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이연. 나쁜 새끼.
널 불렀던 그 수많은 호칭 중에서 내가 두번째로 좋아한 건 이연이었어.
너와 내가 이어져 있는 그 “이”라는 성씨 한 글자 때문에.
그리고 가장 좋아했지만, 얼마 부르지 못했던 그 호칭은 바로.
형. 이었다.
형, 이란 이름을 입술에 올리면 왠지 바르르 떨렸어.
니가 죽고 난 후, 길을 가다가 누군가 형 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봤지.
어딘가에 니가, 그 삐딱한 미소를 하고는 날 봐주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냈는데,
나한텐 너를 추억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지 않더라.
머리 속에서 덜덜거리는 기억을 재생하는 것도 지쳤고,
영상메시지 안의 너를 보는 것만으로는, 이 마음의 빈 구석이 채워지지가 않아.
지금도 생각해.
아귀의 숲. 넌 그냥 애비 핏줄이 궁금해서 왔다고 했지만
알아. 넌 그 날 날, 구하러 왔었다는 걸.
언제나, 넌 날 구하고 있었다는 걸.
왜 우리는 그 수많은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볼 줄을 몰라서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엇갈려왔을까.
그리고 이제는, 어쩌면 난 너와 영영 엇갈릴 길을 선택해야 할 거야.
하지만 이상하지. 그 어떤 때보다는 나는 지금, 내가 자랑스러워.
왜냐면, 내가 널 구할 수 있으니까.
늘 구원만 받았던 내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구원할 수 있으니까.
니가 날 구하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한 걸 지금은 알 수 있어.
행복하게 살아라. 였던 거지.
맞아. 난 니가 없는 시간동안, 그래도 나름 행복이란 걸 알았어.
유리와 수오, 신주와 함께 하는 그 일상.
따뜻한 밥냄새가 나고, 목소리들로 떠들썩한 그 일상을 나는 살았고
충분히, 행복했어.
그러니, 이제는 내가 너에게 말할게.
행복하게 살길 바래.
나의 세상, 나의 구원,
그리고 나의 형.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