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JBC 방송국 로비.
임진주 : 미친 새끼.
손범수 : 미친 X.
임진주 : 시X 놈.
손범수 : 시X 년.
임진주 : 개새끼.
손범수 : 아~ 이거 아닌 것 같은데요. 아무리 욕을 해봐도 별로...
임진주 : 어색함은 그대로구, 더러운 기분만 추가되네요.
손범수 : 욕 말고, 음담패설 한 번 해볼까요?
임진주 : 어우~ 너무 싫어. 나 너무 잘해, 그거. 그냥, 서로 막 비하해볼까요? 외모 비하, 뭐 그런 거?
손범수 : 외모 비하? 비하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느낌인데, 나는.
임진주 : 어후. 왜지. 나 왜, 비하할 게 보이지? 아 몰라, 책임져요.
손범수 : 아니 여기서 왜 책임이란 단어가 나와요? 이게 무슨 뭐, 인재사곤가?
임진주 : 그럼 뭐 자연재해야?
손범수 : 왜 반말을 하세요? 그럼, 그쪽이 책임져요.
임진주 : 그래요. 뭐, 그럼 오늘부터 1일?
손범수 : 그래요, 그럼 뭐. 까짓 거. 오늘부터 1일.
2.
집.
황한주 : 황인국!!!
황인국 : 사줘사줘!!! 죽어도 사줘!!! 공룡 카드 사줘어!!!!
이효봉 : 아, 이 집은 아침 알람이 필요가 없어.
임진주 : 원래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다는 게 모순이지.
황한주 : 아니 공룡 카드를 종류별로 다 가질 셈이야? 그걸 어떻게 다 갖니? 우린 넉넉하지가 않아. 갖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져야지 버틸 수가 있다구! 이 험난한 세상에, 고작 공룡 카드로 엄마를 힘들게 해야겠어? 공룡 카드는 카드를 밟으면 공룡으로 변신하지만, 엄만 카드값을 내지 못하면 낙오자로 변신해. 그럼 널 키우지 못한다구. 우린 갖고 싶은 걸 다 갖고 살지 못해!
황인국 : 나는 아빠도 없이 살잖아!!
이은정 : 무서운 성장세구만.
3.
이은정 : (이소민 분장실룸 들어가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 놓아져 있고.
이민준 : (우걱우걱 먹는다)
이소민 : (인자하게 바라보고)
이민준 : 음... (순대도?)
이소민 : (먹으라는 뜻의 인자한 표정)
이민준 :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고)
이소민 : (피자 건네며) 피자 식겠다. 이것도 먹어. 많이 먹어, 우리 민준이~
이민준 : (피자 먹으려다가 내려놓고)
이소민 : 왜, 왜? 우리 민준이, 왜?
이민준 : 소민아..
이소민 : 응, 민준아~
이민준 :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경우는 없어.
이소민 : 아니. 그건 가능한 거야. 이것 봐. 난 벌써 배가 부른 걸? (꼬르륵 소리)
이민준 : 아니야. 그런 건.. 이 지극한 사랑을 초월했을 때. 뭐 그러니까 이를 테면.. 부모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볼 때. 농부가 밭에 물 들어가는 거 볼 때.
이소민 : 배우가 매니저 입에 탄수화물 들어가는 거 볼 때.
이민준 : 아... (머리 지끈)
이소민 : 난 널 지극히 사랑하는 걸. 나 너무 배불러 죽을 지경이야. (꼬르륵 소리)
이민준 : 너 이렇게 미칠 거면 그냥 먹자. 너 지금도 너무 말랐어. 아 당장 드라마도 없잖아. 먹으라고, 그냥~!!
이소민 : 녀석. 먹다말고 왜 열량 소비하고 그래. 나 배불러 죽겠대두. (꼬르륵 소리)
이민준 : 하... (피자 먹고) 어떻게, 디핑 소스 이거 찍어 먹을까?
이소민 : 맞다 맞다. 찍어야지. 듬뿍.
이민준 : 아예 그냥 이걸, 취해서 먹을게.
이소민 : 닭다리는? (닭다리 건네고)
이민준 : (해탈한 표정) ㅎ... 아. (입을 벌리고)
이소민 : 헤헷.
이민준 : 음~ 음~~
이소민 : 핫바도 먹을래?
이민준 : 흐흠.. 까.
이소민 : (핫바 까서 민준의 입에 넣는)
이민준 : 음~ (피자와 핫바 합체하는) 으음~
이소민 : 아~ 배불러. 배 터지겠다. (꼬르륵 소리)
이은정 : (그런 이소민을 바라보는)
이소민 : (날카롭게 이은정에게) 뭐. 왜.
이은정 : (피식 웃으며) 궁금하긴 하다.
이소민 : 왜. 뭐.
-
이민준 : 아, 벌써 막히네.
이소민 : 올림픽대로가 왜 이렇게 맨날 막히는 줄 알아?
이민준 : 못 맞출 것 같은데.
이소민 : 올림픽은 축제니까.
이민준 : 역시, 못 맞추는 거였어. 어떻게, 웃을까?
이소민 : 아니. 니가 고생이 많다.
이민준 : 뭐야? 왜 그래?
이소민 : 뭐가, 임마?
이민준 : 왜 나 격려해? 불안해. 그러지 마.
이소민 : 그냥. 너한테 음식 가지고 학대한 것 같아서.
이민준 : 깨닫지 마. 이상해. 더 불안해.
이소민 : 항상 네가 희생한 거 알고는 있어. 그냥 알고만 있을게.
이민준 : 그럼 너도 딱 한 번만 희생해주던가.
이소민 : 뭐? 딱 한 번만 해줄게.
이민준 : 같이 백반집 가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싶다. 나만 말고, 같이.
-
이소민 : (식당에서 밥을 계속 먹는)
이민준 : 야. 너 다 안 먹어도 돼..
이소민 : 알잖아. 나 안 먹는 거 잘해도 먹다가 중간에 멈추는 건 못해. (계속 먹는) 음... (물을 마시고)
이민준 : 어이고. 와~ 우리 인어공주, 식성이 참 좋아. 잘 먹었어?
이소민 : 응. 나 하고 싶은 거 있어.
이민준 : 뭐?
이소민 : 트름.
이민준 : 음... 너 트름 소리 크잖아. 평소처럼 할 건가?
이소민 : 응. 시원하게 하고 싶어.
이민준 : 사람이 많은데... 쩝. 그러면, 하나 둘 셋 하면 해.
이소민 : 응!
이민준 : 하나, 둘, 셋. (일어나며) 아아악!!!!!!!!!!!!!!!
이소민 : (트름하고)
이병헌을 닮은 일반인을 포함해 식당 내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린다.
이민준 : 아이.. 죄송합니다! 여기, 벌레인 줄 알았는데 콩자반이네요.. 죄송합니다. (앉고, 목을 만지며 물을 마시는)
이소민 : (기분 좋다)
4.
임진주, 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연습하는 중이다.
임진주 : (노래를 부르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이효봉 : (방에서 나오며) 누나랑 그 노래랑 안 어울리는 거 알지? 왜 그래, 무섭게.
임진주 : 야, 이딴 사랑 타령에 어울리는 게 더 무섭다.
이효봉 :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본인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이거, 되게 무서운 그림이야.
임진주 : 우리 감독님께선,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젖쇠 우유를 먹고 자란 거 같애.
이효봉 : 응?
임진주 : 미쳤어! 자뻑이 너무 심해. 그게 날 매 순간 힘겹게 하지.
이효봉 : 그거랑 이 사랑 노래랑 어떤 관곈데?
임진주 : 이것만 들으면 우울해지거든, 그 양반이.
이효봉 : 왜?
임진주 : 그런 사연이 있어. 이 노래만 들으면 급격한 우울감에 빠져서 금세 죽기 직전의 얼굴로 변하거든. 짜증나게 할수록 완벽하게 불러서 말려 죽일 거야.
이효봉 : 봄만 되면 울려퍼지는 사랑 노래가 누군가에겐 살인 무기가 되는구나. 음. 우리 솔비 누나가 가사 참 잘 썼어.
임진주 : 솔비?
이효봉 : 응. 우리 세션 중에 솔비 누나라고 있어. 그거 그 누나가 쓴 거야.
