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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구미호뎐 1화 리디리뷰. 여우고개에서 생긴 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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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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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고 있다. 끈질기게. 

에이씨. 이연은 이불을 뒤집어쓴다. 

하지만,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해서  소리에서 달아날  있을  없지.

결국 이불 속에서 손만  튀어나와 알람을 끈다. 

2020 8 29 토요일.

오늘 일정은 결혼식. 하지만.

이연의 머릿속에 생각은 하나 뿐이다.

, 귀찮아. 

그냥 이대로 잠만 자면  되나?

 되겠지. 

분명  할멈이 귓전이 쨍하게 잔소리를 해댈 테니까. 

어쩌겠어. 벌떡 일어나야지.


아아!!”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서 한숨이 터져나온다. 

빙글빙글 돌며 몸을 적신다.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 씻는 것도 귀찮아. 먹는 것도  귀찮아. 

신주 녀석이 정성껏 차려놓은 조식이 있지만 이연의 취향이 아니다.

지는 치킨에 환장하면서  맨날 그에게는 건강식을 강요하는 건지. 

이럴  그거지. 민트초고.

냉동실에 가득한 민트 초코를 꺼낸다. 

 숟갈 입에  이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역시, 잠깨는데 맛있는  만한  없지.

요즘 세상 사람들은 민초를 좋아하는 이들을 민초파라 부르며 극혐이라 하지만,

민초를 모르는 자는 인생의 가장  즐거움을 모르는 자라 이연은 단언할  있다.  

, 근데 테이블에 메모가 있다. 뭐지?


-아이스크림은, 제발 아침먹고 드세요. 


그는 언제나처럼 쿨하게 메모를 구겨버린다. 

요새  자식 가면 갈수록 잔소리가 는단 말이지. 


이젠 정말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결혼식은 역시 풀정장이지.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향수를 뿌리고  아래에서 다시 빙글,  바퀴를 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우산을 꺼내든다. 

바깥의 날씨는 구름   없이 쨍하다. 

하지만, 그만은 알고 있다. 

오늘은 분명. 

비가  것이다. 


후두둑, 거리를 거세게 두드리는 소나기 속으로 

사람들의 뛰어가는 발걸음이 울린다. 

일기예보에서  안온다고 했잖아!

갑작스런 소나기에 하객들이 부산하게 건물로 뛰어드는 사이로, 

이연은 유유하게 붉은 우산을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맞아. 일기 예보에는  소식이 없었지. 

하지만 말야. 

이런 속담 들어본  있지 않아?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니까.”


하객들이 가득한 결혼식장. 

 켠에 오늘의 주인공, 신랑 신부의 사진이 있다. 

어디에서나   있는 행복한 웨딩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신부와 신랑. 

행복한 미래, 우리는 이미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야, 신랑은 신부의 비밀을 알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남친, 신분,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닌 비밀 말이야. 


사진 찍어줄게. 하나, , !”

대기실로 들어선 그의 앞에 보이는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녀다. 

그녀에게 , 말을 건넨다.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청첩장  보냈더라.”

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순식간에 진다. 

마치 계절을 잘못 만난 꽃처럼. 

“...잠시, 자리  비켜줄래?”

누구야?”

옛날 애인?”

우리도 소개시켜줘.”

나가라고.”

싸한 신부의 기색에 친구들이 슬금슬금 물러난다. 

나가면서도 호기심어린 눈빛이 등뒤에 꽂히는    있다. 

맞아. 우린 어떤 사이지.

하지만 당신들이 상상도 못할 어떤 사이.

바로 

사냥감과 사냥꾼이 사이 말야. 


이연...니가 .”

부케 받으러   아니고.”

어떻게 찾았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잠수를 탔어?”

그녈 찾으려고 정말 시간을 많이 들였다.

경기도에 김민희씨 오라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면 

어느새 충북에 한설희씨가 되어 있었고, 

 소식 듣고 충북으로 가보면  간이 사라진 양부모 시체만 두고

보험금만 들고 사라졌으니까. 

둔갑술 하나는 인정해줘야겠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이연한테서 도망갈  있을거라 생각하면 

그건 오만이지.

얼굴 바꾸고 신분 바꾸면, 피묻은  과거도 바뀔  같지? 

그런데 인생 갈아타는게 그렇게 지하철 환승하듯이 심플하지가 않아.”

그녀가 벌떡 일어난다. 

살려줘.”

늦었어.”

 변했어! 이제 사람을 해치지도 않고

여우누이야. 숱한 양부모들과 오라비들의 간을 빼먹고, 어찌 해피엔딩을 꿈꾸니?”

