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1회부터 쭉 몰아봤거든. 몰아보니 한 편씩 보고 뎡배에서 휘말릴 때보다는 재밌게 잘 봤음
사실 첨부터 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면서 지평이 서사로 시작했을까 계속 궁금했음
그건 혜련이가 하고 싶은 말이 청춘에게는 샌드박스가 필요하다, 였던 거였기 때문이었던 거 같음
사실 우리나라 청춘들은 실패가 허용 안 되잖아. 한 번 크게 실패하면 돌이킬 수가 없음
근데 대부분의 청춘들은 금수저가 아니라서 가지고 태어나는 게 없음 열나게 굴러야 함
출발점이 같으면 노오력에 따라 달라지는 게 수긍이 가고 각자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인재 오빠가 금수저로 태어나 남의 것도 자기 것처럼 빼앗고
실패에도 전혀 영향 없는 삶을 사는 것과 대비되게
인재는 한 번의 실패로 샌드박스로 내려와 재기를 꿈꾸어야 함. 금수저에 발을 담갔는데도
그나마 인재는 사정이 나은 편임
가진 게 쥐뿔도 없는 달미나 재능은 있지만 지지와 지원은 거의 없는 도산이는 구름 열나 구름
달미 아부지는 재능과 열정이 있었어도 결국 맨땅에 헤딩하다가 돌아가심..
대부분의 청춘은 그렇게 구르다가 좌절하고 실패하고 낙담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함
만약 지평이에게 원덕이 없었다면 지평이 지금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돈 이백 가지고 잠 잘데조차 없었던 지평의 샌드박스인 원덕이 없었다면
지평은 그나마 운이 굉장히 좋은 케이스임. 원덕이 지평이 가장 어려울 때 샌드박스가 되어 주었으니까
그나마 지평은 바닥에서 구르지 않고 원덕이 깔아준 모래 위에서 발판을 다질수 있었음
그럼 우리 청춘들에게 그런 샌드박스가 필요한 게 아닐까
도산과 달미는 당연히 모자라고 계속 구를 수밖에 없음 얘네는 16회에야 완성되는 애들임
그러니 당연히 지금 성공한 지평과 대비될 수밖에
지평에게 복수하기 서사가 부여된 것도 그런 의미인 것 같음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 으쌰으쌰 응원하라는 게 아님
근데 팩폭도 계속되면 아픈 법임 팩폭과 지지가 동시에 나갈 수 있음
지평은 성격이 그런 것 같음 팩폭을 거침없이 날리지만 웬만큼 잘해서는 지지하거나 응원해주지 않음
노오력 해라 나도 그랬으니 나때도 그랬으니 너희도 ㅈㄴ 노오력해라
왜 그거밖에 못하냐 왜 아직 거기밖에 못 왔냐 모자란다 너희들의 노오력은 노오력이 아니다
지평이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게 요새 꼰대들의 마인드잖아
지평 역시 어느 순간엔 샌드박스가 아니라 그냥 꼰대들의 입장에 설 때가 많았던 게 아닐까
(작가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임)
그러니 지평 역시 돌아볼 때가 된 거임 자기가 샌드박스가 아니라 꼰대 대열에 합류한 것은 아닌지
과거의 꼰대들은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샌드박스'들이 있었음
자기네들이 구를 때 그런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까먹고 청춘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건 아닌가
청춘들의 발 밑에 발판조차 모조리 빼앗으면서(모닝그룹처럼)
너희들의 노오력이 모자란다고 가혹하게 몰아붙이기만 한 건 아닌지
근데 이게 다큐가 아니고 드라마다 보니...
구르는 청춘과 성공한 꼰대의 꼰대탈출 후 샌드박스 돼 주기라고 할 수는 없잖음
(다시 말하지만 지평캐가 꼰대라는 게 아니라 작가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을까 하는 거임)
청춘들은 구르고 있으니까 많이 모자라고 어설픈데 그게 너무 눈에 띄고
지평이는 사연도 있고 서사도 있어야 하고 청춘들의 멘토도 되어야 하는데 꼰대 역할도 해야 하니
이 둘이 같이 갈 수가 있나 둘 중 하나를 빼야 하는데
전부 다 끌어안고 가려다보니 이 드라마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