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민지 기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 이은혁이 그린홈 리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은혁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개인적인 생각인데 호불호가 갈렸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스럽다. 시청자분들께서 내 선택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길 원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서 감사하다. 나는 은혁이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됐고 현실적이고, 어찌보면 극단적인 선택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어서 선택한 것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선택에 동의한다. 나의 죽음도 그렇고.
- 이은혁이 괴물화를 암시하며 마무리 되는데 이은혁이 괴물이 된다면 어떤 욕망이 발현될까.
▲ 수호천사로 태어나지 않을까. 난 동생만 바라보는 아이라 생각한다. 초반 방송에서도 은유를 겨냥하고 내려오라고 하는거다. 동생을 위해 모든걸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해서 그런지 슬라임 괴물처럼 은유의 수호천사가 되지 않을까.
- 실제 성격과 은혁의 싱크로율이 70% 정도 된다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 나와는 다르다고 느꼈나.
▲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고 감성적이보다 이성적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 감정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비슷하다. 정에 대한 부분은 좀 다른 것 같다. 나는 정이 많은 편이다. 쉽게 정을 주기도 하고 그만큼 상처 받은 적도 많다. 은혁이는 정을 주는 법을 모르는 아이인 것 같기도 하다.
- 실제로 스위트홈처럼 아파트에 갇힌 상황이라면 은혁처럼 행동할까.
▲ 사실 이도현이란 사람은 최소한의 희생을 할거다. 처음 나왔던 수웅 역할을 했었을 수 있을 것 같다. 눈 앞에서 아이가 달려오는데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나서면 되는데 왜 거기서 혼자 고민하고 명령만 내릴까. 순전히 나라면 내가 먼저 구하러 나가지 않을까 싶다.
- 이은혁이 아닌 이도현의 욕망은 어떤 것이 있나.
▲ 연기 잘하는 마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사람 이도현으로는 우리 집 강아지 가을이에 대한 욕망이 크다. 추워져서 강아지 옷에 대한 욕망이 크다. 내 옷에는 욕망이 없는데 이상하게 아이 옷에 대해서는 욕망이 크다.
- 스위트홈이 실제 상황이라면 등장인물 중 어떤 인물과 가장 유사하게 행동할 것 같나.
▲ 현수처럼 행동할 것 같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 필요한 물품을 찾기 위해 먼저 움직일 것 같고 조금 더 용감하고 당당하게 움직일 것 같다. 대신 은혁이의 말만 듣는다는 포인트는 다를 것 같다.
- 그린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멀끔했다. 액션이 적다보니 아쉬움이 있진 않은가.
▲ 아쉽긴 하다. 나도 액션에 대한 욕심도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지하주차장에서 육상 괴물과 싸우는 신도 재미있게 찍었다. 만약 시즌2에 액션이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잘 할 자신이 있다. 어떻게 싸울지는 잘 모르겠다. 시즌2에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데 혼자 괜히 상상해서 실망하면 안되니까. 감독님, 시즌2 하면 반드시 하고 싶다.
-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 내가 또래 배우들보다 선배님들과 연기했다. 너무 좋았다. 촬영 전에 감독님, 배우들과 다같이 어떻게 연기할지, 이 신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회의하고 들어갔다.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크게 받아서 매 촬영 때마다 즐거웠다. 배우들과의 호흡도 말할 것 없이 잘 맞았다.
- 최근 가장 주목 받는 20대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기쁘면서도 주변 기대감이 높아지니까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그만큼 겁나거나 무서운게 비례하진 않다. 나라는 사람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연기를 잘 하려면 뭘 해야할지를 아니까 내가 연기를 잘하고 캐릭터로,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면 그보다 뿌듯함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게 기대에 부응하는거라 생각한다.그러다 보니 겁나거나 무서운 건 많이 없다. 앞으로 촬영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감사하다.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다. 날 좋아하고 사랑해주시는 팬분들께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 '호텔 델루나', '18어게인' 이후 차세대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스위트홈'으로 바라는 수식어가 있다면?
▲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였으면 좋겠다. 은혁은 나도 처음 시도하는 연기, 장르였기 때문에 이런 장르와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말씀을 해주시면 너무 뿌듯할 것 같다.
- 다른 장르의 작품을 연이어 또는 동시에 출연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도전하고 싶은 인물이나 장르는?
▲ '스위트홈'은 '18어게인' 이전에 촬영했다. '호텔 델루나' 찍고 단막극 찍고 '스위트홈'을 찍은 후 '18어게인'을 찍었다. 확확 변신할 수 있었던 시간이 더 재미있었다. 변신의 텀이 짧긴 했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긴 했었지만 나는 오래 쉬면 오히려 쳐지는 스타일이더라. 그 단계가 나한테 맞았던 것 같고 그만큼 주변에서 잘 이끌어주셔서 이런 성과가 있었다. 제대로 된 액션 연기, 느와르 장르 연기를 해보고 싶다. 편상욱처럼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
- 스위트홈 연기에 대해 뿌듯하고 아쉬웠다고 말했는데 특히 어떤 장면들이 그랬나.
▲ 매장면이 아쉬웠다. 표정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눈빛으로만 제압하고 내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가만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하나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내가 하고자 했던 표현이 더 묻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일거다. 매 연기가 아쉽다. 그런데 다시 해보자 하면 못할 것 같다. 그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 '스위트홈'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첫 발걸음으로 남지 않을까. 넷플릭스에 들어간 첫 발걸음. 걸음마를 잘 뗀 것 같다.
- 이시영에게 복부를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 관련된 비하인드나 에피소드.
▲ 내 기억에는 3대를 맞았다. 풀 샷 때 맞고 내 얼굴 딸 때, 누나 얼굴 딸 때 맞았다. 걱정을 했다. 누나는 프로 출신이고 주먹이 매서울거란 걸 아니까 '분명히 아프겠지' 했다. 합을 맞추기 전에 누나가 최대한 안 아프게 끊어서 쳐주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이 정도 파워겠지' 예상을 했는데 그걸 넘어서더라. 숨이 3초 동안 멎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풀샷을 찍었다. 이건 안 맞아보면 알 수 없다.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숨이 멎었었다. 한편으로는 누나한테 고마웠던게 그 이후에 진짜 내 대사와 호흡이 나왔다. 촬영 끝나고 봤는데 상처는 없더라.
- 은혁과 현수와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관계인 동시에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동료이기도 한데 현수에게 은혁, 은혁에게 현수는 어떤 존재였을까.
▲ 밉지 않았을까. 오로지 탈출을 위해 현수를 이용한 것 같아서 현수 입장에서는 은혁이 밉지 않았을까. 나에게 현수는 너무도 필요한 존재였다. 현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을 때 고맙지만 그걸 표현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게 답답한 것 같기도 하다.
- 배우로서의 목표는?
▲ 연기 잘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다양한 모습들로 만나뵙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2021년 목표이기도 하다.
- 차기작 선택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것 같다. '오월의청춘'을 선택한 이유는.
▲ 내가 선택한게 아니라 감독님께서 날 뽑아주신거다. '오월의 청춘'을 하고 싶단 마음이 큰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이야기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이 있었다. 이게 나라는 사람에게 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고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잘 녹여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이야기 할 때도 너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 뽑아주셨을 때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