임진주 : (너무 해맑게, 무섭게 웃는다)
이효봉 : 뭐야? 왜 행복해져?
임진주 : 큽. 아~ 으항항항. 너무 좋다~~
이효봉 : (같이 웃으며) 근데 왜? 왜? (임진주에게 다가오는) 이 노래가 왜? 뭐 재밌을 거 같은데? 말해줘.
임진주 : 안돼, 나만 재밌을 거야~
이효봉 : (애교 떠는) 알려주세요~
임진주 : (정색)
이효봉 : 알려주세요오~~!
-
#손범수 : (사무실에서 대본을 보다가 임진주에게 전화를 한다)#
#임진주 : 음~~~ 감독님~~~! (너무나도 행복한 목소리)#
#손범수 : 왜 이렇게 나를 반기죠?#
#임진주 : 으음~ 그럼 제가 감독님 반기죠~ 누가 반겨요?#
#손범수 : 반기는 사람 많아요. 원래대로 하세요. 불안해요.#
#임진주 : 그럼 용건을 말해보시죠.#
#손범수 : 다름이 아니고, 대본 얘기를 좀 할까 하는데.#
#임진주 : 음~ 좋아요! 너무 좋아요!#
#손범수 : 뭡니까? 왜 또 좋아하는 거에요..#
#임진주 : 그럼~ 제가 대본 회의를 반기지, 누가 반겨요?#
#손범수 : 반기지 않아도 돼요. 그냥.. 불안해요.#
#임진주 : 이따 봐요! (전화 끊고) 흣. (노트북 타이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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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방송국 로비 카페.
임진주 : (음료를 마신다)
손범수 : (대본을 보며) 이거 봐. 아니, 뭐 또 뽀뽀를 해? 갑자기 또 해? 뽀뽀를? 이거 뭐 단계가 없잖아요. 감정을 쌓아가야지, 무턱대고 입을 들이대!
임진주 : 눈 마주쳤으면 진도 빼는 거지 뭘 시간을 끌어. (음료 마시고)
손범수 : 작가라는 사람이, 저속하게 진도를 빼다뇨. 이게 무슨 뭐, 학습지인가?
임진주 : (음료 마시며 째려보는)
손범수 : 감정 따라서 자연스럽게 차근차근 가는 거지?
임진주 : 내가 안 먹으면 남이 먹어요! 차근차근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아, 할 거에요! 이 씬에서 해야 돼. 그래야지 내가 맘이 편해.
손범수 : 드라마 작가가 작가 편하려고 글을 써요? 시청자가 편해야지! 아, 왜 이렇게 뽀뽀에 집착을 해요! 뭐, 뽀뽀 못해서 차인 적 있어요?
임진주 : (급 분위기 다운) 고2 때요...
손범수 : 아이 진짜! 아, 안돼요! 우리 아직 편성 못 받았어요. 내가 아무리 A급 감독이라고 해도 지금 수준에, 이 1, 2부 가지고 편성 받고 캐스팅하는 거 힘들어요. 3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나 드라마 다섯 편 째고, 한 편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왜겠어요? 그게 다 대본이 좋아서였을까? 아니죠. 나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다 실력이라구. 그 모든 것들을 다 여기 데이터들이 증명하고 있잖아. 나는..
임진주 : (어디선가 나타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손범수 : (당황스러운) 뭐지?
임진주 :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 야~~~♪
손범수 : (정색)
-
손범수 : (대본 보며) 봐, 이거 봐. 이거 봐. 나왔다. 이번에는 키스네요? 좋아요. 키스를 할 수 있다고 쳐요. 합니다. 하는데. 그냥 하면 되는데.. 왜 이, 이런 설정이 필요하냐 이 말이죠, 제 말은. 거품키스니, 사탕키스니 뭐 그 때 그런 게 한 때 트렌드 같은 거였다고 쳐요. 근데 왜 얘네들은 갑자기 젤리키스야?
임진주 : (쳇, 흥) 큰 꿈틀이. 자. 제일 큰 거 꿈틀이 동시에 집었잖아? 그럼 양 쪽에 이렇게 입으로 물고, 서로 게임하듯이. 얼마나 귀여워?
손범수 : 큰 꿈틀이가 무슨 스파게티에요? 젤리를, 한 접시에 놓고, 성인 남녀가 같이 먹어요? 포크로?!
임진주 : (어디선가 또 나타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 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오!♪
-
손범수 : 오케이. 알겠어요. 그러면 우리, 디테일은 차차 잡고, 구조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1, 2부에는 인물들이 사는 세상을 보여주고, 캐릭터 소개도 좀 해야겠죠? 그래서 좀 가볍게 떠들 수 있어. 뭐, 전개가 좀 느려도 좋아. 그런데 3부에서는! 정서적으로 더 깊은 갈등을 줘야죠. 그건 어떻게 인정하시겠습니까?
임진주 : (빤히 바라보며) 네.
손범수 : 그렇다면...
임진주 : (어디선가 또 또 나타난 기타를 치며)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 볼까~♪
손범수 : 뭐야~ 인정한다면서 또 왜 불러요.
임진주 : ♪용기내 보지만~♪
손범수 :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임진주 : (기타와 노래를 멈추다가) 글쎄? 관성이 생기네?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손범수 : 아 진짜 이럴 거에요?
임진주 :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손범수 : 아 그 기타 계속 어디서 나오는 거야? (황당)
임진주 : ♪연락했다 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손범수 : 기타 계속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거야?!
임진주 : ♪바라만 보던 너를~ 연락했다 할까~♪
-
JBC 방송국 로비. 성인종과 정혜정.
성인종 : 이 방송국에 감독이 손범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건방진 애 보기 싫다고 다른 채널로 간다는 게 말이 돼? 작가님 클라스에 신경쓸 걸 신경써야지. 살며시 무시해. 요즘 것들 다 그렇잖어. 자기중심적이고 예의 없고.
정혜정 : (웃으며) 아니야. 나 생각 많이 했어. 뭐, 윗사람 보고 비웃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랫사람들이 트렌드를 바꾸잖아. 그 요즘 것들이라 불리는 그들의 그런 반응들이, 머물러있던 내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것 같아서 나는~ 뭐 오히려 설레기까지 하던데?
그러다가 로비 카페에 있는 임진주와 손범수를 보게 되고.
성인종 : 딴 데로 갈까?
정혜정 : 옆에 있는 애랑.. 뭐 하고 있는 거야?
성인종 : 왜? 아는 애야? 쟤 요즘 뭐 신인 작가 작품에 꽂혀가지고 디벨롭하고 있다는데. 그 작간가 보네. 기타들고 뭐하냐, 쟤는.
정혜정 : 쟤랑 쟤랑, 작품을 준비한다구..? (표정 일그러지는)
성인종 : 응.
정혜정 : (돌아서서 걸어온 길 되돌아가는)
성인종 : (정혜정 따라가는) 기분 나빠서 그래? 살며시 무시하는 게 편하다니까~
정혜정 : 아니야~ 생각 많이 하게 하네. 아랫 것들이 트렌드를 바꿔봤자 지들끼리 트렌드지, 천박하고 경박하고.. 응, 쌍박이네. 박자가 딱딱 맞아~! 2-30대가 문화소비 주축이란 말도 옛말된지 오래구, 왜 아랫 것들 쌍박스러운 수준을 우리가 맞춰줘야 돼? 아랫 것들은 그냥 최저임금 쥐어주고 잡된 일이나 시키는 거, 그게 답이야. 응.
성인종 : 아, 작가님 생각이 진짜 너무 진보적이다~
정혜정 : 아, 그리구 내 이번 작품에 대해서 방금 결정된 건데.
성인종 : 응. 마음껏 해~ 결정.
정혜정 : 저 신인 작가 작품 여기서 하면은, 나, 여기서.. 안 해.
성인종 : ㅇ..
정혜정 : 어. 그리고 나 부를 거 알아. 나 부를 거 아는데, 내 이름 부르지 마.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대로 가버리는)
성인종 : 혜정 씨, 정 작가, 아 왜 또~~~ (따라가는)
-
JBC 방송국 구내식당.
손범수 : 어디. 기타는 이제 또 어디서 나오는 건가?
