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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단사랑 11화 리뷰 그 비슷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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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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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11화 기준


11화 부서진 비밀과 거울


연서 볼을 쓰다듬으려던 단의 손길이 주춤 물러났어. 그리고 흘려내는 건 미안함이었어. 괜히 풍선은 사서..어쩌다 아이와 부딪혀서..눈앞에서 잃어버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나 나타난 미안함과 그 결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알게 해버린 미안함이었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 손길마저 못 전하고 있는 건데...쓰러진 동시에 수면상태로 이어진 연서는 그 미안함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 단의 손길이 멀어지자 이내 괴롭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부르고 있거든, '엄마..아빠..아저씨..단아..' 이 사람들 중 연서 곁에 있는 사람은 이제 한명 뿐이기에, 단은 망설일 것 없이 손을 감싸며 괴로운 무의식속에서 구해내려는 듯했어. 그러면 거짓말처럼 평온해지는 연서의 얼굴과 그 무의식이지. 또 언제 힘들어할까봐 손을 감싼 채 누운 단은 마주한 그 얼굴에 괴로운 미동이 스치면 바로 어깨를 쓰다듬었어. 그 손길에 다시 평온을 찾자, 단은 두 손으로 연서의 손을 포개어 감싼 뒤 입맞춤을 전했어. 손에도 함부로 입술을 대지 않은 미안함과 경건함으로, 이순간부터는 미동도 없는 평온이 깃들길..부디 악몽이 그치길 원하는 것 같았어. 혹은 기도하는 것 같기도 했어. 기도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섭리를 포용할 수 없어 스스로 멈춰버린 뒤인데...이순간 너를 위한 기도는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어쩌면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 아침에 깨어난 연서는 정말 평온한 모습이었어. 간밤의 위험과 충격을 모두 잊은 채 쓰러진 거로만 받아들였거든. 연서는 어떻게 된건지 자세히 묻지만, 단은 기억을 잃은 이 무구한 얼굴을 향해서는 어떤 답도 할 수 없었어. 살해당할 뻔한 일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데다가, 자신의 정체까지 알게 된 후 쓰러졌다고는 차마 말 못한 거지. 비겁하지 않으려, 더 도망치지 않으려고, '나야'라며 모두 보여준 비밀이 산산조각 나버렸어...눈앞의 얼굴이 평온한 대신. 이 부서진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가운데, 씻으려 일어서는 연서곁을 걱정 가득히 맴돌고 있어.


연서가 눈 떴을 때 보이는 건 편치 않게 기대어 잠든 단이었어. 그마저도 고개 한번 움직이는 인기척에 깨어날 정도로 깊이 잠든 것도 아니었고. 밤새 저러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한 한편으론 이상하기도 해. 쓰러진 정도로 불침번 서듯 지키고 있었으니까. 물어봐도 별말 없어서 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어린애 다루듯 따라나서서 이상한 기분 들게 해. 하지만 연서는 이내 기분좋게 받아들였어, 좀 아프기라도 하면 이렇게까지나 걱정하는 단이라 여기며. 그런데...문득 보이는 양쪽 손목의 상처가 낯설어서 이리저리 살펴봐야했어. 이렇게 하룻밤 기억이 없어진 연서는 금이 간 거울 같았어, 눈앞에 비치는 모습들이 평소와는 조금씩 어긋나있어 아귀를 맞춰봐야하는.

