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16화 기준
16화 59분 28초의 의미
"씩씩하게 살 거야. 그럴 건데.. 가끔씩만 너 생각하면서 울게.."
무성한 나뭇잎들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지금, 바뀐 계절의 미풍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흘러내리는 눈물. 그리고 이 눈물을 조심히 감싸는 손길 하나. 러닝타임 1시간 3분 25초 중 59분 28초에 다가온 이 순간의 의미! 연신 시계를 살피며 보는 사람이 더 초조하던 순간에야 이루어진 이 의미를 네가지 단계로 나눠서 살펴보려고 해.
첫번째, 아름답지 않지만 아름다운 이별.
연서는 정확한 목적을 지니고 보고서 쓴 건 아니었어. 그저 누군가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니까, 뭐든 해보려고 했던 거였을 뿐. 뭐든..어떻게든 전하고픈 우리의 뜻, 그들의 소원은 이 세상의 의미로 본다면 평범한 거야. 거리에서 수없이 스쳐가는 연인의 모습, 서로의 곁에서 머무는 하루하루의 시간, 그 흔한 사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를 내려다보는 차원의 의미가 섞인다면 허락할 수 없는 금기이고 끝이 정해진 운명일 뿐이어서, 보고서를 쓰는 순간에도 직접적인 목적을 뚜렷하게 밝히기 힘들어. 그래서 연서의 마음은 이번엔, 마지막임을 알고서 끝까지 행복함으로 가득 채운 뒤 이별하라는 의미로 주어진 시간을 받아들이기도 했어. 그리고 주어진 시간의 끝에서 되새길 때 다가오는 의문으로 보고서..절대자에게 전하는 목적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었지. 이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냐고...아름답게 헤어질 자신이 없다고 말야. 곧 삿대질이라도 할 것 같이 신에게도 당차던 연서가 마지막 기회 앞에서는 여린 마음 한구석을 슬쩍 내비치며 남들이 말하는 은총 한가닥을 갈구하는 것 같았어.
한가닥 은총을 얻기 위해 결국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은 연서, 생명이 위태로운 연서를 수술실로 들여보낸 단은 잔인하고 허망할 뿐이었어. 그만큼 발버둥쳤음에도 끝내 실현된 운명이 성큼 다가올 뿐, 은총 한줌 느껴지질 않거든. 급박한 상황이어서 삼키고 있던 눈물 한줄기를 떨구어내며 잔인하고 허망한 슬픔을 토로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탓은 오로지 수번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향했지. 그 자책을 덜어주고픈 강우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지만 단은 전혀 동의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자책을 넘어 절대 연서는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어느새 부여잡고 있었기 때문이야. 잔인한 운명의 허망한 슬픔에 굴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인간의 간절함..희망을 또다시 꼭 부여잡고서, 이제 30분 앞으로 다가온 소멸을 준비하려고 했어. 넌 분명히 깨어난다는 믿음을 안고 마지막 인사도 없이 사라진 미안함을 강우에게 손수건과 함께 전해달라며.
단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이 코앞에 다가오자 연서의 무의식이 먼저 아는 것일까. 심장이 멈추며 삶의 의지를 놓고 있었어, 헤어질 자신이 없는 여린 마음이 함께 사라지고 싶은 듯... 그러면 문밖의 단은 그 여린 마음을 향해 부탁하듯 조용히 무릎을 꿇었어, 꼭 견디어 달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은 듯... 그리고 어느 순간 서서히 희미해지는 자신의 몸을 보는 단은 애써 스스로 달래는 것 같았어. 슬프고 허망한 그 얼굴 위에 일말의 평온함이 감돌았거든, 너만 깨어나면 난 아무래도 괜찮다는 흐린 미소의 평온함이랄까. 그래도 이 순간이 두렵기는 한듯 방황하는 눈동자는 내려오는 눈꺼풀이 숨기며 두 눈을 감았어, 완전히 사라졌어. 맨 처음 겪은 소멸 직전에서 그저 순종하며 눈 감던 무구한 얼굴이 아니라, 많은 것을 겪고 모든 것을 알아버린 인종의 눈물을 한가득 삼키고 있는 얼굴로...더 이상 운명앞에서 발버둥치지 않고 평온히 사라졌어, 너를 향한 한마디 희망을 껴안고서...