임진주 : 먹을 땐 안 하죠. 입과 손이 바쁘니까.
손범수 : 아 그럼 먹으면서 얘기를 좀 해야겠네요.
임진주 : 해요. 다 먹고 몰아서 불러줄게.
손범수 : 많이 들었습니다. 나 이제 많이 놀려먹었으니까 쫌, 편해졌죠? 이제 우리 막, 어색해하지 말자구요. 예? 응?
임진주 : (피식 웃으며) 알았어요.
이때.
김환동 : (식판 들고 오며) 안녕하십니까!
임진주 : (표정 썩는)
김환동 : 아.. 흠. (임진주에게) 안녕하세요, 작가님.
임진주 : 아.. 네.
손범수 : (이씨...)
다미 : (불쑥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손범수 : (쟨 또 뭐야..)
다미 : 안녕하세요, 감독님?
손범수 : 어.
다미 : 흐흐.
김환동 : 흐흠.
임진주 : 쓰읍...
다미 : (임진주와 손범수를 보는)
김환동 : 아, 다미 씨.
다미 : 아, 네.
김환동 : 이번 주 식단, 우리 어머니가 짜놓으신 것 같아요.
다미 : 으음~ 어머니가 바르게 먹여서, 우리 감독님이 이렇게 바르게 컸구나?
김환동 : 아핫. 그게, 그게 그렇게 되나? 바르구나, 내가.
임진주 : (똥 씹은 표정)
김환동 : 제가 그렇게 바릅니까? (손범수에게)
손범수 : 어. 바르지. 응. 바르다, 김 감독. 너.. 선생님 했으면 아주 김밥집 같았겠다.
김환동 : 아...ㅎ
손범수의 핸드폰이 울리고.
손범수 : (전화 받고) 예, 국장님. 예?
다들 손범수를 보는.
손범수 : 아뇨. 제가 지금 올라갈게요. 잠깐만요. 네, 저 밑에 있어요. 네. (전화 끊고)
김환동 : 뭐, 안 좋은..?
손범수 : 아니, 아니야. 저기 작가님, 저 잠깐 올라가봐야 되는데, 우리 조감독이랑 잠깐만 같이 있을래요? 금방 갔다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미 : 어우, 여기 어색해서 못 있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환동 : 그... 저, 음..
어색한 기류만 맴도는데.
-
JBC 방송국 부장실.
손범수 : 그니까, 임진주 작가 작품을 여기서 하면 정혜정은 여기서 안 한다?
성인종 : (끄덕거리는)
손범수 : 뭐야. 너무 유치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성인종 : 야. 너랑 하는 작가가 정혜정 보조였다며. 나라도 기분 뭐같겠다. 그, 내 남자친구가 내 딸내미랑 바람나서 데리고 나간 느낌 아냐?
손범수 : 무슨 비유를 그렇게 더럽게 하세요. 아니, 견해 차이로 고사한 거고 임진주 작가 작품도 그 후에 본 거에요.
성인종 : 그게 팩트건 아니건, 정 작가 입장에선 니 생각처럼 받아들여지겠어? 야, 그냥 딴 거 해. 그거 우리 공모전 입상작도 아니고, 우리가 제작하는 명분도 없잖아.
손범수 : 제가 명분이죠, 국장님. 저 손범수에요.
성인종 : 난 성인종이고. 우린 JBC야. 조직의 명분은 개인을 따라가지 않는다.
손범수 : 지금 정혜정 개인을 따라가겠다는 건데 무슨.
성인종 : 정 작가 이 작품 끝으로 FA야. 지금 여기저기서 막, 응? 장기 계약 들이미는데. 여태 공들이고 딴 데로 보내면, 다 바보된다고.
손범수 : 저는요? 정 작가 자존심 때문에 저를 뭉개요?
성인종 : 아무리 날고 기는 작가라두, 작가는 외부 사람이고 너는 우리 사람이야. 조직이, 돈 좀 벌어주는 외부 사람 잡자고 우리 사람 버릴 것 같애?
손범수 : 네.
성인종 : 그건.. 그래. 아씨.. 야 그럼 어떡해?
손범수 : 전체 회의 하시죠. 곧 3부 수정고 나옵니다. 헤드급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저랑 임진주 작가 둘이 들어가겠습니다. PT 할게요. 이 작품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왜 이 채널에서 해야 하는지, 그 자리에서 결정하시죠. 의미있는 작품이 일개 작가의 치졸한 농단으로 채널에서 밀려난다? JBC 자존심이 있지. 그렇게 알고 나갑니다. (나가는)
성인종 : 아후..
-
JBC 방송국 밖.
임진주 : (시계 보는)
김환동 : (아이스크림 건네며) 너 좋아하는 거잖아.
임진주 : 아는 척 하지 마. 좋아하는 척 한 거야. 뭐 엄밀히 말하면 괜찮은 척. 난 서른한 개 중에 골라먹는 거 좋아해. 예나 지금이나.
김환동 : 7년 동안 괜찮은 척을 했다고?
임진주 : 응. 그래서 네 생각 하면 주름 생길까 봐 안 하는데? 지금 턱 밑에 아주 개고 있다. 목 주름 널지 싶어.
김환동 : 너 어렸을 때부터 목주름 있었잖아.
임진주 : 하, 아는 척하지 말라고. 네가 내 목주름 역사에 대해서 뭘 알아?
김환동 : 모르지. 모르지.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작업해줘서 고맙다.
임진주 : 내 생존 문제였어. 네가 고마울 건 아니지. 네가 나 먹여 살려줄 것도 아니고. 예나 지금이나.
김환동 : 하... 넌 아직도 내가 밉니? 미우면 헤어진 게 아니라던데.
임진주 : 미운 상태에서 헤어졌으니 당연히 미운 거고, 다시 만날 일 없으니 그게 헤어진 거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김환동 : 넌 꼭 그렇게 말을 밉게 해야지 사는 맛이 나니?
임진주 : 네가 밉니, 어쩌니 먼저 드립쳤잖아.
김환동 : 여전하네. 네가 아는 심한 말에 당위부여하는 그 치사한 방식.
임진주 : 뭐? 치사?
김환동 : 응. 너도 전에 그랬잖아. 네가 먼저 그랬잖아. 이렇게 시작하는 거. 상대방이 한 실수 기어코 쏘아내서 기어코 방패삼아버리는 그 치사한 방식.
임진주 : 너도 여전하더라. 여자가 웃으면 따라웃는 거. 조금만 칭찬하면 헤벌쭉해서는. 너 다미 씨랑 사귀는 것도 아니라며?
김환동 : 친하다구. 왜? 친하면 안되는 거야?
임진주 : 되지, 왜 안돼. 같이 웃으며 다정 떨고, 장난 떨고. 근데 문제는, 넌 여자친구가 있어도 그런다는 거야. 늘, 항상, 누구에게나!
김환동 : 그래서? 내가 뭐 실수한 적 있어?
임진주 : 그거 자체가 실수라구. 뭐가 문젠지도 모르지? 그게 왜 안되는 건지. 됐다. 너랑 7년을 싸운 내용을 가지고 또 이러고 있으니, 내가 미쳤지. 인연이란 게 참 별로인 게 더 많아?
김환동 : 하, 말은. 그래. 네가 말한대로 7년을 사귄 사람인데, 그냥 예의를 지켜주면 안돼?
임진주 : 7년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7년 중 5년은 별로였어.
김환동 : 2년은 좋았네.
임진주 : 그 2년은 네가 군대에 있었지.
김환동 : 아, 정말..
손범수 : (국장 방에서 나오다가, 건물 밖에 있는 임진주와 김환동이 싸우는 걸 보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
김환동 : 사람들 사는 게... 싸우려고 사나? 매일 싸우고 사는 거, 굳이 또 이래. 지하철에선 어깨로 싸우고, 출근해선 입으로 싸우고, 인터넷에선 손으로 싸우고. 지구가 아주 배틀의 장이야.
임진주 : (NA) 사랑했을 땐 왜 굳이 싸움이라는 방식을 택했을까. 일상 탓인가.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일상에서, 관성처럼 굳이.
5.
임진주 : (햄버거 가게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저 멀리서 임진주의 동생 임지영과 동생의 남자친구가 나타난다.
