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이 결국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정교사가 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혹자는 말한다. 역시나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을 취했다고. 서글픈 현실이 반영되어 더욱 서글픈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정식으로 교사가 되는 일이 현실보다 허구의 이야기에 가까운 오늘이다.
tvN 드라마 ‘블랙독’(연출 정세령 극본 박주연)의 주인공 고하늘은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이하 ‘기간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고 교사로서의 업무를 나누어 가지나, 시험에 붙지 못해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 교사인, 일명 비정규직 선생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비정규직이 어디 있고 정규직이 어디 있겠냐만, 이들은 허구 뿐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여 이같은 상식 선에서의 물음을 무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드라마는 정교사가 되지 못한 기간제의 비애, 기간제를 ‘블랙독’(달라서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존재를 의미)으로 만드는 정교사의 높은 벽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앞에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경계가 허물어질 뿐임을 보여 준다. 이들이 부딪히는 갈등도 면밀히 뜯어 보면 각자 가지고 있는 교사로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까닭에, 그로 인한 교육방식에 차이가 생기며 일어난 것들이다.
물론 이야기의 초중반까지 치열하게 진행된 기간제 교사끼리의 경쟁구도를 반론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그 이면을 들여다 봐도 알 테다. 이들의 경쟁 자체가 정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떳떳하게 가르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에 의한 것이란 사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교사로서 교단에 서고 싶은 마음이, 비틀린 사회구조의 틀에 부딪히며 낳은, 서글프고 안쓰러운 전쟁인 게다.
즉, ‘블랙독’은 정교사이든 기간제교사이든 상관없이 그들이 가진, 교사로서의 순도 높은 열정에 더욱 집중한다. 서로 상충된 입장으로 반목을 하는가 싶다가도,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염려가 되면 어느 부분에 이르러서 각자의 자존심이나 이득은 내려놓고 온갖 싫은 표정 다 지으며 연합을 이루어낸다. 결국은 ‘블랙독’을 수용하고 변화를 꾀한다. 학생들을 향한 진심이 기반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장면 아닌가.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걸까. 선생님, 저는 여전히 즐겁게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블랙독’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과거 고하늘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교사가 기간제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다는, 기간제의 비극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단지 화제의 시작점이었을 뿐, 그가 기간제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가 교사였기 때문에’ 학생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음을, 고하늘이 이 해답을 찾아가기를 시종일관 뜻하고 있다.
어쩌면 고하늘이 기간제를 벗어나 정교사가 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처음부터 중요치 않았다. 교사조차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갈라지는 불행스러운 오늘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진심을 내놓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다. 학생을 위하는 마음에는 정교사와 기간제의 구분이 없으니까. 구분짓는 건 그들을 교사가 아닌, 철저히 비정규직 고용자처럼 대하는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사실. 우리가 드라마 ‘블랙독’의 반짝이는 존재가치를 발견한 지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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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전에 뜬 칼럼인데 좋은거같아서 가져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