞추는 것까지만 기술적으로 연습하고 감정과 연기는 온전히 즉흥연기처럼 했다. 목적성이 하나 있었던게 재헌이가 이 상황에서 '하나님이 부르는구나. 내가 갈 때가 됐구나. 여기서 내가 가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할 수 있겠고 아파서 누워있는 지수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는구나, 모든걸 희생하겠다는 정서 하나를 가지고 즉흥연기 식으로 했다.
- 재헌은 전사가 잘 설명이 안 된 캐릭터였는데 국어선생님이 왜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어떻게 칼을 사용하게 된 건지 재헌의 전사를 그려본게 있나.
▲ 검도는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한 것 같다. 아버지가 정신건강과 신체적 건강 때문에 연습을 시켰다, 그래서 구력이 나름 된다고 생각했다. 직업적으로 보통 대학을 가서 책있는걸 좋아해 국어를 전공했을거고 졸업 후 안정적인 선택을 해 선생님을 했을거다. 그런데 한가지 사건이 있었을거라 생각했다. 그 사건을 통해 이 인물이 모든걸 포기하고 무너지면서 알코올 중독까지 넘어갔다가 하나님을 만나고 교회에 다니며 치유하고 극복하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경험 때문에 스스로를 절제하고 망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스위트홈'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 연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꿈이 없어서 일단 대학에 가자 했다. 공부를 해도 성적은 안 오르고 대학은 가야겠고. 우리 학교와 집 사이에 작은 지하 연습실이 있었다. 연기를 가르치는 곳이더라. 대학을 안가도 연기를 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계획없이 막연하게 시작했다. 거기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대학을 안가도 멋있게 살자는 막연한 낭만으로 시작한 것 같다.
- '스위트홈'을 통해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검블유' 등에서 연기한 캐릭터를 잊게 만들었는데, 연기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 모리 타카시 연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서 다 어려웠고 어눌한 한국어도 어려웠다. 당시 내가 가진 경력에 비해 거대한 선배들을 만나서 연기적 압박감도 힘들었다. 힘든 만큼 열심히 했다.
- 제작발표회 할때 특수 분장 괴물의 의상이 찢어질때 이응복 감독이 호통을 쳤다고 했었는데 어떤 괴물과의 싸움이 가장 조심스럽거나 힘들었다.
▲ 아무래도 경비괴물과의 싸움이 어려웠다. CG가 입혀진 모습으로 보셨겠지만 같이 연기할 때는 연기한 선배님이 계시고 액션을 할 땐 액션 팀이 있었다. 무거운 장비와 분장을 하고 연기하고 액션팀은 엘리베이터에서 액션 합을 맞췄다. 조심해야 하는 괴물은 근육괴물이었다. 칼을 많이 휘둘렀는데 근육괴물도 사람이 무거운 장비를 매고 연기한거였다. 한시간 이상 연기할 수 없어서 두분이 돌아가면서 연기했다. 분장이 칼과 만나면 무조건 찢어지거나 망가져서 조심스럽게 연기해야 했다.
- '스위트홈'의 흥행을 넘어서 정재헌이란 캐릭터는 '스위트홈' 시청자 모두가 사랑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는데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 진짜 정말로 예상 못했다. 재헌은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주인공도 아니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말 그대로 조연이다. 이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다. 개인적으로 50점을 줬지만 연기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 정재헌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폭발한 후에 출연했던 광고, 과거 출연 드라마 캐릭터과 동일인이라는 것에 놀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얼굴을 갈아 끼면서 연기한다'는 반응이 많은데.
▲ 배우들이 자기관리한다고 하는데 내가 평상시에 자기관리를 잘 안한다. 그 역학을 맡으면 그 역에 맡게 생각하고 연기하려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체중이 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고 인상이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얼굴 상태도 많이 달라서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자기관리를 좀 해야겠다.
- 지수와의 러브라인 뿐 아니라 편상욱 캐릭터와의 브로맨스도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진욱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진욱 선배님은 언제나 나이스하고 언제나 웃고 있고 언제나 후배 위주다. 실제 재헌 성격과 가장 잘 어울리는게 어떻게 보면 진욱 선배님인 것 같다. 한참 선배라 부담스러울까 했는데 너무 편했다. 형동생 하면서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부담이 없었다. '이렇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하면 '하고 싶은대로 다 해' 해주는 분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알아서 연기하면 알아서 받아주시더라. 셔터 내리면서 연기하는 장면에서 브로맨스를 생각하진 않았다. 재헌은 이 사람의 진심을 파악하고 도와준건데 브로맨스 반응까지는 예상 못했다.
- CF 속 현실 남편 모습도 화제였다.
▲ 현실 부부의 모습 중 진짜 나의 모습도 있고 아닌 모습도 있다. 가까운 사람들은 '저게 인간 김남희다' 라고 하는데 나랑 같이 사는건 아니니까 '아니야. 나 집에서 안 그래'라고 한다. 생활연기를 워낙 좋아한다. 감독님도 촬영을 재미있게 해주셔서 그렇게 했다.
- 악역일 때도, 선역일 때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악역과 선역의 경계가 없다. 악역에도 선역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인물로서 당연하다 생각하고 연기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그런 경계는 안 둘 것 같다. 내 좋은 이미지를 위해 따뜻하고 선한 인물만 하려는 생각은 없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적인 매력, 그 인물의 이중적인 면,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매력을 느낀다면 경계를 두고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 '스위트홈'은 김남희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 연기할 때는 열심히 했다. 이게 나한테는 그냥 직업이다. 연기하는게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직업에서 열심히 살다시피 나도 최선을 다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끝났구나' 하고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잘 되면 '잘 됐구나', 못 됐으면 반성하는 편인데 봐주시는 분들이 애착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만큼은 하고 싶다. 앞으로 내 연기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지나간 일은 잊고 또 새로운 연기를 위해 나아가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