임지영 : 언니! (손 흔들며 오고) 자. 여기 내 남친. 정환이.
정환 : 안녕하십니까, 누님!
임진주 : (손인사 가볍게 하고) 들어가자.
-
임진주, 앉아있고. 임지영과 정환은 햄버거를 먹는. 서로 먹여주고 난리났다.
임지영 : (웃으며) 콜라도 먹어.
정환 : (감자튀김 먹여주고, 콜라 마시는)
임지영 : (웃으며 콜라 마시는)
임진주 : (가만히 바라보다가 정환에게) 너 가난하지?
정환 : 아.. 네, 막 쩔은 정도는 아니고..
임지영 : (멋쩍은 웃음) 동생 남친한테 하는 첫 질문이 너무 상쾌한데?
임진주 :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정환 : 한 20일 정도 됐습니다.
임진주 : 너 지영이 좋아해?
정환 : 사랑하는데요?
임진주 : 너 지금 주머니에 얼마 있어?
정환 : 3천 원..?
임진주 : 그거 다 지영이 줄 수 있어?
정환 : 그럼요!!
임진주 : 3억이면?
정환 : .. 그것도 줄 수 있습니다!
임진주 : 그거 달라고 하지도 않아. 그냥 그런 마음만 있으면 돼. 상대가 그 마음 몰라주는 거 같으면 알아줄 때까지 표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왜 이렇게 몰라주지?' 답답해 하지말고 초조해 하지 마. 어디 안 도망 가. 네 마음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야. 왜 그러는 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거야. 이해하려고 하지 마. 네가 감히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이 아냐, 여자는. 묵묵히 네가 해야할 것을 해. 최선을 다해.
정환 :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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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주 : 돈 없는 거 쪽팔리다고, 들키지 않으려고 하지 마. 남자로서의 자존심? 어차피 다 알고 있어.
정환 / 임지영 : (대단하다 싶은 표정 / 저 미친년.. 하는 듯한 표정)
임진주 : 감추려고 애쓰면 그 알량한 자존심이 지켜진다니? 천 원 짜리 하드 하나밖에 못 사주는 거, 미안해하지 마. 천 원 짜리 하드 하나로 어떻게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훨씬 이득이야. 실패하면 그런대로 귀엽고, 성공하면 겁나 멋있구,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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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주 : 너무 논리적이지 마. 네가 했던 지난 실수 끄집어내면 자기 잘못 감추려고 해도 이해해 줘.
정환 & 임지영 : (둘다 지친 표정)
임진주 : 논리로 이기고 지고, 싸움하는 사이가 어떻게 그래? 누가 그런 거 몰라?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 좀 어때. 꼭 이겨 먹어야 돼? 그냥 용서해 달라는 말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돼. 안아주면 돼. 사랑한다며!
임지영 : (해탈한 표정) 언니.. 제발 그만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
임진주 : 화가 나도, 당장 미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아도 그 말 들어야 속이 시원해지면 그거 사랑하는 거 아니야. 예뻐 보이고 싶어, 여자는. 미안해, 용서해 줘, 다신 안 그럴게. 이런 말 하고 있으면 예뻐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네 눈엔 그것도 예쁘다고 말하지 마. 그 말이 사실이 아닐 것 같아서 무서워 한다고. 뭐하러 좋아하는 사람 무섭게 만들어?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 제발 모르지 좀 마, 헤어질 거 아니면.
임지영 : (진짜 저 언니 미쳤나..? 임진주가 괜찮나 싶은데)
임진주 : 헤어질 거 아니면.. 정말 헤어지려고 작정한 거 아니면... 쫌... 좀 모르지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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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집에 들어오고, 집에서 임진주와 임지영의 부모님은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1회를 보고 있다.
임지영 : (쇼파에 앉으며) 어머니. 어머니에겐 두 명의 딸이 있죠?
진주·지영 엄마 : 있죠.
임지영 : 애석하게도, 그 중에 한 명은 미친 년 같아요.
진주·지영 엄마 : 알아요. 그게 네가 아니라는 것두. (담담하게)
진주·지영 아빠 : (진주·지영 엄마에게 어깨동무)
6.
밤,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 이효봉의 집. 모두들 맥주를 마시며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1회를 보는 중인데.
이효봉 : 요즘들어 말 없는 밤이 많아지네. (무슨 말을 하려다가) ... 안 물어볼란다. 충격 받기 싫어. (맥주 마시고)
-
황한주의 방.
황한주 : (고민하다가, 망설이다가, '인국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상대방은, 황한주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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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방.
이은정 : (침대에서 일어나고, 주변을 보는)
-
임진주의 방.
임진주 : (침대에서 자는 위치를 바꾸는, 눈이 말똥말똥 떠있는)
-
손범수의 집, 방.
#손범수 : (침대에서 갑자기 일어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야. 묻는 말에만 대답해 봐.#
#서동기 : 갑자기? 나 자는데..#
#손범수 : 응.#
#서동기 : 너.. 너 정혜정 건 때문에 여태 그러고 있는 거야?#
#손범수 : 헤어진 지 2년 넘는 남녀가 왜 만나서 투닥투닥 싸우는 거야?#
#손범수, 임진주와 김환동이 싸우는 걸 본 게 아직도 생각나는 모양이다. (4번 참조)#
#서동기 : 어??#
#손범수 : (차분하게) 헤어진 지 2년 넘는 남녀가, 왜 만나서 싸우는 거냐고.#
#서동기 : 아 감정이 남았나보지. 아, 나 왜 대답하고 있냐.#
#손범수 : 그치.. 감정이 남은 거지..#
#서동기 : 뭐, 뭐 어떤 내용으로 싸우는데?#
#손범수 : 모르지, 그건..#
#서동기 : 다른 거일 수도 있지. 돈 문제라든지.. 뭐 술에 취해서 그냥 꼬라봤다던지.#
#손범수 : 야. 돈 문제면 법원에서 싸워야지. 술에 꼴았으면 술집에서 싸워야지, 왜 회사에서 난리야, 이 미친 놈아.#
#서동기 : 왜 나.. 왜 화를 내? 나한테?#
#손범수 : 끊어, 이 새끼야.#
#서동기 : 이런 미친...#
(뚝)
손범수 : (전화를 끊고, 다시 자는)
손범수에게 문자가 오는.
[솔비 : 잘 지내? 여전히 개새끼고?]
손범수 : (무시하고 잠들다가, 눈을 떠 다시 핸드폰을 보고 카카오톡에 들어가는. 솔비와의 채팅창에 들어가고, 핸드폰을 끄는) 읽씹이다. 아휴..
손범수, 회상하는데.
>>회상<<
>>임진주 : ♪지금 집 앞에 계속...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데, 손범수의 눈치를 보는)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손범수 : (기타를 뺏고)
>>임진주 : 뭐야. (뭐지, 싶은데)
>>손범수 :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임진주 : (오오~ 하는 표정)
>>손범수 :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 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임진주 : (웃는다)
>>손범수 :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임진주 : (표정 밝고)
>>손범수 : (기타를 임진주에게 주는)
>>임진주 : (좀 신기한 표정)
>>손범수 : 사랑은 변하는데, 사실이 변하질 않네. 겁나 아퍼, 이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어마어마한 기회거든. 기회를 놓치면 어때요? 당연히 아프지. 뼈가 저리다구. 이런 걸로, 사람 놀리기나 하고.
>>임진주 : (조금 머쓱한데)
>>손범수 : (자리에서 일어나고) 밥 먹으러 가죠.
>>임진주 : (범수를 바라보고, 웃는데)
>>그렇다. 방금 임진주와 손범수가 부른 노래가 바로, 손범수의 전 여자친구가 작사한 노래였다. 임진주를 통해 싫어하던 노래를 부르게 된 손범수였다. 손범수, 그는 임진주가 좋아진 걸까.
7.
'넌 아직도 내가 밉니? 미우면 헤어진 게 아니라던데... / 미운 상태에서 헤어졌으니 당연히 미운 거고, 다시 만날 생각이 없으니 그게 해어진 거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왜 다 싸움을 못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어마어마한 기회거든. 기회를 놓치면 어때요? 당연히 아프지. 뼈가 저리다구. 이런 걸로, 사람 놀리기나 하고.'