아귀를 맞출 일은 대부분 단이었어. 한번 기절한 거로 한밤중에 집사에게 연락해서 경호팀을 24시간 돌게 만들어놓았거든. 분명 오버하고 있지만 그만큼 걱정이 앞서는 것 같아, 집사의 눈치를 받으면서도 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어. 대놓고 전한 밀어에도 여전히 단은 강아지처럼 연습가방을 쥐고 방해하다가 급기야 완력으로 바짝 끌어안았어. 이렇게 밀접한 거리면...계속 강아지 같을 수 없는 연인이라, 거리만큼 가까워진 감정으로 그 걱정을 물어보면 거리만큼 짙어진 감정을 눌러담은 걱정이 밀어처럼 들려와 더 할말 없게 해, 죽겠다고 걱정돼서. 이 짙은 걱정은 넓이도 대단해서 동네방네, 강우에게도 소문을 낸 모양이야. 낱낱이 알아보겠다는 강우의 말이 또 이상하지만, 이 역시도 아침부터 졸졸 따라다니는 단의 걱정 덕분이라 여긴 연서는 분실한지도 몰랐던 휴대폰을 찾아 나가려고 했어. 이에, 연서를 소파에 덜컥 앉히는 단은 어느새 다정하게 변해서 자기가 찾아올 테니까 어디도 가지말라고 설득했어. 이 다정한 설득에는 연서가 순순히 약속하겠다며 응했어. 이래저래 아귀가 틀어지더라도 결국은 단을 믿으니까, 너에겐 언제나 무장해제하는 마음이라서 강아지처럼 몰래 따라다니며 사진 찍고 그랬으니까.


참 다양한 모습으로 걱정한 단은 그럴 수밖에 없었어. 간밤에도 불이 꺼지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고 누가 무슨 의도로 이번 일을 벌였는지 파악하기 전이거든. 일단 진심어린 걱정으로 연서를 주저앉힌 후, 걸음을 옮겨온 범죄 현장에서 연서의 휴대폰을 발견했어. 그리고 거기엔 상상이상의 음모가 담겨있지, 스스로 죽은 것처럼 위장해서 그 목숨을 빼앗아버리겠다는. 단순범죄가 아닌 이토록 간교한 의도를 가진 이가 누구인지는 뻔해서, 단이 분노의 걸음을 옮겨가지만 후가 이를 막아버렸어. 막아선 분노까지 더해 단이 말을 쏟아내고 후가 정면으로 받아주며, 무거운 설전이 벌어졌는데...결과적으로 그 끝에선 단이 패했다고 할 수 있어. 그 이유라면, 후는 엄격히 질서를 지키고 섭리를 따르는 천상의 존재로 그 격이 분명한 반면 단은 천사와 인간의 입장이 뒤섞여서 점점 모순을 드러냈거든. 유일한 가족이 사람을 해하려했다며 악을 고발한 후엔, 연서의 기억을 없애며 단의 정체를 자꾸만 숨겨버리는 후에겐 천사가 비겁하다는 불만을 전했어. 이 불만은 천사로서 거짓 없으려는 당당함일 수 있지만,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가진 단의 개인적인 일탈일수도 있는 패기야. 그리고 인간마다 다르게 부여된 운명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며 생명을 살리는 것이 선인데, 왜 신과 우리는 무책임하냐는 반문은 혹독한 운명론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신입천사의 통과의례일수도 있어. 그랬다면 후가 다른 말로 타일렀겠지, 하지만 단에게 보이는 건 사랑하는 한 사람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지. 그 이기적인 마음을 후가 명료하게 집어내자, 단은 스스로도 놀란듯 더 대꾸하지 못했어. 인간의 감정으론 너무 당연한 연서를 지키려는 마음이 천사로선 운명을 어지럽히는 이기일 수 있다는 타격이 표정에서 흐르고, 그 타격만큼 걸음은 무기력해지고 있었어. 머릿속에선 후의 말 한마디가 더 흐르며, 연서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 또한 욕심같은 무기력이 늘어났어. 

