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배수지·남주혁 멜로보다 김선호 서사가 궁금한 까닭
‘스타트업’, 김선호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기업 세계를 심도 있고 현실감 있게 파악한 드라마는 아니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얄팍한 배경으로 차용하는 정도다. 다만 ‘스타트업’은 로맨스를 ‘스타트업’하는 감정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진짜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과거의 특별한 의미를 통해 그를 사랑하는가?
‘스타트업’의 주인공 서달미(수지)는 10대 시절 엄마와 의지하던 언니 원인재(강한나)가 떠나자 상실감에 시달린다. 서달미는 원인재 외에 절친이 없던 아이였다. 그때 우연찮게 서달미에게 한 남자애가 편지를 보내온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남도산이라는 남학생으로 서달미는 그 편지에 의지하고 힘을 얻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간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남도산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런데 사실 남도산은 가상의 인물이다.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이 불쌍한 손녀딸을 위해 가상 친구의 편지를 만든 것이다. 다만 본인의 필력이 너무 올드해서 그녀가 거둬먹이던 고아 소년 한지평(김선호)의 힘을 빌린다. 그리고 한지평은 당신 신문에 난 수학경시대회 우승자 남도산의 이름으로 편지를 쓴 것이었다.
‘스타트업’은 서달미가 중요한 순간 남도산이란 존재가 필요해지면서 문제가 터진다. 최원덕의 부탁으로 한지평은 뒤늦게 그들이 가상으로 만든 남도산의 본체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뛴다. 서달미 역시 다방면으로 남도산을 찾다가 결국 중고거래를 통해 본체 남도산(남주혁)과 처음으로 만날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한지평이 먼저 남도산을 찾아내 서달미와 만나기 전 낚아챈다.
사실 편지 속 인물이 아닌 본체 남도산은 다 쓰러져 가는 삼산텍을 이끌던 젊은 엔지니어였다. 그런 그에게 듣도 보도 못한 서달미보다 한지평이 더 특별한 기회로 다가온다. 한지평은 성공한 기업가이고 그의 후원이 있다면 삼산텍은 재도약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체 남도산은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편지 속 남도산으로 위장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때 남도산은 몰랐던 것이다. 너드 남도산에게 찾아온 진정한 첫사랑이 서달미가 되리라는 사실 말이다. 또한 한지평도 알지 못했다. 최원덕의 부탁으로 시작한 편지의 대상 서달미를 그가 먼 훗날 다시 짝사랑하리란 사실을. 결국 이 둘 모두 어긋난 사랑의 버그에서 사랑을 시작한 셈이다.
‘스타트업’은 극 중반 편지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무너져 버린 세 사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남도산과 서달미는 다시 제로섬에서 로맨스의 새로운 감정들을 쌓아간다. 다만 드라마의 의도나 주인공 서달미와 달리 시청자는 새로운 로맨스에 흠뻑 빠지지는 못한다. 여전히 드라마의 한 축인 한지평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이 캐릭터의 매력과 감정을 가장 공들여 쌓은 인물이 바로 한지평이다. 극 초반 청소년 아역의 달인 배우 남다름은 불우한 10대 한지평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남다름은 달인답게 배우 김선호의 말투와 특징까지 잡아내 감정 모사하듯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김선호 한지평을 과거부터 그대로 지켜봐 온 착각이 든다.
여기에 한지평은 ‘스타트업’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계속해서 사건을 끌고나가는 능동형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주요 인물들과 계속해서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서달미, 최원덕, 남도산과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키다리아저씨가 되거나, ‘츤데레’ 막내아들 느낌이거나, 너무 과격하지 않은 라이벌 대결로 말이다.
더구나 배우 김선호는 과장되거나 유치한 코미디도 달달한 라떼처럼 부드럽게 소화해낼 줄 안다. 그렇기에 자칫 유치할 뻔했던 ‘스타트업’의 한지평 코믹 장면들은 김선호에 의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들로 바뀌는 것이다. 사실 이전 작품에서 김선호의 주 전공은 코미디였으며, 그는 드라마적인 감성으로 코미디를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당연히 로맨스와 드라마, 코미디가 적정비율로 섞인 ‘스타트업’은 그에게 유리하다.
이에 비하면 남자주인공이자 성장캐릭터인 남도산의 서사는 빈약하다. 남도산은 그냥 커닝해서 수학올림피아드 우승하고, 남의 덕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 이상의 서사가 없다. 남도산을 너드, 양치기소년, 이공계로 설계하다 보니 이 캐릭터가 보여줄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것은 ‘스타트업’의 부실하고 현실감 없는 기업 서사와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다. 남도산의 숨겨진 천재성이나 능력으로 그려낼 만한 부분이 ‘스타트업’ 안에는 상당 부분 텅 비어 있다. 아쉽게도 남도산의 서달미에 대한 직진기어 진심만으로는 그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스타트업’, 김선호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기업 세계를 심도 있고 현실감 있게 파악한 드라마는 아니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얄팍한 배경으로 차용하는 정도다. 다만 ‘스타트업’은 로맨스를 ‘스타트업’하는 감정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진짜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과거의 특별한 의미를 통해 그를 사랑하는가?