*내가 들은 게 확실치 않을 수도 있어*
JBC 방송국 로비.
임진주 : 미친 새끼.
손범수 : 미친 X.
임진주 : 시X 놈.
손범수 : 시X 년.
임진주 : 개새끼.
손범수 : 아~ 이거 아닌 것 같은데요. 아무리 욕을 해봐도 별로...
임진주 : 어색함은 그대로구, 더러운 기분만 추가되네요.
손범수 : 욕 말고, 음담패설 한 번 해볼까요?
임진주 : 어우~ 너무 싫어. 나 너무 잘해, 그거. 그냥, 서로 막 비하해볼까요? 외모 비하, 뭐 그런 거?
손범수 : 외모 비하? 비하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느낌인데, 나는.
임진주 : 어후. 왜지. 나 왜, 비하할 게 보이지? 아 몰라, 책임져요.
손범수 : 아니 여기서 왜 책임이란 단어가 나와요? 이게 무슨 뭐, 인재사곤가?
임진주 : 그럼 뭐 자연재해야?
손범수 : 왜 반말을 하세요? 그럼, 그쪽이 책임져요.
임진주 : 그래요. 뭐, 그럼 오늘부터 1일?
손범수 : 그래요, 그럼 뭐. 까짓 거. 오늘부터 1일.
2.
집.
황한주 : 황인국!!!
황인국 : 사줘사줘!!! 죽어도 사줘!!! 공룡 카드 사줘어!!!!
이효봉 : 아, 이 집은 아침 알람이 필요가 없어.
임진주 : 원래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다는 게 모순이지.
황한주 : 아니 공룡 카드를 종류별로 다 가질 셈이야? 그걸 어떻게 다 갖니? 우린 넉넉하지가 않아. 갖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져야지 버틸 수가 있다구! 이 험난한 세상에, 고작 공룡 카드로 엄마를 힘들게 해야겠어? 공룡 카드는 카드를 밟으면 공룡으로 변신하지만, 엄만 카드값을 내지 못하면 낙오자로 변신해. 그럼 널 키우지 못한다구. 우린 갖고 싶은 걸 다 갖고 살지 못해!
황인국 : 나는 아빠도 없이 살잖아!!
이은정 : 무서운 성장세구만.
3.
이은정 : (이소민 분장실룸 들어가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 놓아져 있고.
이민준 : (우걱우걱 먹는다)
이소민 : (인자하게 바라보고)
이민준 : 음... (순대도?)
이소민 : (먹으라는 뜻의 인자한 표정)
이민준 :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고)
이소민 : (피자 건네며) 피자 식겠다. 이것도 먹어. 많이 먹어, 우리 민준이~
이민준 : (피자 먹으려다가 내려놓고)
이소민 : 왜, 왜? 우리 민준이, 왜?
이민준 : 소민아..
이소민 : 응, 민준아~
이민준 :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경우는 없어.
이소민 : 아니. 그건 가능한 거야. 이것 봐. 난 벌써 배가 부른 걸? (꼬르륵 소리)
이민준 : 아니야. 그런 건.. 이 지극한 사랑을 초월했을 때. 뭐 그러니까 이를 테면.. 부모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볼 때. 농부가 밭에 물 들어가는 거 볼 때.
이소민 : 배우가 매니저 입에 탄수화물 들어가는 거 볼 때.
이민준 : 아... (머리 지끈)
이소민 : 난 널 지극히 사랑하는 걸. 나 너무 배불러 죽을 지경이야. (꼬르륵 소리)
이민준 : 너 이렇게 미칠 거면 그냥 먹자. 너 지금도 너무 말랐어. 아 당장 드라마도 없잖아. 먹으라고, 그냥~!!
이소민 : 녀석. 먹다말고 왜 열량 소비하고 그래. 나 배불러 죽겠대두. (꼬르륵 소리)
이민준 : 하... (피자 먹고) 어떻게, 디핑 소스 이거 찍어 먹을까?
이소민 : 맞다 맞다. 찍어야지. 듬뿍.
이민준 : 아예 그냥 이걸, 취해서 먹을게.
이소민 : 닭다리는? (닭다리 건네고)
이민준 : (해탈한 표정) ㅎ... 아. (입을 벌리고)
이소민 : 헤헷.
이민준 : 음~ 음~~
이소민 : 핫바도 먹을래?
이민준 : 흐흠.. 까.
이소민 : (핫바 까서 민준의 입에 넣는)
이민준 : 음~ (피자와 핫바 합체하는) 으음~
이소민 : 아~ 배불러. 배 터지겠다. (꼬르륵 소리)
이은정 : (그런 이소민을 바라보는)
이소민 : (날카롭게 이은정에게) 뭐. 왜.
이은정 : (피식 웃으며) 궁금하긴 하다.
이소민 : 왜. 뭐.
-
이민준 : 아, 벌써 막히네.
이소민 : 올림픽대로가 왜 이렇게 맨날 막히는 줄 알아?
이민준 : 못 맞출 것 같은데.
이소민 : 올림픽은 축제니까.
이민준 : 역시, 못 맞추는 거였어. 어떻게, 웃을까?
이소민 : 아니. 니가 고생이 많다.
이민준 : 뭐야? 왜 그래?
이소민 : 뭐가, 임마?
이민준 : 왜 나 격려해? 불안해. 그러지 마.
이소민 : 그냥. 너한테 음식 가지고 학대한 것 같아서.
이민준 : 깨닫지 마. 이상해. 더 불안해.
이소민 : 항상 네가 희생한 거 알고는 있어. 그냥 알고만 있을게.
이민준 : 그럼 너도 딱 한 번만 희생해주던가.
이소민 : 뭐? 딱 한 번만 해줄게.
이민준 : 같이 백반집 가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싶다. 나만 말고, 같이.
-
이소민 : (식당에서 밥을 계속 먹는)
이민준 : 야. 너 다 안 먹어도 돼..
이소민 : 알잖아. 나 안 먹는 거 잘해도 먹다가 중간에 멈추는 건 못해. (계속 먹는) 음... (물을 마시고)
이민준 : 어이고. 와~ 우리 인어공주, 식성이 참 좋아. 잘 먹었어?
이소민 : 응. 나 하고 싶은 거 있어.
이민준 : 뭐?
이소민 : 트름.
이민준 : 음... 너 트름 소리 크잖아. 평소처럼 할 건가?
이소민 : 응. 시원하게 하고 싶어.
이민준 : 사람이 많은데... 쩝. 그러면, 하나 둘 셋 하면 해.
이소민 : 응!
이민준 : 하나, 둘, 셋. (일어나며) 아아악!!!!!!!!!!!!!!!
이소민 : (트름하고)
이병헌을 닮은 일반인을 포함해 식당 내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린다.
이민준 : 아이.. 죄송합니다! 여기, 벌레인 줄 알았는데 콩자반이네요.. 죄송합니다. (앉고, 목을 만지며 물을 마시는)
이소민 : (기분 좋다)
4.
임진주, 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연습하는 중이다.
임진주 : (노래를 부르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이효봉 : (방에서 나오며) 누나랑 그 노래랑 안 어울리는 거 알지? 왜 그래, 무섭게.
임진주 : 야, 이딴 사랑 타령에 어울리는 게 더 무섭다.
이효봉 :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본인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이거, 되게 무서운 그림이야.
임진주 : 우리 감독님께선,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젖쇠 우유를 먹고 자란 거 같애.
이효봉 : 응?
임진주 : 미쳤어! 자뻑이 너무 심해. 그게 날 매 순간 힘겹게 하지.
이효봉 : 그거랑 이 사랑 노래랑 어떤 관곈데?
임진주 : 이것만 들으면 우울해지거든, 그 양반이.
이효봉 : 왜?
임진주 : 그런 사연이 있어. 이 노래만 들으면 급격한 우울감에 빠져서 금세 죽기 직전의 얼굴로 변하거든. 짜증나게 할수록 완벽하게 불러서 말려 죽일 거야.
이효봉 : 봄만 되면 울려퍼지는 사랑 노래가 누군가에겐 살인 무기가 되는구나. 음. 우리 솔비 누나가 가사 참 잘 썼어.
임진주 : 솔비?
이효봉 : 응. 우리 세션 중에 솔비 누나라고 있어. 그거 그 누나가 쓴 거야.