무기력한 단에게 한순간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아무래도 연서겠지. 몰래 연습 간 연서를 한걸음에 찾아간 단의 걱정은 어느새 화로 변해있었어, 말도 없이 사라져서 심장 떨어질듯 놀란. 그 화를 주춤하게 만드는 건 휴대폰을 찾는 연서의 말이었어. 다 깨져서 새로 사야겠다고 답하는 단은 둘러대는 말을 제법 하는 모양새야. 버렸냐는 말엔 아니라고 하며 거짓은 없지만, 그 문자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있어 당당하지 못한 얼버무림으로 끝냈어. 왜 인간이 둘러내는 거짓을 행하는지, 그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몸소 체험하는 거지. 이런 상황에 정작 자신은 무력함으로 연서를 놓쳤다는 자책을 다정히 전하곤 물러났어, 나한테 화난 거니까 또 혼자 가지 말라며. 그리고 무력한 걸음이 자책의 반동을 얻어 직진한 곳은 고모 앞이었어. 간교한 의도의 근원으로 여기며 인간이하의 경멸로 다가서던 중, 이전부터 수상했던 자를 뒤쫓게 되고... 진짜 간교한 악은 루나임을 파악할 수 있었어. 그 동시에 달리는 차를 막아서서 주저 없이 악을 대면하는 단은 일단,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 영혼의 추악한 망상을 한차례 심판했어. 이어서, 내가 있는 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해칠 수 없다는 이기심을 전했지. 천사의 심판과 감정의 이기를 함께 전하고 당당히 걸어가는 단의 모습은 점점 건물의 그림자에 덮여 음영지고 있었어, 제 욕심을 쫓는 천사는 더 이상 빛에 속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추악한 영혼과 자신의 감정이 음침하게 부딪힌 지하주차장을 걸어나온 단은 연서에겐 화난 듯이 보일 정도로 굳어있었어. 굳은 만큼 결연한 표정으로 연서를 힘주어 안으며 이기적인 다짐을 약속했어. 다신 혼자 두지 않고 내가 지키겠다고, 어둠의 추악함이 아닌 눈앞의 너에게 다짐하며, 조각나있는 비밀을 어떡할지 마음을 밝히고 있었어.


연서가 메모만 남기고 연습하러 온 건, 마치 외줄타기 하는 애처럼 대하는 단에게 적응한 결과지. 그 결과 이번엔 화까지 내며 휴대폰도 마음대로 결정해서, 그런 사이라도 니 꺼 아니란 투정으로 연서가 단을 달래는 느낌이었어. 그만큼 여유 없이 절박한 느낌의 화였으니까. 그렇게 해도 평소의 여유를 찾지 못하는 단을 보면서는 무언가 잘못했는지 물어봐야했어. 그러면 그제야 평소처럼 돌아온 단은 너가 아니라 나한테 화났다는 선문답같은 다정을 남기고 멀어져서, 이상함이 멈추질 않아. 이런 느낌은 축하의 악수 후 루나가 지적하는 손목 상처를 인식했을 때와 우연히 부딪힌 한 남자를 봤을 때도 같았어. 손목의 흔적은 아무래도 알지 못하겠는데 그 남자는 언뜻 모르는 것 같지 않아서 의문스러웠거든. 이런 자잘한 의문으로 균열이 늘어나는 와중에 나타난 단은 주변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덥석 끌어안았어. 그후 지켜주겠다는 말을 흘리며 쉽게 놓아주지도 않았고. 놓지 않고 긴장으로 뭉친 품과 손길이 어느새 안쓰러운 연서는 등을 쓸며 다독이고 있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매달리듯 지켜주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안타까워서. 그리고 뒤편에서 안쓰러운 등을 비추는 거울에선 금 하나가 거세게 패이는 느낌이었어, 분명히 뭔가 있는 직감이 다독이는 손길과 손목의 상처에 덧씌워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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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연서와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던 단은 다시 상자안에 담아 책상 아래 깊숙이 넣었어. 그후 연서의 휴대폰은 서랍 한 귀퉁이에 숨기고, 다른 서랍에선 보고서를 꺼냈어. 이 움직임이 어수선하지 않고 정갈해서 어떤 마음을 정리한 것 같아. 그리고 적어나가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고.
 
[천사 김단 휴가 복귀하겠습니다. 천사란 것을 고백하고 싶었고 천사인 것을 들킬 뻔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저의 욕심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미션을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먼지가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허락해주소서.]

