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의 첫 만남을 존나 비장하게 준비하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음
뽀개면 어떡하지 시발
나 김무묭 aka 파괴의 신, 줄이어폰 슬레이어, 마이너스의 손, 알겠으니까기계에서손떼고말해무묭아, etc.
N만 원대 입문 제품을 사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자라남
한 달 넘게 진하오 살지 조터 살지 프레라 살지 고민한 것이 가루쓰가 되는 순간이었음
4500원짜리 프레피 F 구입 완.
어쨌거나 처음 산 만년필인지라 사람 마음이 막 두근거림
바로 포장 뜯어 버림
비장하게 노트에 첫 획을 그음
안 나옴
엥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피드가 덜 적셔졌다고 판단함
인내심을 가지고 무한대를 막 그림
안 나옴
엥
필각을 바꿔가면서 그려봄
달그닥거리는 소리만 나고 안 나옴
잠깐
달그닥?
그제서야 대가리에 어떠한 생각이 스침
그렇다
안에서 미처 끼워지지 못한 카트리지가 이미친새끼야잉크도안나오는걸로글씨쓰고있네 하고 비명을 지르며 달그닥거리고 있었음
머쓱하게 포장지 뒷면의 설명서를 읽으며 카트리지 조립함
잘 끼웠다고는 안 했다
응 옆에 다 튀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 끼우고 나니 잘 나옴
가격뿐만 아니라 외관도 마음에 듦
위장술 100점
필통에 부담 없이 넣고 다니기에 좋음
글씨도 잘 나오고 ㅇㅇ ef 말고 f로 샀는데 필감 마음에 듦 (잉크 안 말랐을 때) 술술 나와서 좋아
프레피로 글씨 써 보니 내가 펜을 유독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쓰고 있었다는 걸 체감함
바른 자세가 되.
근데 만년필 원래 한 10초 쯤 멍때리고 있다가 다시 쓰려면 글씨 안 나옴? 우리 집 프레피는 내 두뇌가 나태해질 틈을 안 줌 채찍질 미쳤음
아무튼 새 가좍과 잘 살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