연서는 단의 믿음과 희망대로 따라주었어, 현대의학의 기계장치로는 생명을 유지할 정도의 의지는 놓지 않고 있었으니까. 동시에, 기계장치에 의지한 그 의지까지는 뺏어가지 않은 은총 한줌은 맴돌고 있다 해야겠지. 그런 연서를 감싸는 건 주위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야. 강우, 집사, 고모, 니나가 각자의 사정으로 찾아와 같은 마음을 토로하고 있었어, 얼른 일어나달라는 그 희망 하나로 모두 소란스러운 가운데 연서는 고요한 잠을 이어가고 있었어. 이미 사라져서 같이 고요한 단이지만 강우를 통해 한마디를 전해두었지, 길고 먼 여행을 떠나 많이 보고 싶을 마음을 꼭 깨어나 듣길 바라면서. 이렇듯, 잔인한 운명이 고요하게 흐르는 가운데, 희망 한줄기는 멈추지 않고 있었어. 그래서 무엇도 아름답지 않고 서글플 뿐이지만, 그 희망 하나가 겨우 아름다운 그들의 이별이었어.
둘, 인어의 심장.
텅 비었던 집이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찼어. 평소처럼 다녀오겠다던 인사했던 그들이 평소처럼 다녀왔다며 돌아왔거든. 그니까...자신을 희생하며 올린 대천사의 간곡한 기도와, 악마의 유혹을 이겨낸 하룻강아지 천사의 선택과, 목숨을 건 영감으로 바친 인간의 춤을 모두 헤아린 그분이 인간을 사랑한 단의 죄를 사해준 것이었어. 그래서 다행히 소멸을 면하고 하늘로 복귀하란 명을 받았고. 연서는 사람이 된 건 아니라도 단이 사라지지 않은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단은 연서 덕분에 먼지가 되지 않고 돌아올 수 있어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었어. 그렇게, 그리웠던 서로의 체취를 느끼며 행복한 그곳은 둘만의 낙원인지도 몰라. 그래서...가을에 심어야하는 유채꽃을 당장 심으며, 계절이 없었어. 가상의 공포를 알콩달콩 즐기며, 즐거움만 존재했어. 나무토막들이 흔들흔들 무너지는 게임속에서, 비극은 사라졌어. 그리고 아이들의 동화로 잠을 청하며,
"저예요, 왕자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인어공주의 목소리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마치 인어공주의 목소리처럼...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단의 심장이 뛰지 않았지. 그래서 연서는 자신이 보고 싶어 만들어낸 환상의 낙원임을 깨닫고 말았어. 그에 단은 천사인 자신이 머무는 낙원은 맞지만 환상은 절대 아님을 알린 뒤...이 낙원의 의미를 조곤조곤 설명해나갔어. 더 이상 운명을 원망하지 말고, 100일의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진 이 사랑에 그만 만족하고 충만하자고...그러니 가끔은 울더라도 많이 웃으며 사람답게 살라는 소원, 내 숨으로 살아달라는 마지막 소원을 전하는 단이었어. 함께한 낙원처럼 따뜻한 표정으로, 충만한 마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모두를 포근히 감싸는 목소리로 연서의 귓가에 다가가 머물렀어. 그리고 속삭였어,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깐 시선이 지금도 인종의 눈물을 삼키고 있는 듯 조금씩..조금씩..떨려가는 속삭임, 마치 인어공주의 마지막 물거품처럼..
"사랑했어. ..사랑하고..사랑할게.."
단이 삼키는 눈물까지 함께 자아낸듯 한가득 눈물을 껴안은 연서는 따스히 전하는 마지막 입맞춤에 눈물을 큰 줄기로 흘러내었어. 그리고 눈을 감으며 단의 숨을 받아들였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소원이니까, 얼마나 공들여 충만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낙원으로 빚어 전해주는지를 아니까, 거부할 수 없었어. 감고 있는 눈에 힘이 실리며 거부하지 못하는 고통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지. 연서 역시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참아내는 인종의 눈물로 그 낙원의 마지막 순간을 이어갔어.
