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된 남자'의 인기를 견인한 데는 여진구의 뛰어난 1인2역 연기가 빛을 발했기 때문. 여진구는 어린 나이에 역병으로 부모를 여의고 젖먹이 여동생과 떠돌다 굶어 죽기 전 광대가 된 하선과 언제 궁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두려움만을 안고 살아온 세자 이헌을 동시에 연기했다.
여진구는 "우선 너무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제 변화를 느끼며 촬영한 게 처음이었고 그것만으로 무엇보다 바꿀 수 없고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에게 사랑과 칭찬을 받으니까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기쁘더라. 너무 감사한 게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통해 큰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에게 연기적으로 칭찬을 들었지만 앞으로 제가 배우 생활을 해야 하는지 옳은 방향을 알려준 작품"이라고 전했다.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드라마에서는 이선과 하선의 연기를 감독님께서 제게 많이 맡겨 주셨어요. 감독님도 답을 알고 계시지만 현장에선 '너의 연기를 보여줘'라고 하셔서 제 역할을 온전히 제가 책임졌죠. 처음엔 '감독님이 왜 그러시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부족함도 느껴 불안했는데 감독님 덕분에 '아 배우는 이렇게 연기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 확신에 고집도 부려야 하고, 그게 아니면 현장에서 빨리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어 여진구는 1인2역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을 밝혔다.
"극 중 이헌을 8회에 죽게끔 하려는 계획을 미리 세웠기 때문에 이헌이 하선과 소운(이세영 분)에게, 또는 도승지(김상경 분) 등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기 위해선 빠른 시간 안에 그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이헌의 과거 이야기를 천천히 전하기보다는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고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표현하려 했어요. 저 또한 이전의 왕들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요. 폭군이긴 하지만 사연이 있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인물을 만들려 했죠. 하선의 역할은 왕의 길을 걸어갈 만큼의 의지가 있느냐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여진구는 1인2역을 처음 연기했을 때 느낀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실제 확인을 할 수 없어 막막했다. 피드백을 받기도 어려웠다.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니까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지지 않아 답답했다"며 그러나 "1회에서 두 인물이 서있는 것을 보고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두 명의 인물이 부딪치는 거라서 이헌과 하선의 호흡을 각각 조절하는 걸 저 스스로 해야 했고 헷갈리더라고요. 준비를 해가도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죠. 그래서 아쉬움도 남는 것 같아요. '확신을 좀 더 가지고 했다면, 일찍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면 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요."
여진구는 "1인2역 연기 중에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하면 거부감 없이 또 해보고 싶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저 스스로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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