그래. 가끔 살아있는 것들을 착각을 . 

과거에 어떤 죄를 지었더라고, 지금 개과천선을 한다면 

행복해질  있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죄라는  말야. 잊어버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아니거든. 

그동안 니가 죽였던  인간들의 영혼이 

 용서해줄거라 생각한다면 한참 잘못 생각한거지.

그나저나 식장  꽤나 많이 들었겠는데.

그동안 양부모 오라비들 해치면서  꽤나 모았나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사람으로 살고 싶어! 제발..”

로맨틱하네. 그래도  오늘 죽어.”

너도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잖아.  이해하지?”


. 

이연의 얼굴에 핏줄이 꿈특한다. 

저거 오늘 신경 제대로 긁네. 

너도? 이해하지? 감히??

“...니가  모르는게 있는데. 

첫째,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스캔들 들먹이는 거야. 

둘째, 감히  앞에서, 함부로 발톱 드러내지 마라.”

어느새 발톱을 드러낸 신부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지만

그는  공격을 가볍게 흘린  우산을 휘두른다. 

붉은 우산이 순간 불티를 내며 타올라 검은 사인검의 형태를 드러낸다. 

600년동안, 수많은 요괴를 참해온,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죄인의 피를 탐하는 사인검. 

 검으로, 순백의 신부를 겨눈다. 

하얀 웨딩드레스 속에서, 피묻은 과거를 필사적으로 감추는 그녀를, 똑바로. 

잘가라.”

한번만!! 마지막으로   번만,  사람 보게 해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곤데, 그거 안하느니만 못한 짓이야.”

제발, 마지막 부탁이야!!”

망설인게 실수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직원이 들어온 것이다. 

신부님, 시간  됐어요.”

.”

마치 사이좋은 친구인 , 이연은 여우신부의 옆에 선다. 

등뒤에 검을 숨긴 사냥꾼과, 등뒤에 발톱을 숨긴 사냥감이 사이좋게 웃는다. 

영문을   없는 직원은 그녀를 재촉한다. 

지금 입장하셔야 된다니까요. 얼른 가실게요

, 빨리 처리하려고 했는데 망했네. 

한숨과 함께 나지막히 그녀에게 속삭인다.

 끝날 때까지 만이다.”


어쩌면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존재들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항간에 떠도는 숱한 도시괴담이야말로, 그것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어때?”

 대본 손대신 거예요? 작가님 몸져누우실텐데?”

비가 쏴아 쏟아지는 길거리를 달리는 봉고차 . 

지아가 고친 나레이션을 듣는 재환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분명  쌈닭들 사이에서 치일 새우등같은 자신의 신세를 걱정하는 것이리라.

당연히 피터지게 싸우겠지. 하지만 

기분 많이 잡칠까?

그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친  낫지?”

그럼요..!”

 리액션에 놀라서 입을 막는  녀석. 솔직하긴.

어차피 결국엔 지아가 이길  알면서. 

그럼 이렇게 . 피딘 간댕이가 붙거나, 간이  밖으로 나와있어야 .”

진짜 미스터리한게 저는 괴담 귀신 이런  하나도  믿거든요.그런데 무섭단 말이에요.”

 하나도  무서운데, 믿어.”

피디님이요? ? 실제로 보신  있어요?”

실제로  적이라. 

21  여우고개. 이제는 되돌릴 기억조차 희미한  사고. 

운전석에서 사라져버린 지아의 부모. 

세상 사람들은 모두 사고라 그랬다. 평범한 사고. 

시체를 찾을  없었지만, 충격으로 인해 어딘가 튕겨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어린 지아가  상처도 없이 살아있었던  기적이라고. 

하지만, 그건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부정해도, 지아만은 알고 있다. 

그건...

.”

진짜요?  일부러 겁주려고 그러는 거죠?”

피식 웃음을 흘린다. 

일부러 그럴 리가 있나. 

어차피 그녀가 겁주지 않아도  겁먹고 있는 재환에게.

그렇다 . 날씨가  이모양이냐.”

결혼식날 비오면  산대잖아요.”

이상해. 오늘은 왜인지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묘하다. 

 비가, 마치 무언가를 불러올  같은 느낌이다.


이연은 하품이 나올  같은  억지로 참고 있었다. 

수백번도  들은 결혼 행진곡. 

도대체 결혼식에서 누가  새로운 레퍼토리 하나 만들어줄  없나. 

 와중 복도를 걸어가는 신부의 눈길이 그를 스친다. 

. 진짜 아까 대기실에서 끝냈어야 하는데. 

도대체  놈의 결혼식은 뭐가 이렇게 길담.