단은 미션보다는 연서를 위험한 운명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바람 하나로 천상의 존재로 돌아가는 모양이야, 너를 위한 기도는 이미 시작했듯. 그리고 이 바람은 성우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서 그 의미를 되새긴 후 사진은 숨긴 것이고. 그러면 구태여 왜 복귀하냐는 건데...그건, 존재근거를 파기하지 못하는 현재로선 지켜주겠다는 약속이 질서와 섭리를 어지럽히는 어둠에 속하기 때문이지. 즉, 빛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도록 그 허락을 먼저 구하는 기도인 거야. 분명 이기적인 감정이 흐르면서도 빛을 쫓아가는 어쩔 수 없는 천상의 피조물이랄까. 이 보고서로 복잡한 현재 상황을 한번 정리하는 것 같고, 미션이 목표가 아닌 만큼 먼지가 될 가능성이 높음으로 그밤에 부서진 비밀은 이젠 묻어야할 한낱 욕심일뿐이겠지...


시간이 흐르면서 연서 빼고는 모두가 사건의 전말을 아는 상태였어. 단은 당연하고, 강우도 나름대로 추적해서 고모네 집안을 하나로 묶어 주시하기 시작했어. 또, 따로 진실을 밝히고 있는 집사에게도 단이 말하며 서서히 교차점에 이르고 있었지. 이런 연서는 11화 시작시 루나가 언급한, 비극속에서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예쁜 인형일지도 몰라. 그렇다고 꼭 알아야할 필요는 없지, 자신이 살해당할 뻔한 기억과 누군가가 지속해서 목숨을 노리는 끔찍함은. 하지만 이미 비극속에 단련되어 계속 금이 쩍쩍 갈라지는 육감을 가진 연서는 인형일리 없어. 그 직감은 호출기를 누르면 마치 대기하다 달려오는 듯한 이 투명한 모습만 봐도 더 확실해. 이 확인을 위해서 단에게 연습실 청소를 부탁했어, 직원이 모두 끝냈음에도.

단의 방으로 들어선 연서는 단이 말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서도 그 이유를 찾아내려고 해. 이 의미는 나 니 꺼 아니란 말의 다른 표현 같아.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서로 인격은 달라서 한쪽이 침묵하면 한쪽은 찾아내고 싶겠지. 대신, 찾아낸 이유가 수긍할 수 있다면 침묵을 이해하고 믿음도 여전할 거야. 그런 이유와 믿음으로 연 서랍 한쪽에는 자신의 휴대폰이 있었어. 버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다 깨진 건 맞는데 고장나진 않았어. 여기서부터 아귀가 한차례 어긋나며 나타난 문자에는... 어떻게 다시 시작한 발레인데 뭐가 부담이고 무엇을 끝낸다는 것인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인격이 내려앉은 문자였어.

조용히 연습실로 들어선 연서는 무표정하게 단을 응시했어. 그 문자를 진짜로 믿었다면 다른 인격을 향해 그토록 걱정한 것이고, 음모가 있는 문자임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면 아무 생각없는 인형으로 취급한 기분이라 역시 연서 자신이 아닌 것 같았을까. 연서는 진짜로 날 좋아하는 게 아니란 말을 냉랭하게 전했어.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장갑처럼 금 가있던 거울이 모두 부서져내리는 것 같았어, 틀어진 아귀를 맞추며 믿었고 멈추지 않는 걱정을 달래며 끝까지 믿고 싶었던 마음마저 산산조각 나며. 그 조각난 믿음을 보여주듯, 단은 지금 상황의 이유를 몰라 설명을 원하고 대문밖에선 강우와 은밀하게 쑥덕거리고 있었어. 그래서, 강우에게 용건이 있어 움직이는 걸음을 또 걱정으로 따라서는 단에게 뾰족한 거울 한조각이 비추는 말을 속삭였어, '비밀이야, 나도.'