‘스타트업’의 주인공 서달미(수지)는 10대 시절 엄마와 의지하던 언니 원인재(강한나)가 떠나자 상실감에 시달린다. 서달미는 원인재 외에 절친이 없던 아이였다. 그때 우연찮게 서달미에게 한 남자애가 편지를 보내온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남도산이라는 남학생으로 서달미는 그 편지에 의지하고 힘을 얻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간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남도산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런데 사실 남도산은 가상의 인물이다.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이 불쌍한 손녀딸을 위해 가상 친구의 편지를 만든 것이다. 다만 본인의 필력이 너무 올드해서 그녀가 거둬먹이던 고아 소년 한지평(김선호)의 힘을 빌린다. 그리고 한지평은 당신 신문에 난 수학경시대회 우승자 남도산의 이름으로 편지를 쓴 것이었다.
‘스타트업’은 서달미가 중요한 순간 남도산이란 존재가 필요해지면서 문제가 터진다. 최원덕의 부탁으로 한지평은 뒤늦게 그들이 가상으로 만든 남도산의 본체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뛴다. 서달미 역시 다방면으로 남도산을 찾다가 결국 중고거래를 통해 본체 남도산(남주혁)과 처음으로 만날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한지평이 먼저 남도산을 찾아내 서달미와 만나기 전 낚아챈다.
사실 편지 속 인물이 아닌 본체 남도산은 다 쓰러져 가는 삼산텍을 이끌던 젊은 엔지니어였다. 그런 그에게 듣도 보도 못한 서달미보다 한지평이 더 특별한 기회로 다가온다. 한지평은 성공한 기업가이고 그의 후원이 있다면 삼산텍은 재도약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체 남도산은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편지 속 남도산으로 위장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때 남도산은 몰랐던 것이다. 너드 남도산에게 찾아온 진정한 첫사랑이 서달미가 되리라는 사실 말이다. 또한 한지평도 알지 못했다. 최원덕의 부탁으로 시작한 편지의 대상 서달미를 그가 먼 훗날 다시 짝사랑하리란 사실을. 결국 이 둘 모두 어긋난 사랑의 버그에서 사랑을 시작한 셈이다.
‘스타트업’은 극 중반 편지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무너져 버린 세 사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남도산과 서달미는 다시 제로섬에서 로맨스의 새로운 감정들을 쌓아간다. 다만 드라마의 의도나 주인공 서달미와 달리 시청자는 새로운 로맨스에 흠뻑 빠지지는 못한다. 여전히 드라마의 한 축인 한지평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이 캐릭터의 매력과 감정을 가장 공들여 쌓은 인물이 바로 한지평이다. 극 초반 청소년 아역의 달인 배우 남다름은 불우한 10대 한지평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남다름은 달인답게 배우 김선호의 말투와 특징까지 잡아내 감정 모사하듯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김선호 한지평을 과거부터 그대로 지켜봐 온 착각이 든다.
여기에 한지평은 ‘스타트업’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계속해서 사건을 끌고나가는 능동형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주요 인물들과 계속해서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서달미, 최원덕, 남도산과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키다리아저씨가 되거나, ‘츤데레’ 막내아들 느낌이거나, 너무 과격하지 않은 라이벌 대결로 말이다.
더구나 배우 김선호는 과장되거나 유치한 코미디도 달달한 라떼처럼 부드럽게 소화해낼 줄 안다. 그렇기에 자칫 유치할 뻔했던 ‘스타트업’의 한지평 코믹 장면들은 김선호에 의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들로 바뀌는 것이다. 사실 이전 작품에서 김선호의 주 전공은 코미디였으며, 그는 드라마적인 감성으로 코미디를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당연히 로맨스와 드라마, 코미디가 적정비율로 섞인 ‘스타트업’은 그에게 유리하다.
이에 비하면 남자주인공이자 성장캐릭터인 남도산의 서사는 빈약하다. 남도산은 그냥 커닝해서 수학올림피아드 우승하고, 남의 덕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 이상의 서사가 없다. 남도산을 너드, 양치기소년, 이공계로 설계하다 보니 이 캐릭터가 보여줄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것은 ‘스타트업’의 부실하고 현실감 없는 기업 서사와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다. 남도산의 숨겨진 천재성이나 능력으로 그려낼 만한 부분이 ‘스타트업’ 안에는 상당 부분 텅 비어 있다. 아쉽게도 남도산의 서달미에 대한 직진기어 진심만으로는 그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