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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날찾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8회 리뷰: 당신은 지금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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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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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름은 왜 굿나잇이야?"

"잘 먹고 잘 자는 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잖아."

"그게?"


딱 석 달 전에만 봤어도 되묻는 해원이가 당연히 느껴졌을 것 같다. 같은 책을 같은 사람이 읽더라도 나이에 따라서 그때그때 경험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듯이,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시기의 이 드라마가 꼭 그렇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하얀 눈으로 덮인 들판, 책과 커피향으로 가득한 서점,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 온갖 힐링거리들로만 가득 차 있는 이 드라마를 이 시기여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일상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잔잔하고 아무 없는 듯 늘 아무 일이 있었던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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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서울에 살던 해원이가 일을 그만두고 호두 하우스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해원이는 돌아와서 은섭이와 처음 마주쳤을 때 은섭이에게 들밭의 커다란 마시멜로에 대해 묻고 은섭이는 그게 '곤포'라고 알려준다. 그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 토시 하나 안 틀린, 같은 질문과 같은 답을 했었다. 은섭이에게 그 대화는 그 시절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할 만큼 황홀한 경험이었겠지만 해원이는 그 대화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해원이에게 옆집 굿나잇 서점도 은섭이도 완전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해원이는 혜천시 북현리를, 그곳에서의 삶을 그리고 은섭이를 마치 난생처음 경험하듯이 새롭게 발견해 나가기 시작한다. 고등학생 해원이와 지금의 해원이 사이에, 알고 보니 꽤 추웠던 대도시의 삶과 아직도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들이 있었기에, 해원이에겐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아는 거지만 새롭게 알아보도록 하는 좋은 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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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가 서울 집으로 돌아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열심히 설득하는 은섭이의 궤변이 뭘 의미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해원이가 은섭이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이린이 돌아와서 너무 좋은 은섭이는 정말 온 정성을 다해 잘 해준다. 난로를 가까이 옮겨주고 따뜻한 차를 내려준다. 추운 밤길에 입고 가라고 점퍼를 건네고 때로는 잘 곳을 내어주고 일할 곳도 내어준다. 어두운 밤길을 함께 걸어가고 손전등을 비춰준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불 꺼진 가로등 하나를 조용히 밝혀 놓는다. 눈길에 발이 미끄러울까 새 신발을 내밀고 우울한 해원이를 위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틀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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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은섭이가 해원이에게 잘해주기만 했지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는 데 있다. 그 사이 해원이의 삶의 온도는 은섭이로 인해 야금야금 올라가고 은섭이에 대한 마음은 그만큼 커져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좀 학교 때랑은 달라 보였고 이래저래 고마웠다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남자가 해원이에게 명백한 연애 감정을 보이자 해원이는 비로소 자기 마음을 은섭이에게 표현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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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 임은섭."


해원이는 시청자처럼 매회 엔딩에 올라오는 블로그 포스트를 읽을 수도 없고 "난 망했습니다"를 연발하는 내래이션을 들을 수도 없기에 말수가 적은 은섭이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같은 반 여학생한테 반하던 순간이라던가. 서울로 올라가야겠다는 소리에 주르르- 책들을 손에서 놓치던 모습이라던가, 은섭이가 우산을 얼마나 해원이에게 전해주고 싶어 했는지 고장 난 자전거를 얼마나 고쳐주고 싶었는지 상상 속에서 해원이와 왈츠를 추던 은섭이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해원이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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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좋아한다는 해원이의 고백을 은섭이가 선뜻 받지 않았을 때 착각이었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춥다고 건네는 점퍼라든가, 미끄럽다고 사주는 새 신발, 어둡다고 따라오는 손전등, 생색한 번 없이 고쳐 준 가로등은 그저 착각이었다고 의심하기엔 하나같이 지나치게 따뜻한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맘 좋은 누군가의 의미 없는 호의로 언제든 그 성격이 돌변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했다. 동창의 밤 이후에, 정확히는 해원이의 고백 이후에 타이밍 얄궂게도 은섭이는 밤 깊은 산속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기억에서 겨우 건져 올린 그린라이트, 열쇠고리조차 은섭이에게 부정당하고 하필 그 타이밍에 은섭이를 찾아온 보영이만 보고 만다. 은섭이가 더없이 차가운 얼굴로 다시는 산에 올라오지 말라고 했을 때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렸을 리가 없다. 아직 고백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해원이에게 그 말은 산이 아니라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은섭이의 응답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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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은섭이가 또 건네는 따스한 물건, 감기약에 대해서 해원이는 그냥 호의라고 결론 내리고 단호히 거절한다. 기어이 쫓아 나와 감기약을 주려는 은섭이는 여전히 의심스럽게 따뜻하다. 해원이는 기어이 답을 들어야겠고, 은섭이는 약을 주려면 마음과 다른 말을 해야 한다.


"... 미안해..."

해원이가 방에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 울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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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우뚝 서 있는 산은 은섭이를 닮았다. 산속 오두막은 은섭이의 내면에 있는 깊은 상처를 상징한다. 그래도 은섭이는 누구든 찾아와 쉬라고 불빛 한 자락을 밝혀 놓았다. 아무도 일부러 찾지 않는 은섭이의 오두막을 해원이는 겁도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은섭이의 마음속 깊은 어둠은 용기 내어 오두막을 찾아온 해원이를 밀어내도록 했다. 다행히 해원이는 오두막에서 그만 산을 내려가지 않았다. 그 대신 산속을 조금 더 깊이 걸어 들어가 마침내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상을 만난다. 해원이가 은섭이의 맘속 어둠을 넘어섰을 때 푸르른 산 같은 진짜 은섭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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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오르니 은섭이는 더 숨을 데가 없고 해원이는 더 가볼 데가 없다. 그러니 그만 내려가려는 해원이를 이제는 은섭이가 잡는다. 은섭이는 해원이에게 더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키스를 한다. 무덤가의 의심은 정말 이루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 넓은 호수 위로 하늘 저 높이 파랑새 두 마리가 날아올라야 가능할 것 같은 행복이 두 사람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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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일하고 잘 쉬고 잘 자는 게 좋은 인생이라는, 그러니 모두 굿나잇이라는 은섭이의 인생철학은 이미 고등학교 때 확립되었다. 평온한 일상이 생각보다 소중하고 얻기 힘든 일이라는 깨달음은 웬만한 인생의 굴곡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대체로 해원이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온 터라 아직 은섭이의 사연은 많이 풀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해원이도 은섭이의 삶의 온도를 올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알려주길. 기대하는 바가 많아도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고. 당신이 옆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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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blog.naver.com/greenearth24

책방일지 https://holyground.tistory.com/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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