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이연은 자신이 관리하던 산에서 남지아와 혼인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악연의 고리를 깨고 비슷한 생애를 보낼 수 있는 인간이 되어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연은 남지아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천년 동안 남지아를 그리워했으며 아연(남지아의 전생)은 이연을 위해 죽기도 했다. 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애착도 강해지는 법, 이연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남지아를 원해왔고, 남지아에게 진 빚도 갚고 싶었을 거다. 남지아는 운명에 새겨진 이연에 대한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을 거다. 두 사람의 촘촘한 서사는 목숨 건 사랑, 자칫하면 과도한 희생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그러나 사랑에만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 개개인의 특성이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구미호뎐'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구미호 캐릭터를 남성에게 줬다는 것, 그리고 사건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했다는 것에 있었다. 실제 남지아는 1화에서 이연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층 빌딩에서 몸을 던졌고, 그런 자신을 구하는 이연에게 "너를 기다렸어"라며 목에 주사기를 꽂았다. 구미호를 보고 놀라지 않으며 오히려 시험하고, 더 나아가 다루려고 한 것. 보기 힘든 여자 캐릭터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남지아 캐릭터는 사라졌다. 이무기로 변하며 이연에게 슬픈 눈빛을 보내고, 이연을 사랑하고 이연과 함께하고 싶어 할 뿐이었다. 사라진 부모님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스터리 프로그램 PD가 되고, 구미호를 보고도 담대했던 남지아는 사라졌다. 로맨스는 절절했지만 이야기는 진부했다.
그럼에도 '구미호뎐'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진부하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론 드라마 소재로 많이 쓰였다는 것이고, 많이 쓰였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클리셰'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절절한 사랑으로 사랑받은 '구미호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