단은 연서가 갑자기 얼음장처럼 변한 이유를 짐작은 하지만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었어.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다보니 감추고 둘러댄 것들이 어느새 많거든. 단순히 문자를 본 건지,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성우의 물건까지 발견한 건지, 어느 정도 알아야 대처 가능했어. 그런데도 연서는 말 걸지 말라며 가버려 다급한 와중, 걸려온 전화는 강우야. 무시하려다가 루나가 범인인 건 알려줘야해서 잠시 만났는데...역시 강우가 그 하룻강아지 천사였고, 지금은 악을 악으로 갚아도 하늘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 인간임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정말 천사가 인간이 될수도 있는지 강우의 대답을 기다리며 다급한 와중, 이번엔 연서가 나타났어. 그리곤 비밀이란 말만 남기고 강우와 가버리지. 이미 한차례 마음을 정리했음에도 새로운 상황이 자꾸만 발생하며 더 엉키고 있어. 머리를 헝클리는 단은 잔뜩 뒤엉킨 얼굴로 연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어.

엉킨 상황 중에서 단은 천사가 사람이 되었다는 부분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있어. 그 말을 수번 반복한 후에는 표정이 밝아졌고. 마음에서 막연히 붙잡고 있던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하다니 벅차올랐을 거야. 인간이 되기만 하면 금기를 벗어나 사랑하며, 질서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연서를 지킬 수 있으니까. 완벽한 해결책을 찾은 기쁨이 다가오는 찰나에 연서가 전화를 걸어와서 금세 긴장감이 밀려들었어. 긴장으로 어물대는 중, 연서는 고백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주고 있었어. 하지만 실은 천사였는데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뜬금없이 말할 수는 없고...비밀이 많아져서 마지막 기회마저 잃은 단이야. 아니, 그보다는 연서가 혼자가 있을까봐 걱정이어서, 차라리 그렇게 싫어하는 지강우와 있길 바라며 뛰쳐나갔어.


강우는 사진처럼 닮아서 좋아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그사람처럼 잃고 싶지 않다는..쉽게 와닿지 않는 감정만 내민 채, 문자에 대해선 함구했어. 단은 마지막이라 해도 가서 얘기한다, 계속 통화하자며 말을 빙빙 돌릴 뿐이야.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면 다시 기억해내는 길밖에 없어서, 연서는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가고 있었어. 같이 손잡고 거닐던 가로수길을 지나, 빨간 풍선과 함께 손 흔들던 모습을 따라...흩어진 거울조각을 하나씩 다시 붙여갔어. 그리고 이어진 몇조각이 보여주는 건 애인이 없어져서 찾아헤맸다는 어떤 남자의 모습이야. 그 모습과 함께 사라진 기억이 급속하게 아귀를 맞춰가기 시작했어.

연서에게 다급하게 달려온 단은 다 말하겠다며 계속 다급했어. 그 반대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으로 지켜보던 연서는 손을 내밀어 그 다급함을 멈추었어. 차분히 제자리 찾은 기억으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말할 필요 없으니까. 어떤 남자처럼 여전히 찾아헤매며 달려온 익숙한 모습이고, 혼자 있었을까봐 여전히 걱정 넘치는 이유는 아귀 맞춘 기억이 알려주고 있거든. 그리고 조각들이 모두 이어진 기억이 다시 스쳐가기 시작해. 강바다나무들판..너와 보고픈 것들만 가득한 절명의 순간에서 구해준 이가 너였고, 나 봐..나야..그래, 나야라며 몇번을 반복하며 이미 다 말해준 것이 너였어. 부서진 거울은 익숙하게 다정한데 눈부시게 낯설었던 너를 비추어냈어, 기억속에서 정신을 잃기 전 했던 말을 계속 이어갔어. '이 날개..저기서 날아온 게 너라고? 너..대체...'

"너 천사야?"