임진주 : (너무 해맑게, 무섭게 웃는다)
이효봉 : 뭐야? 왜 행복해져?
임진주 : 큽. 아~ 으항항항. 너무 좋다~~
이효봉 : (같이 웃으며) 근데 왜? 왜? (임진주에게 다가오는) 이 노래가 왜? 뭐 재밌을 거 같은데? 말해줘.
임진주 : 안돼, 나만 재밌을 거야~
이효봉 : (애교 떠는) 알려주세요~
임진주 : (정색)
이효봉 : 알려주세요오~~!
-
#손범수 : (사무실에서 대본을 보다가 임진주에게 전화를 한다)#
#임진주 : 음~~~ 감독님~~~! (너무나도 행복한 목소리)#
#손범수 : 왜 이렇게 나를 반기죠?#
#임진주 : 으음~ 그럼 제가 감독님 반기죠~ 누가 반겨요?#
#손범수 : 반기는 사람 많아요. 원래대로 하세요. 불안해요.#
#임진주 : 그럼 용건을 말해보시죠.#
#손범수 : 다름이 아니고, 대본 얘기를 좀 할까 하는데.#
#임진주 : 음~ 좋아요! 너무 좋아요!#
#손범수 : 뭡니까? 왜 또 좋아하는 거에요..#
#임진주 : 그럼~ 제가 대본 회의를 반기지, 누가 반겨요?#
#손범수 : 반기지 않아도 돼요. 그냥.. 불안해요.#
#임진주 : 이따 봐요! (전화 끊고) 흣. (노트북 타이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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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방송국 로비 카페.
임진주 : (음료를 마신다)
손범수 : (대본을 보며) 이거 봐. 아니, 뭐 또 뽀뽀를 해? 갑자기 또 해? 뽀뽀를? 이거 뭐 단계가 없잖아요. 감정을 쌓아가야지, 무턱대고 입을 들이대!
임진주 : 눈 마주쳤으면 진도 빼는 거지 뭘 시간을 끌어. (음료 마시고)
손범수 : 작가라는 사람이, 저속하게 진도를 빼다뇨. 이게 무슨 뭐, 학습지인가?
임진주 : (음료 마시며 째려보는)
손범수 : 감정 따라서 자연스럽게 차근차근 가는 거지?
임진주 : 내가 안 먹으면 남이 먹어요! 차근차근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아, 할 거에요! 이 씬에서 해야 돼. 그래야지 내가 맘이 편해.
손범수 : 드라마 작가가 작가 편하려고 글을 써요? 시청자가 편해야지! 아, 왜 이렇게 뽀뽀에 집착을 해요! 뭐, 뽀뽀 못해서 차인 적 있어요?
임진주 : (급 분위기 다운) 고2 때요...
손범수 : 아이 진짜! 아, 안돼요! 우리 아직 편성 못 받았어요. 내가 아무리 A급 감독이라고 해도 지금 수준에, 이 1, 2부 가지고 편성 받고 캐스팅하는 거 힘들어요. 3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나 드라마 다섯 편 째고, 한 편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왜겠어요? 그게 다 대본이 좋아서였을까? 아니죠. 나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다 실력이라구. 그 모든 것들을 다 여기 데이터들이 증명하고 있잖아. 나는..
임진주 : (어디선가 나타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손범수 : (당황스러운) 뭐지?
임진주 :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 야~~~♪
손범수 : (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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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수 : (대본 보며) 봐, 이거 봐. 이거 봐. 나왔다. 이번에는 키스네요? 좋아요. 키스를 할 수 있다고 쳐요. 합니다. 하는데. 그냥 하면 되는데.. 왜 이, 이런 설정이 필요하냐 이 말이죠, 제 말은. 거품키스니, 사탕키스니 뭐 그 때 그런 게 한 때 트렌드 같은 거였다고 쳐요. 근데 왜 얘네들은 갑자기 젤리키스야?
임진주 : (쳇, 흥) 큰 꿈틀이. 자. 제일 큰 거 꿈틀이 동시에 집었잖아? 그럼 양 쪽에 이렇게 입으로 물고, 서로 게임하듯이. 얼마나 귀여워?
손범수 : 큰 꿈틀이가 무슨 스파게티에요? 젤리를, 한 접시에 놓고, 성인 남녀가 같이 먹어요? 포크로?!
임진주 : (어디선가 또 나타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 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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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수 : 오케이. 알겠어요. 그러면 우리, 디테일은 차차 잡고, 구조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1, 2부에는 인물들이 사는 세상을 보여주고, 캐릭터 소개도 좀 해야겠죠? 그래서 좀 가볍게 떠들 수 있어. 뭐, 전개가 좀 느려도 좋아. 그런데 3부에서는! 정서적으로 더 깊은 갈등을 줘야죠. 그건 어떻게 인정하시겠습니까?
임진주 : (빤히 바라보며) 네.
손범수 : 그렇다면...
임진주 : (어디선가 또 또 나타난 기타를 치며)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 볼까~♪
손범수 : 뭐야~ 인정한다면서 또 왜 불러요.
임진주 : ♪용기내 보지만~♪
손범수 :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임진주 : (기타와 노래를 멈추다가) 글쎄? 관성이 생기네?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손범수 : 아 진짜 이럴 거에요?
임진주 :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손범수 : 아 그 기타 계속 어디서 나오는 거야? (황당)
임진주 : ♪연락했다 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손범수 : 기타 계속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거야?!
임진주 : ♪바라만 보던 너를~ 연락했다 할까~♪
-
JBC 방송국 로비. 성인종과 정혜정.
성인종 : 이 방송국에 감독이 손범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건방진 애 보기 싫다고 다른 채널로 간다는 게 말이 돼? 작가님 클라스에 신경쓸 걸 신경써야지. 살며시 무시해. 요즘 것들 다 그렇잖어. 자기중심적이고 예의 없고.
정혜정 : (웃으며) 아니야. 나 생각 많이 했어. 뭐, 윗사람 보고 비웃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랫사람들이 트렌드를 바꾸잖아. 그 요즘 것들이라 불리는 그들의 그런 반응들이, 머물러있던 내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것 같아서 나는~ 뭐 오히려 설레기까지 하던데?
그러다가 로비 카페에 있는 임진주와 손범수를 보게 되고.
성인종 : 딴 데로 갈까?
정혜정 : 옆에 있는 애랑.. 뭐 하고 있는 거야?
성인종 : 왜? 아는 애야? 쟤 요즘 뭐 신인 작가 작품에 꽂혀가지고 디벨롭하고 있다는데. 그 작간가 보네. 기타들고 뭐하냐, 쟤는.
정혜정 : 쟤랑 쟤랑, 작품을 준비한다구..? (표정 일그러지는)
성인종 : 응.
정혜정 : (돌아서서 걸어온 길 되돌아가는)
성인종 : (정혜정 따라가는) 기분 나빠서 그래? 살며시 무시하는 게 편하다니까~
정혜정 : 아니야~ 생각 많이 하게 하네. 아랫 것들이 트렌드를 바꿔봤자 지들끼리 트렌드지, 천박하고 경박하고.. 응, 쌍박이네. 박자가 딱딱 맞아~! 2-30대가 문화소비 주축이란 말도 옛말된지 오래구, 왜 아랫 것들 쌍박스러운 수준을 우리가 맞춰줘야 돼? 아랫 것들은 그냥 최저임금 쥐어주고 잡된 일이나 시키는 거, 그게 답이야. 응.
성인종 : 아, 작가님 생각이 진짜 너무 진보적이다~
정혜정 : 아, 그리구 내 이번 작품에 대해서 방금 결정된 건데.
성인종 : 응. 마음껏 해~ 결정.
정혜정 : 저 신인 작가 작품 여기서 하면은, 나, 여기서.. 안 해.
성인종 : ㅇ..
정혜정 : 어. 그리고 나 부를 거 알아. 나 부를 거 아는데, 내 이름 부르지 마.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대로 가버리는)
성인종 : 혜정 씨, 정 작가, 아 왜 또~~~ (따라가는)
-
JBC 방송국 구내식당.
손범수 : 어디. 기타는 이제 또 어디서 나오는 건가?
임진주 : 먹을 땐 안 하죠. 입과 손이 바쁘니까.