 지금쯤이면 드라마 시작했을건데.  

 보는 것도 지겹네. 

귀찮은 할멈한테 보고나 해야지.

-할멈.  여우신부 잡으러왔다.

신부와 신랑의 눈물섞인 맹세가 나올 , 

결국 그는 견디지 못하고 식장을 나와버린다. 

결혼식장은 체질과 맞지 않는다. 

특히 연인들이 맹세하는 영원한 사랑은 더더욱. 


식권이요.”

 식권 됐어요.”

주세요! 비싼 축의금 내고 남는게 밥밖에  있어요?”

 이상하게 결혼식장 밥이 그렇게 소화가  되더라.

공기중에 떠도는 강박적인 행복의 냄새가 숨막힌달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아는 이게 핑계라는  알고 있다. 

결혼식장이 싫은 , 부모의 부재를 체감하는 또다른 장소니까.

신부를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부모를 보고 있으면, 

가슴  켠이 여전히 따끔따끔 해오는 . 

그런 마음을 오늘도 농담으로 지운다. 

영문을 알리 없는 재환이 웃으며 대답한다.

가끔은 주입식 행복도 수혈하고 그러세요. 

혹시 알아요? 이런데서 짠하고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

운명은 무슨. 도시괴담 프로그램을 하면서 결국 지아가 찾아내는 

괴담이라는  없다 였다. 

곤지암, 폐가,  어떤 곳에서도 초자연, 신비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없다.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선 과제는

...운명적인 아이템부터 찾아야겠다. 제보 펑크났대.”

머리를 감싸매는 재환과 함께 자리를 뜬다. 

기왕  결혼식, 얼굴을 비추고 가야겠지.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

이연은 인간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피식했다. 

요즘 인간들도 운명을 믿나? 앱으로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으면서?

그건 포장일 뿐이었다. 

서로의 조건에 맞는 상대에게 씌우는 선물같은 예쁜 포장. 

진짜 운명이란 ...아니다. 지금은 다른 생각  때가 아니지.

일에 집중하자. 

그의 눈이 날카롭게 복도를 확인한다. 

입구,   코너. 4. 

위치 확인은 끝났다. 

이윽고 결혼식이 끝난 식장 안에서 하객들이 몰려나온다. 

우리 신부님도 퇴장하셨을테니.

, 그럼 슬슬. 일을 하러 가실까. 


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여우신부의 손이 뻗어나온다. 

털투성이에 날카로운 손톱. 

하지만, 너무 뻔하지 않아? 이런 기습.

우산으로 가볍게  손등을 내리치고, 

이어 가슴팍을   친다. 

, 날아간 신부의 몸이 둔탁한 소리로 벽을 치고는 떨어져내리는데.

어라. 

 목이 원래 저랬었나?

 등쪽에 얼굴이 있지?

,방금  때문에 꺾인 거지.

힘겹게 몸을 일으킨 신부의 몸에서 태엽 돌아가듯 드득 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우, 비급 무비같인 한데, 아프긴 디게 아프겠네. 

마침내 얼굴을 원래 가슴 방향으로 돌아오자, 

조금 비뚤어진 각도까지 완벽하게 맞춘 그녀가 이연을본다.

백두대간의  주인이여. 니가 무슨 권리로 우리를 단죄하느냐.”

 말하는  봐라.  너만 아니었으면   오늘 아이크스림 먹으면서 미드보고 있었어.”

금기를 범하고 산신 자리에서 쫓겨난 구미호주제에.”

, 저거  줄로 남의 아픈 개인사를 요약해버리네.

덕분에 이렇게 몸빵하는 중이고.”

순간 그녀가 화병의 물을 끼얹는다. 

, 오늘 머리 나름 신경쓰고 왔는데. 젖는  질색이다. 

우산으로 물을 막고  , 내린 우산 앞에 그녀는 없다. 

 사이에 튀었네. 


살려주세요!”

맨발의 신부가 식장 복도를 뛰어들어간다. 

. 귀찮아. 

아까 거기에서 끝내버렸어야 하는데. 

초과 업무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  언제 찾을지도   없으니 

오늘은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식장 문을 잠그고, 씨씨티비를 전부 터뜨린다. 

, 20 전만 해도 일하는  이렇게 번거롭지 않았는데. 

신랑의  뒤에 숨어있는 신부에게 다가간다. 

당신 뭐야?”

신랑의 입에서 고함이 나온다. 그래. 뭔일인지 싶겠지. 

 잘생긴 남자가 자기 여자를 쫓아오고 있고, 

여자는 살려달라고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연이   아니다. 