현실의 병상에 있는 연서에게 숨결을 전하는 단은 운명의 굴레를 모두 벗어던지며 깨닫고 있었어.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 빚어낸 운명이었고, 최후의 선택은 천사로 다시 받은 생명을 연서에게 주겠다며. 그것이 지금까지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지켜준 연서에게, 비가 오면 돋아나는 날개밖에 없는 하룻강아지 천사가 줄 수 있는 모든 능력이었지, 모든 것이었어. 안녕이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할 만큼의 숨결만 남기고 연서에게서 떨어진 단은 모두 깨달은 인종으로도 삼켜내지 못한 큰 눈물 한방울로 떨구며 모든 숨을 전해주었어, 까맣게 타들어가는 손수건의 깃털처럼 검디검은 無의 세계로 사라지는 듯...
손수건이 까만 깃털로 변하는 동시에 연서가 눈을 뜨며 깨어나고 있었어. 그리고 낙원에서 단을 위해 참아내던 눈물이 단을 잃은 현실에서 바로 터져나왔지. 모든 숨을 받고 살아났는데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뛰지 않는 인어의 심장이 존재하는 낙원을...이제는 영원히 잃어버렸기 때문..이겠지..
![AGwjU](http://img.theqoo.net/img/AGwjU.jpg)
셋, 유의미함의 빛.
3개월 후, 연서 삶은 애매모호했어. 판타지아의 이사장으로 재단을 재정비하며 발레도 새로이 시작하는 한편으로는, 성우를 단으로 만난 것처럼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을 놓지 않고 있었지. 자신을 몰라봐도 내가 기억한다면 상관없다고 할 정도로 말야. 또, 루나를 만나 소중함 하나 모르는 텅빈 마음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패배했는지 똑똑히 알려주는 한편으로는, 비만 오면 미친 여자처럼(집사피셜) 공원 벤치에서 꿈꾸듯 손을 내밀고 앉아있기도 해. 무작정 성질만 부리는 게 아니라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법을 알게 되었는데 하필 그 이유가, 집안에서 단의 흔적을 지우지 말아달라며 단의 손수건을 꼭 찾고 싶어서였어. 이렇게, 단의 당부대로 씩씩하게 살아가면서도 함께한 100일의 시간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 이유는 집사가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지, 단의 환상을 그려내는 듯 계속 바라보고 대화를 하며 아직 함께하고 있는 정신 상태를. 처음 봤을 때 아무도 못 보는 단을 알아본 연서에게는 진짜 단일지 몰라도, 타인의 시선에는 약물의 치료가 필요한 병적 상태일 뿐이었어.
연서의 상태를 안쓰럽게 여긴 집사가 소주잔과 함께 단의 흔적을 건넸어. 연서는 그 필적 하나에 씩씩하게 묻어둔 그리움이 순식간에 차올라 눈물이 앞섰지. 결혼 1주년에..축하를, 2주년에..사랑을, 3주년엔..유채꽃의 안부, 10주년도 기억한다면..아직도 못 잊었냐는 장난스러움을, 30주년까지 기억해준다면..아직도 여전히 사랑함을 모두 준비해두고 떠난 마음에 절로 소주잔과 함께 눈물을 삼키고 있었어. 술과 눈물이 엉기성기 얽히는 그 밤은...속눈썹 한올도 잊고 싶지 않아 환상으로 붙들어두고 싶지만, 그건 30년 뒤까지 챙겨준 그 삶을 망치는 길이어서 그래선 안 돼...단이 준 숨결의 몫까지 잘 살아내야하는데, 당장은 온기와 체취가 그리운 눈물을 좀처럼 멈출 수가 없어. 집사의 정없는 손길 아래 엉기성기 갈피를 못잡는 마음이 앓고 있었어.
술과 함께 마음이 앓다 잠든 연서에게 단이 다가서고 있어. 즉, 연서의 시선이 그려낸 환영이 아니란 의미이고, 그 의미를 알려주듯 가슴팍엔 사라진 그 손수건이 자리잡고 있었지. 단이 적는 보고서에 의하면, 깊고 깊은 어둠속을 헤매다 다시 명 받았다는데... 이것을 해석하자면, 강우가 죽지도 못하게 막으며 계속 살게 만든 것과 같은 맥락 아닐까. 그러니까 이 둘의 경우로 추측할 때, 천사들도 모르고 있을 뿐 소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천상의 대처법이 있다는 거지. 이게 그분은 늘 답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같고, 그런 연장선에서 노엘과 후도 소멸 이후 뭔가 있지 않았을까..? 그게 어떤 모습인지는 오로지 그분만이 아실 테고, 자기 것을 뺏기기 싫어하는 만큼 애정도 충만해서 無로 완전히 없애는 건 흔치 않을 듯.