손범수 : 아 그럼 먹으면서 얘기를 좀 해야겠네요.
임진주 : 해요. 다 먹고 몰아서 불러줄게.
손범수 : 많이 들었습니다. 나 이제 많이 놀려먹었으니까 쫌, 편해졌죠? 이제 우리 막, 어색해하지 말자구요. 예? 응?
임진주 : (피식 웃으며) 알았어요.
이때.
김환동 : (식판 들고 오며) 안녕하십니까!
임진주 : (표정 썩는)
김환동 : 아.. 흠. (임진주에게) 안녕하세요, 작가님.
임진주 : 아.. 네.
손범수 : (이씨...)
다미 : (불쑥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손범수 : (쟨 또 뭐야..)
다미 : 안녕하세요, 감독님?
손범수 : 어.
다미 : 흐흐.
김환동 : 흐흠.
임진주 : 쓰읍...
다미 : (임진주와 손범수를 보는)
김환동 : 아, 다미 씨.
다미 : 아, 네.
김환동 : 이번 주 식단, 우리 어머니가 짜놓으신 것 같아요.
다미 : 으음~ 어머니가 바르게 먹여서, 우리 감독님이 이렇게 바르게 컸구나?
김환동 : 아핫. 그게, 그게 그렇게 되나? 바르구나, 내가.
임진주 : (똥 씹은 표정)
김환동 : 제가 그렇게 바릅니까? (손범수에게)
손범수 : 어. 바르지. 응. 바르다, 김 감독. 너.. 선생님 했으면 아주 김밥집 같았겠다.
김환동 : 아...ㅎ
손범수의 핸드폰이 울리고.
손범수 : (전화 받고) 예, 국장님. 예?
다들 손범수를 보는.
손범수 : 아뇨. 제가 지금 올라갈게요. 잠깐만요. 네, 저 밑에 있어요. 네. (전화 끊고)
김환동 : 뭐, 안 좋은..?
손범수 : 아니, 아니야. 저기 작가님, 저 잠깐 올라가봐야 되는데, 우리 조감독이랑 잠깐만 같이 있을래요? 금방 갔다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미 : 어우, 여기 어색해서 못 있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환동 : 그... 저, 음..
어색한 기류만 맴도는데.
-
JBC 방송국 부장실.
손범수 : 그니까, 임진주 작가 작품을 여기서 하면 정혜정은 여기서 안 한다?
성인종 : (끄덕거리는)
손범수 : 뭐야. 너무 유치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성인종 : 야. 너랑 하는 작가가 정혜정 보조였다며. 나라도 기분 뭐같겠다. 그, 내 남자친구가 내 딸내미랑 바람나서 데리고 나간 느낌 아냐?
손범수 : 무슨 비유를 그렇게 더럽게 하세요. 아니, 견해 차이로 고사한 거고 임진주 작가 작품도 그 후에 본 거에요.
성인종 : 그게 팩트건 아니건, 정 작가 입장에선 니 생각처럼 받아들여지겠어? 야, 그냥 딴 거 해. 그거 우리 공모전 입상작도 아니고, 우리가 제작하는 명분도 없잖아.
손범수 : 제가 명분이죠, 국장님. 저 손범수에요.
성인종 : 난 성인종이고. 우린 JBC야. 조직의 명분은 개인을 따라가지 않는다.
손범수 : 지금 정혜정 개인을 따라가겠다는 건데 무슨.
성인종 : 정 작가 이 작품 끝으로 FA야. 지금 여기저기서 막, 응? 장기 계약 들이미는데. 여태 공들이고 딴 데로 보내면, 다 바보된다고.
손범수 : 저는요? 정 작가 자존심 때문에 저를 뭉개요?
성인종 : 아무리 날고 기는 작가라두, 작가는 외부 사람이고 너는 우리 사람이야. 조직이, 돈 좀 벌어주는 외부 사람 잡자고 우리 사람 버릴 것 같애?
손범수 : 네.
성인종 : 그건.. 그래. 아씨.. 야 그럼 어떡해?
손범수 : 전체 회의 하시죠. 곧 3부 수정고 나옵니다. 헤드급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저랑 임진주 작가 둘이 들어가겠습니다. PT 할게요. 이 작품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왜 이 채널에서 해야 하는지, 그 자리에서 결정하시죠. 의미있는 작품이 일개 작가의 치졸한 농단으로 채널에서 밀려난다? JBC 자존심이 있지. 그렇게 알고 나갑니다. (나가는)
성인종 : 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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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방송국 밖.
임진주 : (시계 보는)
김환동 : (아이스크림 건네며) 너 좋아하는 거잖아.
임진주 : 아는 척 하지 마. 좋아하는 척 한 거야. 뭐 엄밀히 말하면 괜찮은 척. 난 서른한 개 중에 골라먹는 거 좋아해. 예나 지금이나.
김환동 : 7년 동안 괜찮은 척을 했다고?
임진주 : 응. 그래서 네 생각 하면 주름 생길까 봐 안 하는데? 지금 턱 밑에 아주 개고 있다. 목 주름 널지 싶어.
김환동 : 너 어렸을 때부터 목주름 있었잖아.
임진주 : 하, 아는 척하지 말라고. 네가 내 목주름 역사에 대해서 뭘 알아?
김환동 : 모르지. 모르지.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작업해줘서 고맙다.
임진주 : 내 생존 문제였어. 네가 고마울 건 아니지. 네가 나 먹여 살려줄 것도 아니고. 예나 지금이나.
김환동 : 하... 넌 아직도 내가 밉니? 미우면 헤어진 게 아니라던데.
임진주 : 미운 상태에서 헤어졌으니 당연히 미운 거고, 다시 만날 일 없으니 그게 헤어진 거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김환동 : 넌 꼭 그렇게 말을 밉게 해야지 사는 맛이 나니?
임진주 : 네가 밉니, 어쩌니 먼저 드립쳤잖아.
김환동 : 여전하네. 네가 아는 심한 말에 당위부여하는 그 치사한 방식.
임진주 : 뭐? 치사?
김환동 : 응. 너도 전에 그랬잖아. 네가 먼저 그랬잖아. 이렇게 시작하는 거. 상대방이 한 실수 기어코 쏘아내서 기어코 방패삼아버리는 그 치사한 방식.
임진주 : 너도 여전하더라. 여자가 웃으면 따라웃는 거. 조금만 칭찬하면 헤벌쭉해서는. 너 다미 씨랑 사귀는 것도 아니라며?
김환동 : 친하다구. 왜? 친하면 안되는 거야?
임진주 : 되지, 왜 안돼. 같이 웃으며 다정 떨고, 장난 떨고. 근데 문제는, 넌 여자친구가 있어도 그런다는 거야. 늘, 항상, 누구에게나!
김환동 : 그래서? 내가 뭐 실수한 적 있어?
임진주 : 그거 자체가 실수라구. 뭐가 문젠지도 모르지? 그게 왜 안되는 건지. 됐다. 너랑 7년을 싸운 내용을 가지고 또 이러고 있으니, 내가 미쳤지. 인연이란 게 참 별로인 게 더 많아?
김환동 : 하, 말은. 그래. 네가 말한대로 7년을 사귄 사람인데, 그냥 예의를 지켜주면 안돼?
임진주 : 7년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7년 중 5년은 별로였어.
김환동 : 2년은 좋았네.
임진주 : 그 2년은 네가 군대에 있었지.
김환동 : 아, 정말..
손범수 : (국장 방에서 나오다가, 건물 밖에 있는 임진주와 김환동이 싸우는 걸 보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
김환동 : 사람들 사는 게... 싸우려고 사나? 매일 싸우고 사는 거, 굳이 또 이래. 지하철에선 어깨로 싸우고, 출근해선 입으로 싸우고, 인터넷에선 손으로 싸우고. 지구가 아주 배틀의 장이야.
임진주 : (NA) 사랑했을 땐 왜 굳이 싸움이라는 방식을 택했을까. 일상 탓인가.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일상에서, 관성처럼 굳이.
5.
임진주 : (햄버거 가게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저 멀리서 임진주의 동생 임지영과 동생의 남자친구가 나타난다.
임지영 : 언니! (손 흔들며 오고) 자. 여기 내 남친. 정환이.
