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돼지우리처럼 살다가
딱한번, 예쁜방을 가지게 된 적이 있어.
가구도 내 취향대로 세팅하고 이불이랑 커튼도 처음으로 내가 골라서 설치도 내가 했고
소품 하나하나 내가 골라서 배치했는데
그때 내가 이렇게 치우고 살수도 있구나 깨달았었거든.
엄마가 나보고 다시 태어났냐고 할 정도로 깨끗이 치우고 살더라고.
괜히 컵도 예쁜 컵, 간식 그릇도 예쁜 그릇 골라서 가지고 들어오고, 컵받침이며 테이블보도 깔끔하게 관리하고.
그러다 지금 집으로 이사왔는데...
어차피 2년만 살고 나갈거라
맘에 안드는 커튼, 벽지 다 그냥 뒀어.
매일매일 거슬리는데 그냥 참았어 어차피 2년후에 나갈거니까 돈 쓰기 싫어서.
그렇게 1년 살았는데...
집이 다시 돼지우리야.
청소도 안하고 테이블엔 음식 찌꺼기 묻은 것도 안닦고
컵도 대충 어디서 받아온거, 설거지하지 싫어서 일회용 그릇...
지하철역이 더러우면 우범지역이 된다더니, 집도 그런가봐.
방이 예쁘고 내맘에 들면 매일 쓸고닦고 관리하는데
방이 맘에 안드니까 치우기도 싫어져 치워봤자 맘에 안드니까...
1년 남았는데 지금이라도 커튼 바꾸고 침대보 바꿀까
그냥 눈 딱 감고 1년만 더 참을까 매일 고민해
차라리 2년전에 바꿨으면 좋았을 걸. 반을 버텼더니 이제와 돈쓰기가 더 아깝다.
덬들이라면 어떻게 할래?