니가 지금 숨는다고 숨어질 비주얼이냐.”

당신 뭐야!”

 뭐냐고!”

신랑과 신랑 친구들의 입에서 질문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대답할 필요는 없지. 왜냐면.

 알게  거거든. 


이연은 그를 향해 달려오는 인간들의 머리 위를 가뿐하게 뛰어올라 

그들의 정중앙에 내려섰다. 

당황하면서도 바로 주먹을 날리는  역시 군인들인가. 

그는 사내들의 주먹을 간단하게 우산으로 받아내고는 

가볍게 툭툭 쳐낸다. 

하지만 마치 트럭에라도 받힌 것처럼 

그들은 허공을 날아 각각 벽과 바닥에 부딪혀 가쁜 숨을 내뱉으며 기절한다. 

아직 멀쩡하게  있는  사내는 고속으로 들이받아 바닥에 눕힌다. 

, 깨어나면  통증으로 고생하겠지만.

지금은 기절해있는게 여러 모로 나을 거야. 당신들. 


심상치 않은 사태를 직감한 신랑이 쓰러진 친구들을 버린채 

신부를 데리고 달려가지만, 

 앞을 , 막아선다. 

알고 있을 텐데. 그가  이상 도망갈 방법은 없다는 .

하지만 여우신부의 눈에는 쉽게 항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금 발톱을 세우는 그녀를 본다. 

 드럽게  듣네.”

 , 신부를 감싸며 신랑이 앞으로 나선다. 

좋은 주먹이네. 직업 군인으로서 훈련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 

이연의 발길질  번에 그가 나가떨어진다. 

아까 목이 부러질 때도 비명을 지르지 않던 신부의 입에서 

울음섞인 비명이 튀어나온다. 

아랑곳없이 그녀에게 다가가는데.

덜컥, 발이 멈춘다. 

쓰러진 신랑이 필사적으로 그를 붙들고 있다. 

 ... !!”

일부러 그녀가 보란듯이, 그의 얼굴을 걷어찬다. 


으아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비명을 지른다. 

귀를 뚫어버릴  같은 찢어질듯한 비통한 비명. 

 뒤로 날카로운 발톱이 날아온다. 

하얀 웨딩드레스가 더렵혀져도 상관없다는 듯이 

미친듯이 손발로 바닥을 기어 이연에게 달려든다. 

공중에 뛰어올라 덤비는 그녀를 검으로 가볍게 막는다. 

이빨을 세우고 짐승의 본연을 드러내는 . 

하지만 알고 있지 않아?

어차피,  싸움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 

도망가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의 죽음은 결정이 되어있다는 . 

이연의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으로 찍어누른다. 

 소리와 함께 힘이 빠진 몸뚱이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싸움은 끝났다. 

이제 남은 , 심판 .


정신을 차린 신랑이 신음한다.

 ..”

보지마...제발.”

신부의 울음섞인 목소리. . 

싫다. 

그저,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다. 

검으로 그녀의 가슴을 꿰뚫어 신부의 심장을 찌른다. 

허억, 숨소리와 함께 검에 걸려있는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오늘도 죄지은 것을 죽인다. 


하지만,  때는  아래 있었던 것이었다. 

 산의, 짐승이고, 나의 동족이었다. 

산신이 떠난 땅에서, 보호해줄 것을 잃고 

결국 비뚤어진 삶을 선택하고  것들을 죽이고,  죽였다.  

600년간 이어가고 있는  살생이.

지겹다. 

어리석긴. 시간 벌었을  도망갈 것이지.”

”..신부가 되고 싶었어.” 

고작...그런  때문에 목숨을 버렸어? 멍청하게도. 

하지만 여우신부의 얼굴에는 죽음의 기색과 함께 미소가 번진다. 

마치  생에, 가장 값진 선택이었다는 것처럼. 

이런 멍청함은, 어쩌면 그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태어나면 사랑 따윈 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

숨이 멎어가는 입에서 마지막 소원이 새어나온다. 

 사람한테 나에 대한 좋은 기억만 없애줘.”

사랑을 잃고는   없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는 살아갈  있을 거란 건가.

어리석은 . 

사랑하지 말아야  것을 사랑해서. 스스로의 생마저 버리고. 

그럼에도, 죽어가는  순간까지 님을 눈에 담으려 하는.

그래서, 인정하기 싫지만 조금은 이연과 닮은 그것. 

마지막 소원 정돈, 들어줘도 되겠지.

.”