정환 : 안녕하십니까, 누님!
임진주 : (손인사 가볍게 하고) 들어가자.
-
임진주, 앉아있고. 임지영과 정환은 햄버거를 먹는. 서로 먹여주고 난리났다.
임지영 : (웃으며) 콜라도 먹어.
정환 : (감자튀김 먹여주고, 콜라 마시는)
임지영 : (웃으며 콜라 마시는)
임진주 : (가만히 바라보다가 정환에게) 너 가난하지?
정환 : 아.. 네, 막 쩔은 정도는 아니고..
임지영 : (멋쩍은 웃음) 동생 남친한테 하는 첫 질문이 너무 상쾌한데?
임진주 :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정환 : 한 20일 정도 됐습니다.
임진주 : 너 지영이 좋아해?
정환 : 사랑하는데요?
임진주 : 너 지금 주머니에 얼마 있어?
정환 : 3천 원..?
임진주 : 그거 다 지영이 줄 수 있어?
정환 : 그럼요!!
임진주 : 3억이면?
정환 : .. 그것도 줄 수 있습니다!
임진주 : 그거 달라고 하지도 않아. 그냥 그런 마음만 있으면 돼. 상대가 그 마음 몰라주는 거 같으면 알아줄 때까지 표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왜 이렇게 몰라주지?' 답답해 하지말고 초조해 하지 마. 어디 안 도망 가. 네 마음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야. 왜 그러는 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거야. 이해하려고 하지 마. 네가 감히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이 아냐, 여자는. 묵묵히 네가 해야할 것을 해. 최선을 다해.
정환 : 켁..!
-
임진주 : 돈 없는 거 쪽팔리다고, 들키지 않으려고 하지 마. 남자로서의 자존심? 어차피 다 알고 있어.
정환 / 임지영 : (대단하다 싶은 표정 / 저 미친년.. 하는 듯한 표정)
임진주 : 감추려고 애쓰면 그 알량한 자존심이 지켜진다니? 천 원 짜리 하드 하나밖에 못 사주는 거, 미안해하지 마. 천 원 짜리 하드 하나로 어떻게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훨씬 이득이야. 실패하면 그런대로 귀엽고, 성공하면 겁나 멋있구,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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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주 : 너무 논리적이지 마. 네가 했던 지난 실수 끄집어내면 자기 잘못 감추려고 해도 이해해 줘.
정환 & 임지영 : (둘다 지친 표정)
임진주 : 논리로 이기고 지고, 싸움하는 사이가 어떻게 그래? 누가 그런 거 몰라?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 좀 어때. 꼭 이겨 먹어야 돼? 그냥 용서해 달라는 말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돼. 안아주면 돼. 사랑한다며!
임지영 : (해탈한 표정) 언니.. 제발 그만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
임진주 : 화가 나도, 당장 미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아도 그 말 들어야 속이 시원해지면 그거 사랑하는 거 아니야. 예뻐 보이고 싶어, 여자는. 미안해, 용서해 줘, 다신 안 그럴게. 이런 말 하고 있으면 예뻐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네 눈엔 그것도 예쁘다고 말하지 마. 그 말이 사실이 아닐 것 같아서 무서워 한다고. 뭐하러 좋아하는 사람 무섭게 만들어?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 제발 모르지 좀 마, 헤어질 거 아니면.
임지영 : (진짜 저 언니 미쳤나..? 임진주가 괜찮나 싶은데)
임진주 : 헤어질 거 아니면.. 정말 헤어지려고 작정한 거 아니면... 쫌... 좀 모르지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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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집에 들어오고, 집에서 임진주와 임지영의 부모님은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1회를 보고 있다.
임지영 : (쇼파에 앉으며) 어머니. 어머니에겐 두 명의 딸이 있죠?
진주·지영 엄마 : 있죠.
임지영 : 애석하게도, 그 중에 한 명은 미친 년 같아요.
진주·지영 엄마 : 알아요. 그게 네가 아니라는 것두. (담담하게)
진주·지영 아빠 : (진주·지영 엄마에게 어깨동무)
6.
밤,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 이효봉의 집. 모두들 맥주를 마시며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1회를 보는 중인데.
이효봉 : 요즘들어 말 없는 밤이 많아지네. (무슨 말을 하려다가) ... 안 물어볼란다. 충격 받기 싫어. (맥주 마시고)
-
황한주의 방.
황한주 : (고민하다가, 망설이다가, '인국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상대방은, 황한주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이은정의 방.
이은정 : (침대에서 일어나고, 주변을 보는)
-
임진주의 방.
임진주 : (침대에서 자는 위치를 바꾸는, 눈이 말똥말똥 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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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수의 집, 방.
#손범수 : (침대에서 갑자기 일어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야. 묻는 말에만 대답해 봐.#
#서동기 : 갑자기? 나 자는데..#
#손범수 : 응.#
#서동기 : 너.. 너 정혜정 건 때문에 여태 그러고 있는 거야?#
#손범수 : 헤어진 지 2년 넘는 남녀가 왜 만나서 투닥투닥 싸우는 거야?#
#손범수, 임진주와 김환동이 싸우는 걸 본 게 아직도 생각나는 모양이다. (4번 참조)#
#서동기 : 어??#
#손범수 : (차분하게) 헤어진 지 2년 넘는 남녀가, 왜 만나서 싸우는 거냐고.#
#서동기 : 아 감정이 남았나보지. 아, 나 왜 대답하고 있냐.#
#손범수 : 그치.. 감정이 남은 거지..#
#서동기 : 뭐, 뭐 어떤 내용으로 싸우는데?#
#손범수 : 모르지, 그건..#
#서동기 : 다른 거일 수도 있지. 돈 문제라든지.. 뭐 술에 취해서 그냥 꼬라봤다던지.#
#손범수 : 야. 돈 문제면 법원에서 싸워야지. 술에 꼴았으면 술집에서 싸워야지, 왜 회사에서 난리야, 이 미친 놈아.#
#서동기 : 왜 나.. 왜 화를 내? 나한테?#
#손범수 : 끊어, 이 새끼야.#
#서동기 : 이런 미친...#
(뚝)
손범수 : (전화를 끊고, 다시 자는)
손범수에게 문자가 오는.
[솔비 : 잘 지내? 여전히 개새끼고?]
손범수 : (무시하고 잠들다가, 눈을 떠 다시 핸드폰을 보고 카카오톡에 들어가는. 솔비와의 채팅창에 들어가고, 핸드폰을 끄는) 읽씹이다. 아휴..
손범수, 회상하는데.
>>회상<<
>>임진주 : ♪지금 집 앞에 계속...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데, 손범수의 눈치를 보는)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손범수 : (기타를 뺏고)
>>임진주 : 뭐야. (뭐지, 싶은데)
>>손범수 :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 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임진주 : (오오~ 하는 표정)
>>손범수 : ♪다 와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 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임진주 : (웃는다)
>>손범수 :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임진주 : (표정 밝고)
>>손범수 : (기타를 임진주에게 주는)
>>임진주 : (좀 신기한 표정)
>>손범수 : 사랑은 변하는데, 사실이 변하질 않네. 겁나 아퍼, 이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어마어마한 기회거든. 기회를 놓치면 어때요? 당연히 아프지. 뼈가 저리다구. 이런 걸로, 사람 놀리기나 하고.
>>임진주 : (조금 머쓱한데)
>>손범수 : (자리에서 일어나고) 밥 먹으러 가죠.
>>임진주 : (범수를 바라보고, 웃는데)
>>그렇다. 방금 임진주와 손범수가 부른 노래가 바로, 손범수의 전 여자친구가 작사한 노래였다. 임진주를 통해 싫어하던 노래를 부르게 된 손범수였다. 손범수, 그는 임진주가 좋아진 걸까.
7.
'넌 아직도 내가 밉니? 미우면 헤어진 게 아니라던데... / 미운 상태에서 헤어졌으니 당연히 미운 거고, 다시 만날 생각이 없으니 그게 해어진 거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왜 다 싸움을 못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어마어마한 기회거든. 기회를 놓치면 어때요? 당연히 아프지. 뼈가 저리다구. 이런 걸로, 사람 놀리기나 하고.'
*내가 들은 게 확실치 않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