기억을 찾은 연서가 정면으로 정체를 물어오자 단은 다시 머릿속이 뒤엉키고 있었어. 후가 늘 하던 말처럼, 천사임을 고백하는 순간 연서가 뒤돌아서며 끝날까봐 두려워. 하지만 아니라 부정하는 건, 얼음장 같은 연서의 말대로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의 믿음에서 등돌리는 일이 되어..또 끝은 아닐까..? 그럴거면 좀 더 둘러대며 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는 비겁함이 떠올랐을지도 몰라. 이 엉킴을 풀어내는 건 역시 넌 거짓을 모른다는 전언이었겠지. 그래서...한낱 욕심일 것 같아 묻으려한 이 비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렵고 두렵지만, 한가지만 알아주었으면 해, 너에게 거짓의 기만이고 싶지 않은 이유 하나로 전하는 진실임을. 단은 천성이 가진 빛의 성질대로 투명하게 직진하는 한마디를 전했어, 너 하나를 사랑해서 반드시 지키고 싶은 너만의 이기적인...

"어, 나 천사야."


부서진 비밀과 부서진 거울이 서로 기만하지 않는다면 그 거울속엔 그 비밀이 투명하게 비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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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기.

후는 이미 주변인이 아닌 것 같았어. 단과의 설전에서 차분히 관조하는 주변인의 힘은 찾아볼 수 없고, 형평성 없는 인간의 운명에 같이 흥분하고 괴로워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질서를 어지럽히는 건 악이라는 말로 스스로 단속하고 괴롭더라도 주변인이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것 같았어. 이런 흐름은 루나의 모습으로 준수를 잠시 잠수타게 한 후 회개하던 모습에서 보이지. 잘못을 고하는 게 아니고, 어찌 이리 가혹하냐며 따지고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달라며 무릎을 꿇었어. 단과 연서에겐 너무 가혹한 운명 같아 벌써 흔들린 모습이지. 그래서 적어도 단과 연서의 운명 앞에서는 주변인의 힘을 잃은 것 같고, 단의 요청이 아닌데도 준수에게 직접 손댐으로써 이미 공동체가 되지 않았나 해.

공동체가 하나 더 있지. 고모, 루나, 니나. 강우는 고모와 루나에게 같이 문자를 보여줬고, 그 과정에서 루나가 범인임을 고모도 알게 했어. 거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니나까지 불러 지젤에 대한 칭찬을 전함으로써 셋이 같은 혈연임을 인식시키지. 그들 내부적으로 루나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자정하기를 원한듯. 그래서 루나의 통화를 엿들은 고모는 루나가 행한 악의 두려움과 공포를 대신 생생히 느끼고 있었어. 반대로, 엘레나의 꾐에 쉽게 동조해서 지젤만 고집하는 니나는 그런 살리에르의 질투가 루나의 자양분임을 전혀 알지 못해. 이 셋은 악이 피어난 혈연 공동체로 묶어서 봐야할 듯.

강우는 철저한 주변인이 된듯 했어. 날개를 드러낸 단이 연서를 안고서 보내던 눈빛, 딱 그 거리에만 머물뿐 좀처럼 다가서질 못했어. 잠시 휴대폰이 없는 연서에게 연락하려면 단을 통해야 하는데 단이 순순히 응할리 없지. 거기다 내가 없는 판타지에서 연서 잘 지켜봐라, 루나가 범인이니까 알아둬라, 잔소리도 많은 단이야. 반면 전직천사로 전하는 강우의 잔소리는 대충 흘리고 인간이 됐다는 것만 똑바로 챙겨들을 뿐이고. 연서 역시 만나자고 한 이유는 문자에 대한 의문일 뿐이고, 진지하게 전한 감정들 중에서 괴로운 기억만 되뇌면서 그 의문을 풀고자 하지. 이렇듯, 주변을 맴돌뿐인 강우 감정은 어디로 흘러갈까.


//


일단 막화까지 가보려고..여유가 좀 있는 요즘이라ㅋㅋ

그리고 좀 어수선 기분이라 10화에 쓰러다 말았던 보태기 쪼금 추가해서 써놨어, 단연 관련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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