검을 빼자, 신부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를 남겨두고 떠날  없다는 , 크게 뜨인  눈동자가, 

어느 순간 짐승의 것으로 바뀌고, 

드레스 아래에 있던 아름답던 인간의 몸이

붉은 털이 뒤덮이며  형태를 바꿔나간다. 

이제  자리에 남은 , 여인이 아닌 짐승의 시체. 여우. 

 여우의 시체마저 재가 되어 허공에 뿔뿔이 흩어진다. 

허무하게도. 


이연은 바닥에 쓰러진 신랑을 향해 다가간다. 

충격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 하지만 눈물이 맺힌  눈을 본다. 

알고 있었을까. 그가 사랑한 것은 사실 괴물이었다는 것을. 

그는 그녀가 괴물인  알고도 계속 사랑할  있었을까. 

아니면, 알고도 계속 사랑한걸까. 

하지만, 이연이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이연이  일은, 업무의 마무리다. 

.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든다. 

검은 눈동자를, 황금빛으로 물들인채, 그를 바라본다. 

나에게 홀리거라. 그대. 

  잘들어.  신부는 말야..”


,   걔가 아닌데?”

, 조용히 .”

누가 들을까 손가락까지 세우며 입단속을 하는 신랑을 보며 지아는 피식했다. 

 때는  사람이 목숨걸 사랑이라더니. 

그래, 변하니까 사랑인 거지.

멋있다.”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식장을 나서던 지아는 갸웃했다.

   식장에서, 한복을 입은, 누가봐도 신랑이나 신부의 부모인듯한 이들이 

곡소리를 내며 주저앉아 있었으니까. 

달려온 재환이 말을 꺼냈다. 

피디님 대박 뉴스! 옆방에 결혼식 파토났대요.”

그래?”

, 이런 저런 일들 있을  있지, 하며  쪽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 사이로 걸어나오는  사람이 지아의 눈에 들어왔다. 

조금 독특한 레드 브라운의 머리색. 

깊은 눈동자. 

한국인이 아닌  같은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 

아마도 길을 가면 숱한 여성들이 홀릴  밖에 없을 듯한 아름다운 외모.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시선을 끄는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무언가가,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무언가를 끄집어낼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를   없었다. 

-누구더라.

붉은 우산, 정제된 구두 소리와 함께 그가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이상하게  뒷모습마저도 눈을  수가 없다. 

그런 지아를 보던 재환이 말을 걸었다. 

누구..아는 사람이에요?”

...아니야.”

알아보고 올까요?”

?”

평화롭던 결혼식장은 어쩌다가 판도라의 상자가 됐나. 

혹시 알아요? 저기 운명적인 아이템이 있을지.”


하객들이 빠진 결혼식장은 아까의 부산함과 달리 조용했고, 

신랑 친구들, 몇몇 하객들만이  남아 허탈해있는 신랑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신부가 사라진  곳에 남아 있는 , 

그녀가 입은 순백의 웨딩드레스 . 

하지만, 이건 어딘가 이상해. 

  재환이 뛰어들어왔다. 

신부, 도망갔대요.”

도망...그래   있지. 그런데 무슨 깨달음을 얻으면 인생 유턴을 이렇게 비싸게 하냐?”

강남의 결혼식장. 게다가  사이즈면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진정한 사랑이죠.”

남자 있었대?”

,  남자가  여자,  여잡니다 그러자 신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잡고!

, 진짜 사랑을 찾아가겠어요. 목격자들 진술  똑같아요.”

재환은 마치  현장에 있었던 마냥 남녀의 목소리마저 흉내내며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현장은 말야. 

다른  말해주고 있어. 

웨딩드레스를 들어, 재환에게 보여준다. 

저항한 흔적이 있어.

핏자국이네.”

찢겨있는 옷자락과, 거기에 점점이 튀어 있는 붉은 얼룩. 

옷을 입다가 생긴 것일리는 만무하고.

몸싸움이 있었던 거야.”

그런 얘긴 전혀 없었는데.”

무엇보다,  드레스가  여기 있니?”

그야 벗었으니...그러게요.  여자  입고 갔지?”

미치지 않고서야 탈의실도 아닌, 하객들이 있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을  없고.

목격자 진술이랑 사건 현장이 묘하게 다른 얘길 하고 있어.”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거야 뭐야...”

지아의 눈이 반짝인다. 감이 온다. 어쩌면, 이건 진짜일지도 몰라.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 얼굴  봐야겠다.”

, 영상 수배해올게요!”

재환이 뛰어나간 , 지아는 취재 습관대로 현장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찢어진 자리, 핏자국, 그리고.

그녀의 눈에 이상한 것이 하나  들어왔다. 

붉은 단모의 . 

이건...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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