자신의 것에 대한 충만한 애정으로 단을 연서 곁에 다시 둔 건데... 이걸 또 해석하자면, 비가 오는 공원의 벤치에서 둘을 만나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일 거야. 그러니까, 연서가 그날밤 사고로 죽고 단은 그저 천사인 채 살아간다면...성우와 연서는 굉장히 애석하고 무의미한 인연으로 끝나지. 이 애석한 무의미함을 향해 마련한 답이 둘의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물론 언제나 큰 틀의 답을 만들어둘 뿐, 그 안에서 빚어내는 행동들은 단이 깨달은 대로 각자의 선택이었을 거야. 그러면, 그분은 어떤 선택을 바라며 만나게 했나? 그건 애석한 무의미함의 반대 아닐까. 애석하지 않은..슬프지 않고 아깝지 않은 유의미함, 즉 빛나는 유의미함 정도겠지. 이제 둘의 만남과 선택이 어느 정도 유의미하고 빛났는지를 보자면. 눈먼 비극속에서 육감이 유달리 발달한 연서는 첫만남에서 단을 알아봤고, 단이 인간의 심장을 가진 첫만남에서 바로 성우는 연서를 알아보는 듯 심장이 세게 뛰었지. 무의미하게 스쳐가지 않았어. 서로의 마음이 움직인 후엔 성질만 부리던 얼음공주는 사랑 앞에선 한없이 녹아내리는 여린 영혼이었고, 인간의 어두운 기억에 잠식당하던 천사는 그 영혼이 있어 사랑을 알아가는 청년이 되었지. 조금씩 빛나고 있어. 악인의 숨통을 끊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서로를 구하려던 이기적인 희생을 겪은 후엔 행복함으로 가득 채우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작은 지혜도 얻었지. 유의미하다고. 그 끝에서 목숨을 던진 영감으로, 천사로 다시 받은 숨결로, 끝까지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선택은...슬픔을 넘어서는 눈부신 진심이지. 자잘한 허울은 있었을지라도 큰 틀에서는 모두 유의미하게 빛나는 마음과 선택이었기에, 연서가 다시 깨어나고 단이 다시 천사가 되었을 거야. 어긋난 선택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느 시점에서 죽음과 소멸로 스스로 어긋났을 인연 아니었을까.
30년 뒤에도 사랑할 것처럼 홀로 어둠을 부유하는 단의 마음 또한 아무 의미가 없어서, 연서 곁으로 돌려보내는 애정..은총 한마디를 더 베풀었을 거야. 다만 본디 자신의 것엔 괴팍한 성정이라 인간으론 어림도 없어. 대신, 또 한번 유의미함으로 빛나는 마음들이라면 은총이 이어지지 않을까. 그리 괴팍한 만큼 애정은 충만한 분이니. 그렇다면...이번엔 어떤 선택을 해야 눈부신 의미로 빛날 수 있을까..?
넷, 59분 28초에서 불어오는 바람.
단의 새로운 임무가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아. 보고서에 연서가 못 알아보고 홀로 바라봐도 괜찮다고 할뿐, 아무것도 하지 않지. 그래서 임무 자체가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닐까 짐작되기도 해. 연서 곁에 두는 큰 답을 이번에도 허락했고 그 이후는 단의 선택인 거지. 단의 이번 선택은 연서가 바라보며 손짓을 해도 몰라보는 것이고, 연서가 자꾸만 말을 걸어와도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이었어. 그 이유는...연서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 아닐까. 천사를 알아보며 대화를 나누고 나아가 마음을 나누는 인간의 삶이란...? 이 물음표에 대해 하룻강아지 천사 혹은 대천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지. 하지만 사람답게 산다는 의미를 경험했고, 나아가 금기를 넘는 마음으로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도 똑똑히 알고 있는 단은 저 물음에 대해 신중했을 거야. 어렵게 깨어난 연서의 목숨이 다시는 위태로운 일이 없도록, 자신을 알아보는 시선과 내미는 손길과 다가오는 마음에 철저히 반응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마지막 부탁한 대로 사람답게 사는 연서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목소리를 잃은 인어의 슬픈 눈빛으로 그저 곁을 맴돌며 지키기로 선택한 거야. 연서만 무사하다면 영원히..홀로..바라보아도..괜찮..다며..
연서는 비극이 키워낸 육감은 한결 같아서, 돌아온 단을 바로 느끼고 때로는 환상을 그려낼 정도지. 그래서 환영을 느끼는 육감, 즉 영감과 현실이 엉켜서 조금은 건강하지 못한 삶의 상태야. 물론 연서 역시 이 상태를 알아서 술과 함께 그 괴로움이 뚝뚝 흘러내렸어. 끝내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다면...평생 미친 듯 단을 느끼고 바라보며 이세상과는 격리된 삶을 이어갈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연서의 선택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여 단을 느끼는 영감을 억누르는 것이었어. 마지막 소원과 약속대로 단의 숨으로 사람답게 씩씩하게 살기 위해서 말야. 그 결과, 환영으로도 안 보이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이 느끼지, 손을 잡을 듯 바로 곁에서..단이..바라보고..있는..데도..
단와 연서의 이번 선택은 애써 지워가고 애써 바라만 보는 절제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 서로의 자리를 정상적으로 지켜가는 유의미함은 있는 반면, 애써 절제하는 아픔이 있어서 애석함은 쉽게 멈추지 않아. 이 선택, 서로 같은 마음으로도 평생 닿을 수 없는 시련 같음에도, 자신들의 본분을 지키는 유의미함에 만족하는 인연으로 정녕 끝나야 하나...은총은 여기까지인가...
한 계절의 끝과 다른 계절의 시작 사이에서, 연서는 처음 만난 그곳에 맴돌며 애써 지우는 고통임을 얼핏 알려주고 있었어. 그 고통이 한번 되살아나는 것일까, 얼굴이 흐려졌어. 기껏 한 계절 같이 보냈을 뿐인데도 모든 계절을 잃은 듯 텅빈 마음이 불러오는 눈물이었지. 그마저도 단과의 약속을 위해 조금만이라 단서를 붙여야하는 눈물이 흐르고...그 눈물을 여전히 인어의 눈빛으로 지켜보는 단은 많이 망설이지 않고서, 손길을 전했어. 연서가 자신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인어의 손길에 불과하다 여기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렇지만...어렵게 한번 내민 손길, 마음을 몰라준다면 덧없이 애석할 것만 같아서, 지켜보는 내가 제발이라는 간절함으로 두손을 꼭 모으는 그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빛 한줄기가 덧없는 애석함을 비추었어. 연서가 단의 손길을 느꼈다고!! 이어, 뛰지 않던 인어의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고, 천사의 증명인 손수건마저 사라졌지!! 지속해서 유의미함을 발하는 인연에 드리운 애석함을 모두 거둬가는 빛, 끝나지 않는 은총. 혹은 끝없는 시련과 고난을 견디는 마음을 향해 마침내 자신의 것을 하나 내어주는 그것, 한마디로 기적! 그 시각이 59분 28초였어, 기적이란 의미를 담은.
지워가면서도 다시 만날 것이란 희망은 결코 지우지 않은 듯, 연서는 단을 있는 힘껏 껴안으며 실현된 예감을 생생히 느끼고 있었어. 연서만큼이나 힘껏 끌어안는 단은 기적같이 허락한 이 사랑에 마지막 보고서로 한없이 감사함을 보내고 있었지. 무채색같은 영겁의 시간 대신, 그 시절의 무지개빛같은 색색의 시간속에서 행복하게 사랑하겠노라며. 행복한 사랑, 이제야 흔한 연인들의 흔한 사랑의 자격을 얻은 둘만의 낙원이 새롭게 시작하고 있었어. 새로운 계절의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에서..부서질듯 찬란하게 반짝반짝 빛나면서..
![ARWSD](http://img.theqoo.net/img/ARWS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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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끝!! 한편 남았다고 꾸물대다가 이제야 왔네ㅋㅋㅋ
16편은 군데군데 각자 해석하고 받아들여야할 부분이 많아서...
어느 만큼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난 저리 받아들였어!
여름이 한창 시작할 때 끝났는데 이제 그 여름이 끝자락이네..ㅠㅠ
이 드라마 잊지 않으며 새로운 계절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